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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모필 Movie Feel> “툼레이더”

기사승인 2018.07.18  07:5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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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혈우사회인이 쓰는 '응고되지 않은' 영화평, 예순 아홉번째

   
▲ 영화 <툼레이더>, 새 이름이라니!? 라라 크로프트가 등장한지 20년이 넘게 지났는데!

유명한 비디오 게임은 화려한 연출과 탄탄한 스토리를 통해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자아내는 게임들이 많다. 이러한 경향은 요즘 들어 더 많아졌고 화려한 그래픽이나 다양한 캐릭터를 통한 재미보다는 한 번 플레이하면 잊을 수 없는 스토리로 플레이어들을 유혹하는 게임들이 더 많아졌다. 플레이스테이션 3와 4의 판매량을 주도한 <라스트 오브 어스>나 <언챠티드> 시리즈, 닌텐도의 <젤다의 전설>등이 이러한 류에 속한다.

   
▲ 게임판 라라는 다양한 활도 쓰고, 각종 함정 퍼즐도 풀고, 생존을 위해 사람을 죽이게 되는 과정도 적나라하게 나오는데... 영화판에선 그런 거 없다.

이러한 좋은 스토리를 가지고도 할리우드에서 영상화하면 이상하게도 죽쑤는 경우가 많다. 아니, 많은 것이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영화들이 제작비도 못 건지고 망하기 일쑤다. 원작에 대한 많은 기대를 가지고 영화관에 갔다가 실망하고 나온 경우가 허다한데, <워크래프트>나 <어세신 크리드>가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 게임에서 이쯤되면 멈출 수가 없다. 머리속에는 온통 '정말? 이런거였어?'라는 생각 뿐, 영화판에서는 그런 거 없다.

그나마 <툼레이더> 시리즈는 좀 나은 편이다. 1편은 게임 팬들에게 원작 파괴라며 엄청난 원성을 샀지만 게임 원작 개봉 영화 중에서 수익 1위(북미 1억 3천만 달러 수익)를 달리고 있고 2편인 <툼레이더 : 판도라의 상자>는 1편의 흥행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그래도 7위에 랭크 중이다. 과거 시리즈의 주인공을 맡은 '안젤리나 졸리'는 이 영화로 여전사라는 타이틀을 받으며 이후 많은 액션 영화에서 활동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역으로 게임도 영향을 받아 비디오 게임판 라라의 3D 모델링에 안젤리나 졸리를 모델로 쓸 정도로 흥행 몰이를 했던 영화였다.

   
▲ 라라 크로프트의 변천사, 오래된 게임이었던만큼 그래픽도 많이 변화하였다. 맨 밑줄 가운데가 이번 영화의 베이스가 된 툼레이더의 라라 크로프트

이러한 툼레이더 게임 시리즈는 흥행과 실패를 반복하다 “스퀘어 에닉스”로 판권이 넘어가고 나서 리부트판으로 엄청난 인기를 얻게 된다. 앞서 말한 ‘영화같은’ 비디오 게임의 조건인 탄탄한 스토리와 연출로 많은 호평을 받게 된다. 이에 영화 판권도 파라마운트에서 MGM으로 넘어가면서 영화 제작이 결정되었는데, 튼튼한 스토리를 기반으로 한 게임 툼레이더 리부트를 기반으로 만들어 많은 기대를 가지게 되었다.

   
▲ 갑자기 라라가 자전거 레이싱을 한다. 그것도 초 갑부 크로프트 가문의 외동딸인데 돈을 벌기 위해서... 순간 내가 영화를 잘못봤나 싶었다.

영화는 '라라 크로프트'(알리시아 비칸데르 분)의 아버지 '리차드 크로프트'(도미닉 웨스트 분)의 여왕 '히미코'에 대한 비밀을 담은 내용으로 시작된다. 리차드는 이 비밀을 밝혀내기 위해 일본에 있는 무인도로 떠났다가 실종되게 된다. 라라는 아버지가 어딘가에 살아계실 것이라 생각하고 실종 사망 처리를 하지 않은 채 유산 상속을 거부하고 아르바이트를 통해 하루하루 벌어먹고 사는 생활을 이어나간다.

   
▲ 유산을 상속 받으려면 아버지를 실종 사망처리 해야 한다. 하지만 살아계실 것이라 생각되어 계속 미뤘던 것, 하지만 변호사가 아버지의 사후 전해주라는 유물에서 리차드의 행방에 관한 단서를 찾는다.

그러던 중 일종의 불법 자전거 대회에 나가면 돈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참가했다가 경찰에 잡히고 만다. 이러한 라라를 유치장에서 꺼내주기 위해 '애나 밀러'(크리스틴 스콧 토머스 분)가 찾아오게 되는데 그녀는 크로프트 일가 기업의 직원이며 라라의 후견인이기도 하다. 애나는 이제 이런 생활은 그만두고 아버지 사망을 인정하고 유산을 상속받아 크로프트 일가의 상속자로 살아가라는 말을 한다. 처음에는 애나의 제안을 거절하지만 결국 그녀의 말을 따르기로 결심한다. 유산 상속 서류에 사인을 하려는 순간 변호사가 아버지가 사망했을 경우에 전달해주라는 유품을 꺼내 든다.

   
▲ 아버지가 남긴 유물에서 찾은 열쇠로 알게 된 리차드의 연구실, 거기에는 히미코에 대한 단서가 가득했다.

라라는 상속 서류에 서명하지 않은 채 유품 안에 숨겨진 열쇠로 아버지의 비밀 연구실을 찾아낸다. 거기서 그녀는 여왕 히미코에 대한 연구자료와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해 그녀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라도 하겠다는 일념으로 초자연 현상을 연구했다는 내용의 영상을 담은 테이프가 있었다. 영상 말미에는 이러한 연구자료들이 다른 사람의 손에 들어가면 악용될 수 있으니 히미코와 관련된 내용은 모두 소각하라고 말한다.

   
▲ 또 의미 없는 장면인 가방 도둑과의 질주신, 이게 왜 필요 없느냐면 게임 내에서는 초보 탐사자 라라가 험한 역경을 거치면서 엄청난 능력의 인간이 된다는 스토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라라는 이 연구자료들을 따라가면 아버지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리차드가 남긴 자료를 들고 배를 구해 야마타이 섬으로 향한다. 하지만 거의 도착할 무렵 강력한 폭풍우를 만나게 되고 배는 결국 좌초되어 침몰, 라라는 간신히 해안가에 도달하여 살아남는다. 하지만 무인도라고 생각했던 섬에는 사람이 살고 있었고 그들은 라라를 잡아 가두게 되는데 과연 그들의 정체는?

   
▲ 다양한 캐릭터를 가진 동료들은 뒤로한 채 나타난 선장 '루 렌'(오언조 분), 이것 역시 중국 시장을 겨냥한 다분히 의도적인 캐스팅이다.

영화 자체는 스퀘어 에닉스의 툼레이더 리부트작인 <툼레이더>와 <라이브 오브 툼레이더>를 적절히 섞은 스타일로 진행된다. 여왕 히미코라던가 야마타이 섬 같은 배경 같은 전체적인 큰 틀은 모두 리부트 게임에서 가져온 것들이다. 이 게임도 상당한 수작이기 때문에 그대로 영상으로 실었다면 엄청난 인기를 끌었을 것이다.

   
▲ 폭풍으로 난파된 배에서 뛰어내리는 라라, 이 장면은 조금 멋졌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러한 명작 게임이 헐리우드로 넘어오게 되면 스토리의 엄청난 수정을 당하며 망작이 되게 된다. 왜 게임의 좋은 스토리와 연출을 놔두고 자신만의 해석을 통한 새로운 각본과 연출로 영화를 망하게 하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유투브에 툼레이더 리부트를 검색해보면 신(scene) 컷만 올려놓은 영상이 있는데 이것만 보더라도 영화 같은 연출에 탄탄한 스토리를 지녔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영화화가 진행되면서 스토리는 죄다 갈아엎고, 뜬금없는 캐릭터에, 말도 안되는 설정을 넣어서 영화가 산으로 가는데 이건 비단 툼레이더 뿐만 아니라 모든 게임 베이스 영화가 마찬가지인 것 같다.

   
▲ 악당 "마티어스 보겔(월턴 고긴스 분)"과의 조우, 그는 7년동안 히미코의 무덤을 찾느랴 지쳤는데 라라가 가지고 있던 리차드의 수첩으로 단서를 찾았다고 말한다.

이 영화를 보면서 실망했던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것을 꼽으라면 바로 쓸데 없는 장면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게임의 영상 컷들을 쭉 나열해도 3~4시간이 걸릴 만큼 스토리가 긴 내용을 영화에서 압축해서 표현해야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도 리부트의 라라와는 아무 상관없는 격투신과 자전거 추격신을 넣어 시간을 낭비했다. 특히 격투신은 정말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왜냐면 리부트 게임에서는 라라가 얌전했던 소녀에서 킬링 머신(?)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뜬금없이 초반부터 ‘라라는 강하다’ 이렇게 설명하는 셈이니 원작 팬들이 격분하는 것은 당연.

   
▲ 보겔에게 잡혀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라라의 일행, 일행이라고 해봤자 루 선장밖에 없다.

그리고 <레이더스>서부터 이어졌던 초자연적인 내용이 너무 빈약하다는 것이다. 게임 툼레이더 리부트의 엔딩은 뇌리에 각인될만큼 충격적이고 환상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지만 영화 툼레이더는 이런 것들이 하나도 없다. 그냥 무덤 하나 도굴하고 나서 ‘오오, 과거의 전설은 이런 뜻이었어’라고 모두 한 번에 이해를 하고 끝. 게임 툼레이더의 엔딩을 조금만 참고했더라도 영화는 이렇게 비참하지 않았을 것이다.

   
▲ 게임 내에서도 나오는 유명한 난파된 비행기 건너기 장면, 이 부분도 조금 멋지다.

이렇게 막장을 향해 달려가는 와중에 후속작을 암시하는 엔딩은 빠지지 않고 들어간다. 이미 영화에서는 리부트와 라이즈 오브 툼레이더를 섞었기 때문에 게임의 2편 내용을 따라갈 여지는 없어 보인다. 즉, 영화사는 이 영화로 대박을 노린 다음 후속작에서는 오리지널 스토리로 가고자 생각했겠지만 앞서 누누이 얘기했듯이 게임의 스토리를 그대로 카피만 했어도 이런 지경까지 오진 않았을 테다.

   
▲ 게임하는 사람들이 한번씩 '윽'하고 소리 질렀을 법한 철조각 옆구리 관통 장면! 옆구리가 반대라는 것 빼곤 잘 구현했다.

게다가 원작에는 없는 이상한 전염병 이야기는 왜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 전염병은 매우 강력한데, 보인자를 제외한 다른 사람은 순식간에 죽는다는 설정이다. 전염병에 노출되면 거의 1분안에 광란에 빠지게 되는데 심지어 좀비화까지 된다. 이걸 보고있는 본인은 지금까지 가지고 있었던 보인자에 관한 지식이 완전히 무너져 내림을 경험하게 된다.

   
▲ 드디어 아버지를 만난 라라, 그는 히미코의 무덤이 보겔의 손에 넘어가면 안된다고 말한다.

영화 자체는 폭삭 망한 수준은 아니지만(전세계 2억 7천만달러 수익) 이것도 원작에는 없는 중국인 조연을 넣어서 중국 관객을 끌어들였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본다.(중국에서만 8천만 달러 가까지 수익이 났기에) 이미 게임은 리부트의 3번째 작품 <쉐도우 오브 툼레이더>가 출시를 앞두고 있다.(2018년 9월 14일 발매 예정) 지난 2개의 시리즈가 모두 성공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많은 기대를 받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하지만 더 이상 툼레이더의 영상화는 바라지 않는다. 이미 3편의 영상화를 통해 라라 크로프트의 이미지는 망가질대로 망가졌고 새로 나온다고 해도 어차피 훌륭한 게임의 연출과 각본을 버리고 제작사의 취향대로 만들 게 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영화 말미에 후속작에 대한 떡밥을 거하게 흘려 놨기에 그럴 가능성은 없을 것 같다.

   
▲ 하지만 또 잡혀서 길잡이 역할을 하는 라라, 원래 <툼레이더>가 <레이더스>의 성격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만 너무 비슷해도 문제가 있다.

 

이런 분들께 추천!

- 나는야 라라 크로프트의 광팬! 그녀가 이번엔 어떤 모험을 펼쳐나가게 될까?

- 게임이 원작이라고? 게임을 안해봤다만 더 재미있었을지도?

- 알리시아 비칸데르 예뻐요! (안젤리나 졸리만큼은 아니지만…)

 

이런 분들은 좀…

- 아니 원작의 신비함은 다 어디가고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창렬이야?

- 다시 쓴 스토리는 그렇다 쳐도 여전히 부족한 연출…

- 차라리 유투브에서 게임 영상 모음집을 보는 게 낫겠다!

 

[헤모라이프 황정식 기자]

 

황정식 기자 nbkiller@hanaf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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