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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코멘터리] 이 친구야, 말 좀 들어라 ⑨약속 지키지 않는 ‘엉뚱이’와 ‘제약사’

기사승인 2015.12.21  06:5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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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내가 얼마나 많은 약속을 하고 있고, 또 얼마나 많이 그 약속을 지키고 있을까? 요 며칠간 이같은 형이상학적 정체성이 나의 지적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하고 있어. 나름 심각한 장벽에 부딪히면서 갈등이 생긴거지. 뭐냐고? 음. 그러니까 최근에 여친 ‘엉뚱이’의 인터넷 댓글에 흥미를 갖고 이곳저곳에 남겨진 흔적들을 하나씩 찾아보는 재미에 빠졌거든. 근게 그게 화근이 될줄이야...

   
▲ 여자인사람, ‘엉뚱이’의 이해를 돕고자 인터넷에서 퍼온 사진 ⓒ인터넷

아참~ 아직 ‘엉뚱이’가 누군지 모르는 독자가 있을까? 모르는 분들을 위해 친절하게 설명을 한번 더 하자면... 엉덩이가 큰 내 여자사람 친구의 별명이야. 즉 여친을 말하는 거지. 참고로 가슴 사이즈는 ‘75A’보다 더 작은 거 같아. 측정 해 보지 않았지만 외투 입고 있으면 어디가 앞이고 어디가 뒤인지 잘 모르겠더라고. 조금 과장하자면 그냥 단추 달린 곳이 앞이구나... 내지는 신발방향을 보고 어디가 앞인지 알 정도니까... 크크

하여간~ 온라인 쇼핑몰에 남겨진 엉뚱이의 후기를 찾아보며 무엇을 샀고 또 어떤 취향을 갖고 있는지를 알 수 있거든. 꼬박꼬박 후기를 남기는 엉뚱이의 댓글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어. 마치 문틈 사이고 첫날밤 대사(?)를 치루는 신랑신부를 보는 듯 말이야. 크크.

그런데 얼마 전에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는 느낌을 받았어. 헉! 아 글쎄... 엉뚱이가 남긴 여행후기를 보게 됐는데... 헉!... “흰 눈 덮인 설원을 그와 함께 스키를 타고~” 아... 이건 뭐지... 난 출혈될까봐 스키 같은 건 타 보지도 않았는데... 이게 뭐람... 제길!

   
 ▲눈씻고 읽으려하지 마시오. 예시로 붙여 놓은 댓글임. 원본 아님.

첨엔 설마 엉뚱이가 아니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결정적인 단서가 댓글에 남아 있지 뭐겠어... 엉뚱이가 즐겨 사용하는 이모티콘이 있는데 ‘까똑~깨똑’ 보낼 때 버릇처럼 쓰는 이모티콘... 그게 그 문제의 댓글에 달려있던 거였어. ㅠㅠ 여기에 더 하여~ 습관적으로 틀리는 맞춤법... ‘~습니다.’를 ‘~읍니다.’로 쓰는 습관. 게다가 포탈 사이트에서 사용하는 똑같은 아이디... 이게 아주 결정적이었지.

옛날에 엉뚱이와 약속한 게 있는데, 그건 내가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거였어. 엉뚱이는 내게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거였고. 소소한 거짓말은 기분이 나쁘지만 금방 잊혀지지. 그런데 엄청난 거짓말은 입이 다물어지지 않고 밤잠을 설치게 하더라고. 이걸 말해야 하나 하지 말아야 하나... 거의 한 달간 고민하다가 보니 최근에 ‘이 친구야, 말 좀 들어라’ 연재 글 쓰는 것도 벌써 한 달쯤 손에 잡히지 않았던 거 같어.

그 큰 일(?)이 있을 후 한 2주쯤 ‘기억 지우기’ 신공과 ‘세척 마인드 콘트롤’을 1:1 비율로 섞어서 무언수행을 했지. 엉뚱이에게 티 안내고 아주 힘겹게 2주를 보냈어. 가끔 만날 때 마다 좋은 생각만하고 좋은 것만 이야기하고 좋은 것만 먹고... 문득 꿀꿀한 기억이 떠오르면, 좋은 기억 떠올리게 해달라고 조르기도 하고... 그렇게~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어~ 졸졸졸~ 시냇물이 흐르듯~ㅋ. 한 달쯤 되니까 이제 심리적 안정기로 접어든 거 같아. 다행이지 뭐야...

그런데... 내가 미쳤나 봐...!
어렵게 지웠던 그 기억을 뒤로하고... 또 다시 댓글 검색에 나선거야... 이번엔 구글링으로 말이지.

   
 ▲바로 그 모텔 광고 모델 신동엽 ^^ ⓒ

잠시 후, 이번엔 ‘쿵...’하고 내려앉는 게 아니라, 와장창 쨍그랑~ 푸웅~ 슝슝~ 빠샤~ 꽝! 이런 느낌을 받았어. 개그맨 신동엽이 광고하는 사이트 있잖아. ‘여기저기어때(?)’라는 사이트 말이야. ㅠㅠ 그곳에 엉뚱이의 댓글이 달려있는 게 아니겠어? 화들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지. 어찌 이런 곳까지 댓글을 달아 놨을까? “10번 이용하면 1번이 공짜네요. 그래서 이번엔 무료로 다녀왔읍니다. 근데 여긴 별로였읍니다. =^^=” 틀린 맞춤법에다가 엉뚱이표 이모티콘까지~ 댓글에 떡! 하니 달려 있는 거야.

이번에 도저히 어찌할지를 모르겠더라고. 댓글 후기를 보니 날짜까지 고스라니 적혀 있던데, 내 수첩에 적힌 메모에는 그날 엉뚱이는 자기 언니랑 부산 친적집에 간다고... 그렇게 내게 이야기 하곤... 결국 부산 친척집이 아닌... 여기저기어때~를 나녀왔다는 거~ 아... 거짓말 하지 말라고 그렇게 이야기 했건만. 약속 지키지 않은 엉뚱이는 오늘부로 땡이야...땡!

◇ 약속 지키지 않는 ‘엉뚱이’와 약속 지키지 않는 ‘기업’

혈우사회에 여러 기업들이 옹기종이 모여 고스톱을 치듯 자기 패를 감추고 남의 패를 힐끗힐끗 쳐다보고 있지. 대표적 국내기업으로는 녹십자, 그리고 수입공급하고 있는 한독, 화이자, 박스앨타, 노보노디스크. 기업은 경제원리로 움직이는 것이고 최대 이윤창출을 위해 존재한다는 걸 잊어선 안 돼. 그렇게 생각한다면 녹십자는 사회복지재단을 설립하고 사회환원 사업을 있으니 나머지 기업들 보다 혈우사회에 역할은 하고 있다고 생각 돼. 물론 환우들마다 제각기 생각을 다르겠지만 말야.

일단 어느 기업이 얼마나 좋은 치료제를 갖고 있는가? 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는 기업의 마인드가 중요하다고 생각되거든. 중요한 건 약속을 지키는 기업인가 아니면 약속을 농담처럼 생각하고 ‘되면 되는 거고 안 되면 마는 거’라는 식으로 일 처리를 하고 있는 기업인가를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

도마 위에 하나씩 올려 보고 생각해 보자고. 녹십자 박스앨타 화이자 한독 노보노디스크...
어떤 기업은 “난 환자들과 약속한 게 없으니까 안 지킨 것도 없어”라고 말 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더 나빠. 애초 ‘우린 약속을 못 지키는 기업’이니까 약속을 안 한다고도 생각될 수 있으니까.

지금까지 짱구는 더 낳은 치료제, 환자편리성이 높은 치료제에 높은 점수를 줬거든. 그래 그건 사실이야. 그게 좋은 치료제라고 생각하니까. 그런데 기업마다 여기에 마이너스를 해야 할 부분이 있어. 그것은 ‘신뢰’할 수 있는 기업이냐? 아니냐? 라는 것이지. 약속해 놓고 나몰라라~ 그리곤, 나중에 ‘이래 이래해서 그랬다~’라는 식으로 ‘나중에 풀면된다...’라고 생각한다면 그만큼 마이너스될 부분이 커지는 거고.

어떤 회사는 치료제가 조금 딸리(?)는 것 같지만 담당 직원들이 인간적이잖아. 또 어떤 회사는 자기네들 치료제가 다른 곳보다 좋다고 자만에 빠져서 약속이고 뭐고 헌신짝 버리듯 하는 곳도 있고. 어느 회사는 자기네 들이 투명 인간인 듯 숨바꼭질 놀이하는 것도 아니고 뒤에 숨어서 눈치만 보는 곳도 있고. 여기에 더해서 어떤 곳은 쥐 죽은 듯 양지를 위해 음지에서만 활동하는 곳도 있고 자기네들이 무슨 국정원 직원도 아니고. 두더지인가? 회사마다 지향하는 게 다르다 보니 어느 곳은 환자(?)를 환자취급(?) 하고.

지금 잘 나가는 회사가 끝까지 잘나간다는 보장할 수 있나요? 안 그래요?

-돌아온 짱구

※ 돌아온 짱구 소개

저는 혈우병(혈우병A, 중증)을 가진 청년입니다. 혈우 후배와 친구들에게 치료 경험을 소개하여 건강한 혈우사회를 이룩하고자 매주1회 정도 기고하려고 합니다. 서술한 내용은 실제 치료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된 것이며 의료적인 부분은 혈우병 전문의사에게 조언을 구한 것입니다. 그러나 환자별 특성 및 치료방법, 생각 등이 다를 수 있기에 의료자문은 자신의 치료병원에서 전문의와 상의하기를 권해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돌아온짱구 hemo@hemophil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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