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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모필 Movie Feel> “굿’ 바이”

기사승인 2018.07.27  02: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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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혈우사회인이 쓰는 '응고되지 않은' 영화평, 일흔번째

   
▲ 영화 <굿' 바이>, 원제는 <오쿠리비토>. 즉, 사람을 떠나보내다 라는 뜻. 영문 개봉명은 <Good&Bye>다. 

면접 보러 간 자리에서 바로 합격되어 월 500만원을 현금으로 받는다면?

   
▲ 주인공인 다이고가 하는 일은 납관사, 즉, 염습을 하고 시신을 관에 넣는 일까지 하는 장의사가 하는 일의 일부이다.

보통 일자리를 찾을 때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돈(급여)이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 자신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일, 앞으로 미래가 유망한 일 등은 요즘 취업난에 사치적인 말이 되어버렸다. 헌데, 구직 공고란을 보고 만난 사장이 애써 써온 이력서는 보지도 않고 첫 만남에 다짜고짜 ‘합격’하더니 ‘오늘은 처음이니까 월 500만원부터 시작해볼까’라며 월급을 선납으로, 그것도 현금으로 주면 느낌이 어떨까? 물론, 불법적인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 이 일의 정체는 바로 '염습사'(일본에서는 ‘납관사’라고 부른다)이다.

   
▲ 그도 나름 도쿄에서 대형 오케스트라의 단원으로 일했다.

주인공 '고바야시 다이고'(모토키 마사히로 분)는 첼로 연주자이다. 하지만 어렵사리 들어간 오케스트라는 점점 줄어드는 관중에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해체되게 된다. 졸지에 백수가 된 다이고, 그는 자신의 첼로 연주 실력으로는 다시 연주자로 먹고 살기 힘들 것이라 생각하여 첼로 연주를 접고 도쿄에서 고향인 야마가타로 돌아가기로 결심한다. 한가지 걸리는 점은 아내 ‘고바야시 미카(히로스에 료코 분)’의 허락을 받는 것인데, 그녀는 고향에 어머니가 물려주신 집도 있으니 고향으로 가는 것을 흔쾌히 받아들인다.

   
▲ 적어진 관중으로 재정난을 겪던 오케스트라단의 오너는 해체를 선언하고 단원들은 올것이 왔다는 듯 아무렇지 않게 모두 흩어진다. 겨우 단원이 된 주인공만 놀란 얼굴로 자리를 뜨지 못한다.
   
▲ 집에 돌아온 다이고는 미카에게 어렵사리 실직했다고 말한다. 아내는 비싼 첼로를 중고로 처분하고 고향에 내려가 살자는 말에 흔쾌히 동의한다.

비싼 연주용 첼로를 처분하고 고향으로 내려가 사는 주인공 내외, 그 집은 어머니가 2년 전 돌아가시기 전까지 살던 집이었다. 아버지는 주인공이 어렸을 적 다른 사람과 눈이 맞아 집을 나간지 오래이고, 어머니 혼자 작은 바를 하며 살아오셨는데 그곳이 바로 고향집이었던 것이다. 어느 날 다이고는 구인란을 보다가 우연찮게 ‘여행 도우미’라고 쓰여있는 구직 광고를 보게 되고 정규직에 초보자도 환영이라는 말에 연락을 하게 된다.

   
▲ 분명 여행사 일인줄 알고 도착한 사무실에 관이 전시되어 있다.

NK 에이전트라는 회사의 '사사키 이쿠에이'(야마자키 츠토무 분) 사장은 첫 만남에서 애써 써온 이력서는 옆에 던져 놓고 열심히 하겠냐는 말과 월 500만원을 준다는 말과 함께 덜컥 직원으로 채용한다. 무슨 일을 하냐는 질문에 사체를 염습하고 관에 넣는 일, 즉 납관사의 일을 하는 것이라고 대답한다. 모집 광고에 나온 ‘여행 도우미’에서 앞에 ‘영원한’이 오타로 빠진 것. 게다가 회사 NK 에이전트도 납관의 앞 글자 이니셜 NK를 줄인 말이었다. 즉 납관사를 일본식 영어로 표현한 것. 월급도 선급으로 이미 받았겠다, 덜컥 일하기로 했지만 납관사 일을 한다는 것을 아내 미카에게 말할 자신이 없었다.

   
▲ 사장은 이력서도 보지 않고 "합격"을 외치며 선수금까지 준다. 내심 기뻤지만 장의사의 일이라니 돈을 받아야 할지 말지 고민하기도.
   
▲ "아~ 여행사? 그거 단순 오타임, 원래 '영원한 여행의 도우미'야"라며 모집 광고를 고쳐가며 설명하는 사사키 사장

돈은 많이 받지만 그만큼 어려운 일이라는 것, 처음 맡은 일은 사망한지 2주나 지난 독거 노인의 시신을 수습하는 일이었다. 처음 접해본 사체가 사망한지 2주나 지난 완전히 부패한 사체의 수습이라니… 사장에게 혼나며 일을 하지만 역시 쉽지 않았다. 게다가 하루 종일 부패된 사체를 수습하는 바람에 온몸에 냄새가 밴 것은 덤. 어렸을 적 부모님과 자주 갔던 목욕탕에 가서 온몸을 박박 씻은 후에나 냄새를 없앨 수 있었다.

   
▲ 첫날 일은 염습하는 법을 영상으로 담는 DVD 제작의 모델이 되는 것. 당연히 시신 역할이다. 시신만 다루던 사사키 사장은 거칠게 다이고를 면도하다가 사고를 내는데...

집에 가려는 순간, 친구인 야마시타와 목욕탕 주인인 그의 어머니가 말다툼을 하는 것을 보게 된다. 말싸움을 하게 된 이유는 이제 목욕탕을 팔고 이곳에 건물을 올려서 돈을 벌자고 했던 것. 친구의 어머니는 강력하게 반대하며 목욕탕을 그만 둘 생각이 없다고 말한다.

   
▲ 사망한지 2주가 지난 시신을 염습하다가 사장에게 혼이나지만 결국 구토를 참지 못한다. 버스 안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불평하는 여고생들은 덤.

하루 종일 어려운 일에 시달렸던 그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어렸을 적 사용했던 첼로를 꺼내 연주해 보기로 한다. 첼로 가방 안에는 주먹만한 돌이 오래된 악보에 싸여져 있었는데 이 돌은 바로 아버지와 함께 돌 편지를 주고 받을 때 받은 것, 그는 아버지를 생각하며 연주를 하지만 결국 희미한 그의 얼굴은 선명해지지 않는다.

   
▲ 어렸을적 자주 다녔던 목욕탕, 그곳엔 친구의 어머니가 아직 사장으로 있고 동네 반가운 얼굴들이 모이는 곳이다.

어느 날, 납관해야 할 집에 늦게 도착한 다이고와 사사키 사장, 고작 5분 늦었지만 슬픔에 애도 중인 가족에게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은 매우 실례되는 일이었다. 당연히 상주는 머리 끝까지 화가 나 있었고 다짜고짜 사사키 사장에게 ‘당신네들, 죽은 사람을 팔아먹고 살면서 늦기는’하며 폄하하기까지 한다.

   
▲ 밤잠을 설친 다이고는 여렸을 적 연주했던 첼로를 꺼내본다. 거기엔 아버지에게 받은 돌 편지가 오랬동안 보관되어 있었는데...

이렇게 멸시를 받는 납관사 일이지만 사사키 사장은 온 정성을 다해 죽은 상주 아내의 염습을 하게 된다. 그의 고귀한 손짓과 사자를 대하는 예의를 바로 알아본 상주는 모든 예가 끝난 후 사사키 사장에게 무례함을 사과한다. 이렇듯 정성을 다해 마지막 가는 길을 아름답게 장식하는 것이 바로 납관사의 일이자 의무인 것이다.

   
▲ 상주들은 장례 관련 일을 하는 사람들을 아주 천하게 보기 때문에 조금만 잘못해도 엄청나게 역정을 낸다. 하지만 사사키 사장은 프로, 그의 고귀한 손짓과 예를 다하는 모습은 가족들의 눈물을 자아내게 만든다.

하지만 이러한 일을 계속 숨기기만 하고 살 수는 없는 것, 사람이 죽는 데에는 시간을 가리지 않기에 새벽에 온 전화를 받고 집을 나서는 남편을 수상하게 여긴 미카는 그의 책상을 뒤지다가 염습하는 법이 담긴 DVD를 발견하게 된다. 거기서 그는 염습을 당하는 모델, 즉 사망한 사람의 역할을 한 것. 미카는 다이고에게 크게 화를 내지만 다이고는 언젠가 사람은 죽게 돼 있다며 이 일을 해야 할 사람도 있어야 한다고 설득한다. 하지만 미카는 첼로를 그만둘 때도, 고향으로 가자고 했을 때도 참았지만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며 친정으로 떠나가 버리는데…

   
▲ 결국 다이고가 하는 일이 소문이 퍼진듯, 어렸을 적부터 친구인 야마시타는 그런 일을 하다니 실망했다고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고 한다.

이 영화를 잘 이해하려면 일본의 장례 풍습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보통 병원에 장례식장이 딸려 있으며, 장례에 필요한 일을 모두 장례식장에서 하는 한편, 일본은 화장을 제외한 장례 의식을 보통 집에서 치르곤 한다. 그러려면 장의사를 집으로 불러 염습과 납관 등을 하게 되는데 바로 이 납관이 주인공이 하게 된 일인 것이다.

   
▲ 이러한 소문은 결국 미카에게도 흘러들어가게 된다. 다이고는 이 역시 꼭 필요한 일이라며 항변하지만 결국 그녀는 짐을 싸 떠나가버리고 만다.

사람은 언젠가 죽기 마련이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내는 것은 매우 힘들다. 이러한 이승에서의 마지막 길을 최대한의 예와 존경을 담아서 부족함 없이 떠나게 해주는 일을 하는 사람이 바로 장의사이다. 이런 장의사들의 진지한 직업 의식으로 인하여 우리나라에서는 과거로부터 나이가 지긋하고 경험이 많은 어르신들이 장례 절차를 담당하여 하며 나름 존경받는 일로 치부되기도 한다. 또한 장례 관련 시장규모도 요즘 한참 주가를 올리고 있는 상조 회사들을 보면 잘 알 수 있을 정도로 커졌다.

   
▲ 홀로 열심히 납관사 일을 하는 다이고, 이제는 얼추 능숙한 납관사가 되었지만 아직도 차별은 여전하다. 상주는 폭주족 친구들과 어울리다가 자기 딸이 죽었다며 평생 저 사람같은 일을 해서 죄 값을 치르겠느냐며 나무란다. 그 정도로 일본에서의 납관사의 신분은 바닥을 친다.

하지만 일본의 사정은 좀 다른 것 같다. 일본에서의 장례 관련된 일은 일명 부라쿠민(部落民, ぶらくみん)이라고 불리우는 천민 계층의 사람들이 주로 하던 일이었다. 이러한 인식은 아직까지 남아있어 죽음과 관련된 일(장례 관련 업종)을 하는 사람은 아직도 사회에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한 편이다. 주인공이 우연찮게 이런 일을 맡게 되었으니 당연히 아내인 미카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의 인식이 좋지 않은 것.

   
▲ 사람들에게 멸시당하고, 아내도 떠나가고... 다이고는 이제 일을 그만 두려고 하지만 사사키 사장의 말을 듣고 마음을 다시 가다듬는다.

이 영화의 특징은 아무래도 90년대에 엄청난 인기 몰이를 했던 히로스에 료코가 주인공의 아내로 나온다는 점이다. 2000년대 여러 스캔들 사건과 결혼과 이혼으로 인기 추락도 경험했지만, 왕성한 연기 활동에 어디 빠지지 않는 우월한 미모로 아직까지 높은 주가를 올리고 있는 여배우이다. 물론 영화에서는 조연인만큼 큰 비중은 없지만 등장만으로도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는 배우임은 변함없다.

   
▲ 어느새 시간은 흘러 크리스마스를 맞이한 NK 에이전트 사무실, 첼로를 연주해보라는 직원의 말에 연주해보지만 그들의 마음을 대변하듯 슬픈 곡조의 아베마리아가 울려퍼진다.

게다가 이 영화는 많은 시상식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이다. 제13회 부산국제영화제의 초청작이며, 2008년 제32회 몬트리올 영화제 그랑프리 수상에, 2009년 제8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외국어 영화상 수상의 영예를 안은 영화이다. 물론 2003년도에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가 아카데미 최우수 애니메이션 상을 받긴 했지만 실사 영화로는 <굿’ 바이>가 최초이다.

   
▲ 임신했다는 소식을 가지고 다시 집으로 돌아온 미카, 이제라도 아이를 위해 돈이 없어도 좋으니 일을 그만 두라는 아내이지만 그때 마침 목욕탕 아주머니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게다가 이 영화의 완성도를 높여준 것에는 음악이 빠질 수 없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페르소나라고 불리울만큼 그의 많은 작품에 걸출한 음악을 선사해준 ‘히사이시 조’가 음악을 담당하였다. 특히 이 영화는 주인공이 첼로 연주자이기 때문에 그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첼로 연주는 클래식 작품이 아닌 히사이시 조의 오리지날 음악들이다. 우연히도 아카데미에서 받은 2개의 일본 작품 모두가 그의 음악을 업고 수상한 작품들이다.

   
▲ 어렸을 적 아버지와 돌 편지를 주고 받았던 기억을 전해주는 다이고, 미카는 그에게 아버지의 기억이 각별하겠다고 말하지만 어렸을적 다른 여자와 바람난 아버지는 기억나지도 않고 만나기도 싫다며 부정한다.

아무 생각 없이 이 영화를 보게 된다면 웃다가 울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납관사라는 흔치 않은 직업을 주제로 한 영화이기도 하지만, 이 영화가 가진 메시지는 단순하면서도 강력하다. 쉬운 내용 전개와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이는 결과를 지닌 영화이지만 진한 감동과 여운을 남기는 것이 지난번에 리뷰한 <목소리의 형태> 이후로 간만인 것 같다. (우연히도 최근 감동스럽게 본 영화가 모두 일본 영화이다)

   
▲ 결국 아버지를 만난 다이고, 돌아가신 후 만난 아버지이지만 그가 납관사가 아니었으면 끝까지 아버지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했을지 모른다.

 

이런 분들에게 추천!

 - 허를 찌르는 유머에 잔잔한 감동까지!

 - 완벽한 배우들의 연기, 이거 일본 영화 맞아?

 - 히로스에 료코 예뻐요!!!

 

이런 분들은 좀…

 - 아아… 역시 일본 실사 영화는 걸러야 해

 - 우리나라 상조 회사들은 잘나가던데? 이해가 안 가는군.

 - 이거 초반부터 결말이 뻔히 예상되잖아!

 

[헤모라이프 황정식 기자]

 

황정식 기자 nbkiller@hanafos.com

<저작권자 © 헤모필리아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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