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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모필 Movie Feel>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

기사승인 2018.07.15  13: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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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혈우사회인이 쓰는 '응고되지 않은' 영화평, 예순 아홉번째

   
▲ We Bought a Zoo (2011)

우리의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그리고 그 선택엔 이유가 따르기 마련이다. 단순한 감정적 이유에서부터 합리적인 이유에 이르기까지. 어려운 선택일수록 선택에 따른 다양한 이유가 따라붙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런 반대되는 이유를 무릅쓰고 한쪽을 선택할 때에 가장 중요한 것은 결정을 내릴 용기일 것이다.

사랑하는 아내 캐서린을 떠나보내고, 한창 사춘기인 아들 딜런과 순진무구한 딸 로지를 홀로 부양해야 하는 벤자민에게 삶은 그리 순탄치 않다. 아내를 떠나보낸 것도 힘든데 아들 딜런은 학교에서 퇴학을 당하고 딸인 로지는 부활절 토끼가 있다고 믿을 만큼 너무 어렸으니까.

   
▲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 특히 창업지옥과도 같은 한국사회에선 더욱 용기내기 어려운 이야기지만 영화는 사람관계로 부터 얻어지는 본질적인 용기와 따뜻한 시선을 그리고 있다.

아내를 잊지 못해 아내와 함께 들어갔던 식당은 들어가지도 못하는 벤자민은 직장을 그만두고 딜런의 새 학교와 시끄러운 이웃, 새출발의 필요성 등의 수많은 이유로 이사를 계획한다.

매물을 알아보던 벤자민은 마음에 딱 맞는 집을 찾았지만 놀랍게도 그 집엔 동물원이 붙어 있었다. 전임 주인이 동물원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집을 내놓은 것이다.

이미 문을 닫아 관리도 부실하고 직원도 많이 떠나 버린 동물원의 오너가 되겠다는 것은 많은 부담이 따르는 일이었다. 주위의 만류부터 자금 문제까지 동물원을 사지 말아야 할 수많은 이유 속에서 동물들과 어울리며 행복해하는 로지의 미소를 본 벤자민은 용기를 내어 동물원을 구매한다.

   
▲ 무언가 모험에 도전하고 꿈에 다가서는 것은 때로 가족과 함께이기에 더 결정하기 어렵고 용기를 내기 어려운 때도 있다.

동물원을 다시 개장하기 위해선 생각보다 많은 보수비용이 필요했고, 당장 수입원이 없는 벤자민은 경영난에 시달린다. 동물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경영에 대한 전문가도 아니면서 도대체 왜 동물원을 인수했냐는 사육사 켈리의 물음에 벤자민은 그저 웃으며 ‘Why not?’이라 답한다.

이 글을 읽는 혈우 환우들에게도 하고자 했던 무언가를 실천하지 못했던 데에 끊임없이 여러 이유가 따라올 것이다. 그리고 개중 많이 듣게 될 이유는 건강상의 이유일 것이다. 영화에선 때론 안 될 게 뭐 있냐며 딱 20초만 용기를 내 보라 말하고 있다. 안되는 이유가 두려워 용기를 내지 못한다면, 도전하지 못했던 두려움은 또 다른 이유가 되어 자신을 옭아매는 족쇄가 될지도 모른다.

   
▲ 스칼렛 요핸슨과 맷 데이먼이 커플로 나오는 영화... 스파이 액션물을 떠올리기 쉽지만 전혀 그렇지 않은 가족드라마이다.

동물원을 포기해야 할 수많은 이유 속에서도 벤자민은 최선을 다해 동물원을 복구한다. 그 과정엔 분명 운도 따랐고 주위의 도움도 있었지만, 그것들은 벤자민이 도중에 포기했다면 일어나지 않을 일이었다. 혹자는 터무니 없이 영화같은 이야기라 할지 모르겠지만,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며, 배경이 된 다트무어 동물원은 지금도 영국에서 성업중이다.

우리는 우리의 행동에 대해 항상 이유를 붙인다. 때론 우리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때론 반대를 위해. 하지만 두려움이 이유가 되어선 안 된다. ‘Why not?’ 영화에서 말하는 안될 게 뭐냐는 벤자민의 말과 더불어 딱 20초만 용감해지면 된다는 말은, 때론 많은 이유를 제쳐두고 도전하는 용기가 중요하단 점을 일깨워 준다.

   
▲ 집에 딸려있는 동물원... 인간사회에 얽매여있는 야생사회... 그 공존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하는 영화였다.

동물원은 성공적으로 개장되고 아내의 흔적이 담긴 식당에 들어가지 못했던 벤자민은 용기를 내어 아이들과 함께 아내 캐서린을 처음 만났던 식당에 들어간다. 아내와 처음 만났던 테이블 앞에서 벤자민은 첫 만남의 순간 자신이 냈던 20초의 용기에 관해 이야기해준다. 당신처럼 멋진 여자가 왜 나 같은 사람을 상대해 주냔 벤자민의 질문에 ‘Why not?’이라고 대답하며 미소짓는 캐서린처럼 우리의 삶에도 그런 긍정과 미소가 필요하지 않을까.

   
▲ '제리맥과이어'(1996)를 연출했던 카메론 크로우 감독은 이 영화에서도 남자의, 특히 가족을 책임지는 가장의 성장에 대해 감성적으로 그리고 있다.

[정강훈 평론가]

 

정강훈 평론가 hun@hemophilia.co.kr

<저작권자 © 헤모필리아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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