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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FH총회, 'Give & Take'

기사승인 2018.05.13  14:3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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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 글래스고 미리보기 5] 총회 스폰서와 제약산업

2년에 한번씩 열리는 전세계 혈우병 및 출혈질환 공동체의 축제, 세계혈우연맹총회(WFH World Congress / 제33회)가 올해에는 5월 20일부터 24일까지 스코틀랜드의 글래스고에서 열린다. 총회 현장에 직접 참가하는 환우가족과 관계자들에게는 충분한 사전정보가 되기 위해, 현장에는 가보지 못하지만 인터넷과 지면을 통해 총회에서 나오는 최신지견을 접하고자 하는 혈우사회 구성원들을 위해 '2018 글래스고 미리보기' 연재를 8회에 걸쳐 이어간다.

1. 개최도시와 컨벤션센터
2. WFH와 총회
3. 학술대회
4. 부대행사
5. 총회 스폰서와 제약산업
6. 주목할만한 세션
7. 한국 참가단의 활동
8. WFH와 한국혈우사회

 

 

 
▲ 2016년도 WFH총회 개막식에서 후원사 소개가 있었다. (슬라이드에 띄워진 3개사 중 2개사가 2년 사이 다른 회사로 인수합병되어 이제는 다른 명칭으로 불리게 된 걸 보면 혈우병 관련 제약산업이 얼마나 활발하게 꿈틀거리는지 알 수 있다.)

WFH총회엔 매 회 약 5,000여 명의 관계자가 참석해 일주일 가까운 긴 기간동안 학술대회와 문화행사를 비롯한 다채로운 활동과 교육의 기회를 갖게 된다. 다른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실로 어마어마한 규모가 아닐 수 없다. 그럼 세계 최대의 혈우병 공동체 행사인 이 WFH총회를 개최하는데 필요한 막대한 재원은 어디서 나올까? 

기본적으로는 모든 참가자가(가난한 나라의 환자가족이 주최측의 특별 프로모션으로 초청되는 경우를 제외하고) 지불하는 등록비로 충당된다고 할 수 있다. 환자가족의 경우 최소 180달러부터 의료진의 경우 최대 1,428달러까지 등록비를 지불하는데, 이 금액만으로 총회의 모든 준비가 이루어지진 않는다. 

   
▲ 올해 WFH총회의 공식 후원사들. 역할과 후원규모에 따라 등급을 구분했다.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 WFH는 여러 경로를 통해 후원을 받게 되는데 이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혈우병 치료제를 연구, 생산하는 제약회사이다. 전세계 출혈질환 관계자가 한데 모이는 빅 이벤트를 후원하면서 회사의 브랜드가치와 약품의 효능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계기로 삼는 것이다. 그저 인도적 차원에서 조건 없이 지원한다고 보기에는 혈우병치료제 시장 자체가 그리 순수하지도, 순수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오히려 회사간 솔직하고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약품의 발전속도를 올리고 전체 혈우병사회 활동에도 혜택이 돌아가는 형태는 바람직해 보인다.

<WFH의 기본 후원형태>

총회가 2년마다 열리는 가장 큰 이벤트이기는 하지만 WFH는 이밖에도 평상시 운영을 위해 많은 규모의 후원금을 조성한다. 기본적으로 개인과 단체의 일시후원, 정기후원을 받거나 멤버쉽 프로그램을 통해 사업자금을 마련한다. 또한 글로벌얼라이언스(GAP), 트위닝 프로그램 등 굵직한 글로벌사업에 대해서는 사업마다 후원사를 모집해 그 부분의 예산을 전담하게 한다. 

   
▲ WFH 홈페이지의 개인 및 단체후원 창

<WFH총회의 후원사들>

빅 이벤트이니만큼 혈우병과 관련된 모든 제약회사들이 총회의 스폰서로 붙는다. 우리에게 익숙한 회사들도 있고 전혀 생소한 이름들도 많다. 특히 혈우병의 유전자치료 등 기존 응고인자 보충요법 외 새로운 개념의 치료법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관련 신약을 출시하거나 연구중으로 알려진 회사들이 새롭게 후원리스트에 얼굴을 내밀고 있어 흥미롭다. 

이렇게 총회 개최에 재정적 파트너 역할을 한 후원사들에게는 크게 두가지 베네핏이 주어지는데, 전시관(Exhibition Hall) 내 홍보부스 배정과 찬조심포지엄(Satellite Symoposia) 개최가 그것이다.

   
▲ 2016년 총회 홍보부스에서 한국코헴회 이남일 간사가 새로 출시된 올인원 시린지를 시연해보고 있다.

홍보부스는 흔히 박람회장에서 볼 수 있듯 해당회사의 활동과 제품에 대해 알리는 홍보거점 역할을 한다. 갖가지 브로슈어나 판촉물을 통해 정보를 제공하고 참가자들이 다이나믹한 체험활동을 할 수 있도록 꾸며 놓는다. 물론 주사제 투여를 체험할 수는 없지만, 퀴즈나 영상을 통해 치료제에 대해 정보를 얻거나 새로 적용된 주사키트를 시연해 볼 수도 있다. 또한 휴식과 대화를 위한 공간을 제공하기도 하고 커피와 음료도 서비스한다. 환자를 상대로한 직접적 약품홍보가 법적으로 제한된 국가에서 총회가 열릴 때에는 이 홍보부스의 역할도 덜 적극적인 형태로 바뀌는 게 재밌다.

   
▲ 2018년 총회의 홍보부스 리스트. 제약회사 뿐만 아니라 국제학회 및 몇몇 국가의 혈우병협회(보통 차기 총회 개최지 또는 후보지)도 부스를 배정받아 운영할 예정에 있다.

찬조심포지엄은 후원사 주최로 열리는 심포지엄인데, 자사의 연구와 약품에 대한 정보를 아주 적극적으로 제공한다. 최신 임상시험 결과를 처음으로 발표하는 자리로 삼기도 하며 경쟁 제품과의 비교연구를 통한 자사 제품의 우수성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두 차례 이상 심포지엄을 배정받은 후원사는 여유롭게 그 중 하나를 자사 홍보와는 무관한 '혈우사회의 최근 동향'과 같은 주제로 기획해 공익을 추구하려는 모습도 눈여겨 볼만 하다. 마찬가지로 규정이 엄격한 나라에서는 약품에 관한 자료가 노골적으로 얘기되는 일부 심포지엄에 대해서는 환자와 가족의 참관에 제한을 걸어두고 있다.

   
▲ 2016년 노보노디스크사 주최로 열렸던 찬조심포지엄의 한 장면

이 두가지와 별도로, 후원사들은 출혈되거나 예방요법을 필요로하는 환자들이 총회장 내 치료실에서 약을 투여받을 수 있도록 자사의 약품을 무상기부하고 있으며, 일반 학술세션에서도 회사가 지원하거나 직접 진행하고 있는 여러 프로그램과 임상시험에 대한 수많은 데이터를 접할 수 있다. 총회 일정관리와 메신저 기능을 하는 어플리케이션을 제작해 배포하는 제약사도 있고, 참가자들이 달고 다니는 명찰과 패키지 가방에도 빠짐없이 후원사의 로고가 눈에 띄게 박혀 있다.

   
▲ 2018년 총회의 찬조심포지엄(Satellite Symoposia) 시간표

이렇듯 총회라는 큰 행사를 치르기 위해 내로라 하는 글로벌 제약회사들이 중요한 기능을 하고 천문학적인 액수를 쏟아붓는데, 그 '역할론' 못지 않게 지나칠 정도로 후원사 중심으로 총회가 진행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오는 게 사실이다. 그런 우려가 꼬리에 꼬리를 물어서 '혈우병 완치기술이 있더라도 제약회사들이 과연 완치제를 만들것인가'하는 다소 음모론적인 냉소도 있는 것이 사실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그 너머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 좋건 싫건 첨단자본주의 시대를 살고 있는 혈우사회의(적어도 공공의료를 통해 인간다운 삶을 추구해야 하는 환우사회의) 세련된 의식 아닐까 싶다. 맞다. WFH도, 2년마다 있는 총회도, 그리고 가까이는 한국 혈우사회도 제약산업의 이윤창출과 그로 인한 연구투자, 사회환원 없이는 유지되기 어렵다. 긴밀한 협력관계를 가지고 있다 하겠다.

다만 그 협력이 기형적으로 어느 한쪽의 산업에 힘을 싣거나 환자와 가족을 그저 매출의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것이 아니라, WFH가 말하는 핵심슬로건 '모두를 위한 치료'(Treatment For All)를 위해 치료수준을 상향평준화하고 제약산업의 발전이 전체 공동체를 윤택하게 하면서 새로운 치료단계로 올라서게 하는 선순환구조의 모습을 완성해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 구성원들이 어떠한 지점을 보완해야 하는지 이번 글래스고 총회가 '답'까지는 아니어도 작은 '힌트'가 되어주길 바란다.

   
 

[헤모라이프 김태일 기자]

 

김태일 기자 saltdoll@newsfin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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