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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우병, 꼭꼭 숨기고 있어야 할 비밀인가?

기사승인 2018.07.06  23: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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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가 하지 못했던 말, 혈우병과 비밀

종종 혈우병은 아주 몹쓸 병으로 간주되곤 한다. 특히 어머니들이 아들이 혈우병이라는 사실을 감추려고 하는 것을 보자면 더더욱 그렇게 생각된다. 물론 그들이 겪었을 죄책감이나 심한 심적 고통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때때로 혈우병이라는 사실을 꾹꾹 감추기만 하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미국의 ‘카잔드라’씨는 중증 혈우병 아들 2명을 낳을 때까지 자신이 혈우병 보인자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누군가는 알고 있었지만 말하지 못한 것들, 그것에 대한 원망, 앞으로의 행동들이 모두 중요한 것이다.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부모님이 가졌던 비밀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하자.

#  #  #

기억이라는 것은 어떤 것들은 생생하게 떠오르는 한편 어떤 것들은 사라지기 마련이다. 나는 20년전 일어난 일들을 단지 몇 초 전에 일어난 것처럼 내 마음속에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그것들은 좋은 일이기도 하지만 어떤 것들은 기존의 경험에 의심을 가지게 할 정도로 가슴 아픈 기억이기도 하다.

   
▲ 보통은 괴로운 과거는 비밀로 숨기기 마련이다. 카잔드라의 어머니도 마찬가지였다.

나의 장남 ‘줄리안’이 1996년 6월에 태어났을 때 혈우병 진단이라는 것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그는 출생 후에 포경수술을 받았다. 간호사가 수술 후 30분만에 그를 데리고 올 때까지 아무런 걱정이 없었지만 그의 기저귀에는 피가 가득했다. 결국 간호사는 다시 그를 데리고 갔다.

간호사가 떠나기 전, 나의 어머니는 병원에서 혼자 있는 것처럼 조용히 나를 쳐다보면서 말하였다. “설마… 혈우병인가?” 갑자기 간호사는 당황해 했다. 나는 어머니에게 “혈우… 뭐요?(Hemo-What?)”라고 되묻는 순간 간호사가 방을 나갔고 이후 대화는 중단되었다. 다음날 의사팀이 나에게 말하였다. “부인, 당신의 아들은 중증 혈우병 환자입니다.” 의사들이 방에서 나가고 난 뒤 어머니는 나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렴.” 나는 어머니에게 물었다. “무슨 뜻이에요?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니, 난 그렇게 비밀로 할 수 없어요.”

나는 그 당시의 혼란 때문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 어머니는 이 사건 이후 5주 후에 돌아가셨고 그녀가 지키려고 했던 오빠의 탄생의 비밀을 알아내는 데에 10년이나 걸렸다.

2006년 1월에 태어난 나의 전사 ‘케렙’이 중증 혈우병 진단을 받았을 때 그제서야 내가 보인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1996년도에 어머니가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나는 더 이상 나의 가족의 비밀이 영원히 남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이 비밀을 알아내는 데에는 전화 한통으로 충분했다. 나의 이모 ‘메리’는 나의 오빠가 태어났을 때 심하게 상처가 났던 기억이 있다고 나에게 말했다. 그 말을 듣고 난 후 곧 나는 그가 혈우병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전화 통화 이후 의사와의 많은 대화를 통해 나의 오빠가 혈우병 합병증으로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 살면서 지켜야 할 비밀이 있기 마련이지만... 어떤이에게는 그 비밀이 큰 고통이 될 수도 있다.

‘로날도 줄리안 캄포스’는 1962년 5월 23일 남부 텍사스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나는 우리 아버지가 그를 껴안고 부비는 아름다운 장면을 상상했다. 그리고 기쁨에 겨워 아들을 안고 있지만 두려운 눈빛을 한 어머니의 얼굴도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었다.

우리의 부모님은 그가 가진 시간이 5일뿐이라는 사실을 알 턱이 없었다. 로니(로날드의 애칭)는 1962년 5월 28일 사망하였다. 나는 아직도 해답보다는 질문이 더 많은 사람이지만 오랜 시간 살아오면서 그를 잊어버리지 않는 것이 나의 임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로니는 여기에 있었고, 그의 삶은 우리에게 중요한 것이었다.

   
▲ 카잔드라씨가 소개하는 혈우병 이야기

카잔드라 캄포스 맥도날드는 출혈 장애가 있는 가족을 위해 동기를 부여해주는 강사이자 작가, 그리고 환자 대변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중증 혈우병이자 항체 환자인 두 아들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를 작성하고 수 많은 발행물에 대한 기사와 블로그 글을 썼습니다. 카잔드라의 오빠인 로날드 줄리안 캄포스는 유아시기에 혈우병 합병증으로 사망했습니다. 그녀는 현재 남편인 조 맥도날드, 그리고 혈우병 항체 아들인 줄리안(21세), 케렙(12세)과 함게 뉴 맥시코의 리오 랜초에서 살고 있습니다.

[헤모라이프 황정식 기자]

 

황정식 기자 nbkiller@hanafos.com

<저작권자 © 헤모필리아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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