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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병원은 혈우환우의 마지막 보루라는 책임감으로"

기사승인 2018.07.13  17:3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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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굿닥터] 부산백병원 박지경 교수

부산경남지역에는 약 270여 명(혈우재단 백서 기준)의 등록된 혈우병 환우들이 살고 있다. 수도권에 이어 두번째로 큰 숫자이다. 그런 만큼 종합병원 차원의 혈우병 치료 체계도 잘 갖추어져 있고 숙련된 의료진 층도 두텁다. 오늘 굿닥터 인터뷰에서는 부산 혈우병 치료와 응급상황 대처의 중심에 있는 부산백병원 소아청소년과 박지경 교수님을 만나 속속들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혈우병 환우단체인 한국코헴회의 표재근 부산경남지회장님도 동행해주었다.

 

Q. 소개말씀 부탁드립니다.

A. 부산백병원 소아청소년과 박지경입니다. 파트는 소아혈액종양으로 되어 있고 혈우병은 소아뿐만 아니라 신생아부터 어르신들까지 전 연령대를 보고 있습니다.

   
▲ 부산백병원 소아청소년과 박지경 교수

Q. 혈우병 환자를 처음 진료보신 건 언제인가요?

A. 부산백병원에서 인턴, 레지던트 하면서 처음 혈우환자를 볼 수 있었는데 전공의로서 환자를 만난 건 2000년부터, 교수로서 보게 된 건 2005년부터였습니다.
 

Q. 진료 보시면서 기억에 남는 환우가 있으시다면?

A. 기억에 남는 환우분들이 많습니다.(웃음) 경남 쪽에 사시는 한 환우분이 치질수술을 2차 병원에서 하셨는데... 어떻게 보면 혈우병 환자한테 큰 수술인데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수술을 한 거였고 출혈이 지속되어서 저희 병원에 와서 다시 수술하신 분이 계셨고요. 요즘은 유지요법이 잘되고 하니까 활동량이 많아서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었는데, 사이클 대회에 나가신 분이 계셨거든요. 사이클 대회에 나가셨다가 추월하다 넘어져서 오신분도 기억에 남구요. 또 기억에 남는 환우는 신생아였고 가족력이 있었는데 산부인과 쪽에 얘기도 안한 상태에 출산되어 나온 거예요. 신생아 황달이 있어 검사하는 과정에 위장간 출혈도 있었고 그때 물어 보니 보호자께서 혈우병 가족력이 있다는 걸 얘기해주셔서 그때 정말 놀랐습니다. 미리 얘기를 해주셨으면 대비를 했을텐데 그러지 못한 경우가 있어 기억에 남습니다.
 

Q. 최근 혈우병 응급환자의 예가 있다면?

A. 가슴 철렁한 아기의 예가 있었는데, 돌 즈음에 놀이기구를 타다가 뇌출혈이 생겨 내원해 수술을 할 정도로 큰 출혈이 있어 당시 맘 졸였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응급환자는 아니지만 응급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여기 표재근 지회장님이 기억에 남습니다. 머리가 아프시다고 하셔서 검사를 해보니 뇌동맥류가 있으셨어요. 뇌동맥류가 있으면 언제든지 큰 출혈이 발생할 수가 있으니까 다행히 늦지 않게 발견해 시술을 할 수 있었죠. (기자 : 옆에 계시지만, 지회장님의 경과는 어떤가요?) 좋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하하하

   
▲ 인터뷰 도중 웃음이 터지다. (좌측이 하석찬 기자, 우측이 표재근 부산경남지회장)

Q. 혈우병환자들이 평소에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A. 평소 관절 물리치료가 상당히 중요하죠. 제가 보는 환자분들은 주로 입원 환자분들인데 혈우재단에서 잘 받고 계시는 것 같아요. 그리고 시술이 있다던지 수술을 하신다던지 침습적 치료를 하는 경우 반드시 의료진하고 상의를 하고 하시는 게 좋습니다. 환자분들이 이런 부분들을 잘 아시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잘 실천 못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거든요. 유지요법은 워낙 잘 하고 계시니까 의료진과 상의하면서 꾸준히 잘 해 나가시리라 믿고요.
 

Q. 응급상황에 어떻게 병원측과 긴밀하게 도움을 받을 수 있나요?

A. 부산 혈우재단의원에 김선경 사회복지사님이 계신데 제가 그분하고는 다이렉트 콜을 하거든요. 응급한 상황이 생기면 김선경 복지사님께 연락을 주시면 저하고 바로 연락이 됩니다. 응급상황일 때에는 빠르게 진료가 되어야 하니까 밤이든 낮이든 전화가 오면 받고 있습니다. 저희 병원에서 정기적으로 진료를 보시는 환자가 아닌 지방의 신환자나 성인환자분들도 갑자기 병원에 오시게 될 경우, 혈우병임을 말씀하시고 주치의가 박지경교수라고 얘기해서 가능한 제가 협진 또는 개별진료를 볼 수 있도록 조치하시면 됩니다. 이런 시스템으로 응급상황 시 바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Q. 지난 5월 스코틀랜드에서 열린 WFH총회에서 기억에 남는 세션이 있었다면?

A. 궁금한 세션이 있었는데 뭐였냐면 여러 가지 새로운 신약들이 개발되고 있는데 유리한 점도 많지만 취약점이라든지 이런 부분이 있거든요. 저도 최근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해서 기억에 남는 강연이 있었습니다. 해양생물을 예로 들었는데 뼈가 없는 생물이 뼈가 있는, 말하자면 물고기가 되기까지 진화과정에 엄청난 시간이 걸렸다는 거죠.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에 빠르게 개발된 많은 혈우병 약들이 향후에 어떨 것인가, 주의 깊게 봐야한다. 이런 요지의 강의였고 여러 가지 부작용에 대한 얘기를 해주셔서 생각을 많이 하게 됐습니다. 지금 개발되고 있는 롱액팅제제나 유전자 치료요법이 핫이슈인데 과연 어떨까 저 역시 평소 궁금했던 그런 부분의 강의가 기억에 남습니다.

   
▲ 박 교수님은 새로 개발되는 혈우병 치료제들에 대한 접근이 환자를 위해 신중하고 보수적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Q. 진료시간 외에 평소 시간은 어떻게 보내시나요?

A. 평소에 진료 말고도 대학교수가 다 그렇겠지만 입원환자도 있고 학교 일도 해야 하고 연구도 해야 되고 그런데 저는 학교 일을 많이 하고 있거든요. 학생들 관련 일을 많이 맡고 있어서 강의도 하고 작은 보직을 맡고 있어서 그런 일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기자 : 취미는 어떤 게 있으신지요?) 뭔가 배우려고 하는 욕구가 많은데 시간이 별로 없어서... 최근에는 일본어를 조금 배우고 있습니다. 대학생 때 막연히 일본어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고 나이는 자꾸 먹는데 시간만 가는 것 같고 뭔가 하나 배워야 되겠다 싶어서 일본어를 시작했습니다.
 

Q. 여행 가보셨던 중에 인상적이었던 곳이 있다면?

A. 일본 교토라는 도시도 좋고요. 대만 타이페이도 좋았던 것 같아요. 도시가 깨끗하고 언어가 비교적 잘 통하고 먹을 것도 좋았고요.(웃음) 쾌적한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Q. 좌우명이 있다면?

A. 맡은 일을 충실히 하자. 그게 제 좌우명입니다. 제가 맡은 환자이니까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환자분들께 최선을 다해서 충실히 하는 게 당연하죠. (표재근 지회장 : 얼마 전 뇌동맥류 치료로 20일 정도 입원했었는데 미안할 정도로 교수님께서 여러 가지 신경을 많이 써주셨습니다.)

   
▲ 인터뷰를 위해 얼마 되지 않는 점심시간을 기꺼이 할애해 준 박 교수님

Q. 학회 활동은 어떻게 하고 계시는지요?

A. 혈우병연구회 소속으로 혈우병 담당하시는 선생님들과 비교적 자주 만나는 편인 것 같습니다. 어떤 소모임이라기보다 심포지엄에서 만나고, 혈액종양 파트는 인원이 별로 안 되기 때문에 그 쪽(혈우병연구회)에서 자주 만나게 되네요.
 

Q. 부산지역 혈우병 치료환경을 어떻게 평가 하시나요?

A. 의원급과 종합병원이 고르게 발전하고 상호작용도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어떻게 보면 우리 종합병원들이 부산지역에서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마지막 보루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굉장히 많이 쓰고 있는 편입니다. 재단의원에서, 외래에서 할 수 있는 건 하고, 응급상황이 있으면 저에게로 오시기 때문에 굉장히 책임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강동경희대병원 박영실 교수와 친하기 때문에 서로 환자치료에 대해서 상의할 부분이 있으면 상의도 하고 있습니다. (기자 : 박영실 교수님과 어떻게 친분이 생기셨나요?) 펠로우 때 여의도성모병원에서 근무한 적 있었는데 그때 박영실 선생님과 같이 있었고 지금 와서 보니까 또 같이 혈우병 파트를 맡고 있네요.(웃음) 학교는 달라도 동기예요. 경북대 김지윤 교수도, 전남대 백희조 교수도... 동기들이 공교롭게도 지역별로 있네요.

   
▲ 5월 스코틀랜드 WFH총회에서 김지윤 교수님과 함께

Q. 한국 혈우사회에 보내는 메시지와 환우들에 대한 응원 부탁드립니다.

A. 부산백병원 소아청소년과 박지경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주로 부산, 경남지역의 혈우병환자들을 보고 있고 어린이에서부터 어른까지 담당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혹시라도 응급한 상황이 되시면 혈우재단의원의 복지사분을 통해서 제가 연락을 받을 수 있으니까 주저하지 마시고 복지사분께 연결하셔서 연락을 해주시면 저희가 빠른 시간 안에 진료를 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외 여러 지역 의료진들이 많이 신경을 쓰고 있으니까 어떤 어려움이 있으면 꼭 도움을 요청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아하, 학술대회에 가거나 식사 자리에서도 박지경, 박영실, 김지윤 교수님과 같은 젊은 여성 교수님들이 서로 더 각별해 보이는 것에 이유를 구할 수 있었던 인터뷰였다. 어떤 보이지 않는 에너지가 이 멋진 동기 교수님들을 헤모필리아라는 울타리 안으로 이끌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의 혈우환우와 가족들 입장에서는 향후 혈우사회를 이끌어 갈 든든한 차세대 스마트 엔진을 얻었다는 점에서 더없는 행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혈우병 그 자체만이 아닌 환우와 가족의 마음을 치유하고 응원하는 이들 여성 의사들에게서 온기와 고마움을 느낀다는 환우들의 평이 많다. 소중한 시간 내어 이야기를 들려준 박지경 교수님께 마음 깊이 감사를 전한다.

   
 

[헤모라이프 하석찬 기자 / 사진 영상 김태일 기자]

 

하석찬 기자 newlove8@hanmail.net

<저작권자 © 헤모필리아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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