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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모필 Movie Feel> “니모를 찾아서”

기사승인 2018.05.30  23:3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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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혈우사회인이 쓰는 '응고되지 않은' 영화평, 예순 네번째

   
▲ Finding Nemo (2003)

이 영화가 세상에 나온 지 15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지금까지 회자된다는 것은 그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란 방증이 아닐까. 이 이야기는 세상을 구원하는 위대한 영웅의 서사시도, 화려한 액션으로 무장한 영화도 아니다. 그저 잃어버린 아들을 찾아 나선 아버지와 그 아들의 이야기일 뿐이지만, 그 속엔 역경을 딛고 성장하는 서사적 면모와 화려한 액션 부럽지 않은 아름다운 바닷속 풍경이 가득하다.

영화의 제목인 니모를 찾아서 에서 유추해 볼 수 있듯, 이 이야기는 니모와 그 니모를 찾아 나서는 아버지 말린의 이야기다. 흰동가리 말린이 아내와 함께 알에서 깨어날 수많은 자식을 바라보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때, 꼬치고기의 습격으로 아내와 알들을 잃고 만다. 그 과정에서 유일하게 남은 하나의 알에서 태어난 니모는 당시의 사고 때문이었는지 한쪽 지느러미가 작은 선천적인 장애를 안고 있다. 당시 사고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일까, 말린은 니모에게 위험한 것은 피하라며 과보호에 집착한다.

   
 

대양에 나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위험한 일에 처할지 모른다며 니모를 학교에 보내는 것조차 꺼린다. 한창 호기심 많고 왕성한 니모에게 있어 아버지의 이러한 과보호는 도리어 니모의 반항심을 불러일으켰고 그로 인해 인간의 배에 접근했다가 인간에게 잡혀버리고 만다.

말린은 니모를 찾고자 인간의 글을 읽을 수 있는(하지만 기억력이 무척 짧은) 도리와 함께 아들을 찾아 대양 너머의 시드니로 향한다. 한편 시드니의 치과에 있는 수조에 갇히게 된 니모는 그곳에 있던 다른 물고기들의 도움을 받아 장애를 딛고 스스로 일어서는 법을 배워나가기 시작한다.

   
 

영화에선 장애를 가진 니모와 그러한 자녀를 과보호하는 말린의 시점을 통해 두 인물들의 성장을 그려나간다. 수조에 끼여 도움을 요청하는 니모에게 수조의 대장 길은 스스로 들어갔으니 스스로 빠져나오란 말을 한다. 니모는 자신은 선천적으로 한쪽 지느러미가 작아 그럴 수 없다며 가능성을 부정하는데, 니모의 이런 면모는 우리 혈우 사회의 아이들과도 닮아있다. 어릴 적부터 혈우병이 있으니 격렬한 운동을 피해야 하고, 조심하는 것이 좋단 말을 들으며 자라다 보니 자신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임에도 할 수 없다고 단정지어 버리는 경우가 종종 생기는 것이다.

물론 몸에 부담이 가지 않도록 조심하고 위험에 대비하는 것은 바람직한 태도지만, 그러한 태도가 자칫 아이를 소극적이거나 자신감을 잃게 만들 수 있다는 점 또한 인지해야 한다. 조심해야 하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은 분명 커다란 차이가 있다. 극 중 길의 말처럼 포기하지 않고 내가 처한 상황에서 무얼 할 수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는 자세 또한 중요하다는 것이다.

   
 

재미있게도 '니모를 찾아서'에선 이러한 장애가 있는 니모의 성장 뿐만 아니라 아버지 말린의 성장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과거 자식과 아내를 잃은 아픔과 아이의 장애에 대한 과도한 애정이 과보호로 이어져 아이의 가능성을 부정하고 ‘넌 할 수 없다’라고 외치던 말린이 대양을 건너며 만난 많은 이들의 모습을 보고 성장해 가는 것이다. 그리고 니모의 성장을 막아 오던 것은 니모의 작은 지느러미가 아닌, 넌 할 수 없다고 말하는 말린 자신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렇기에 니모에게 어떤 일도 일어나게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단 말린의 말에 ‘그것참 웃기는 약속이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니모의 삶엔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거잖아.’란 도리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식들이 준비됐는지 어떻게 아느냐는 물음에 그건 자식이 알게 됐을 때 부모도 알게 된다는 바다거북이 스쿼드의 말처럼 장애에 대한 극복은 부모가 이루어 주는 것이 아닌 자녀 스스로의 몫이기 때문이다.

   
 

혈우병을 앓고 있는 본인도, 혈우 자녀를 가진 부모들도 자신의 앞날과 자녀의 앞날이 어떠할진 알 수 없다. 하지만 극 중 도리의 ‘그냥 계속해서 헤엄쳐(Just keep swimming)’란 말처럼 계속해서 헤엄쳐 나가다 보면 어느새 성장해 있는 우리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지 않을까. 점점 더워지는 여름에 가족들과 함께 시원한 바닷속으로 니모를 찾아 떠나 보는 건 어떨까.

[헤모라이프 정강훈 평론가]

 

정강훈 평론가 hun@hemophilia.co.kr

<저작권자 © 헤모필리아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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