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 임상에 참여한 후, 그가 느낀 건?
벗꽃이 가득했던 나무가 어느새 초록의 잎들로 뒤 덥혀 버렸다. 햇살도 어느 순간 따갑게 느껴졌고 오락가락 하는 날씨에 아직 일교차는 있지만 한 낮에는 여기저기 반팔을 입고 다니는 젊은 친구들도 눈에 자주 띤다. ‘젊은이’란 저런건가~ 잠깐의 부러움과 지나간 시간이 아쉬워졌지만 지금 순간을 즐기기에도 시간은 모자란다.
오늘 번.불.콩(번개불에 콩 볶듯 갑자기 이뤄진 인터뷰)으로 만나 볼 환우는 지난달 말 대전에서 열린 <한국코헴회 2018년 임시 대의원 회의>에 참석한 강원지회 지회장이며 혈우병 환우로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최초로 성화봉송 주자로 활약한 길명배(8인자 중증)환우다.
그는, 많은 환우들이 관심 갖고 있는 롱액팅(반감기가 긴) 혈우병 치료제에 임상투여를 참여했고, 지금도 계속 롱액팅 치료제를 투여하고 있다. 오늘 그에게서 롱액팅에 대한 이야기를 ‘번불콩(갑자기 진행된)’인터뷰를 통해 들어보도록 하자.
편집주 – ‘롱액팅’은 반감기가 길어진 혈우병 치료제로써, 혈우병 환우들의 예방요법 시 기존의 치료제 보다 투여횟수가 줄어들게 되는 치료제를 말한다.
▲한국코헴회 임시대의원회의 겸 대의원워크샵 이틀째 날, 조찬을 나누며 길명배 지회장과 인터뷰를 나눴다. |
롱액팅 얘기 좀 해주세요?
명배 씨 : 좋아요. 정말 좋아요. 제가 우리나라에서 시판되고 있는 약은 다 맞아봤어요. 물론 개인차가 있다고는 하는데, 제가 써본 예전 약들은 (지혈) 반응속도가 좀 늦고 용량이 작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 약은 맞고 나서부터 거의 큰 출혈이 없었어요. 수치가 어떻게 비교되는지 정확하게 모르겠는데, 전에 제가 맞았던 약의 활성도랑 지금 맞고 있는 약의 활성도 수치는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몸이 느끼는 반응 정도는 확실히 차이가 있어요.
며칠에 한 번씩 예방하고 용량은 어떻게 되나요?
명배 씨 : 일주일에 두 번씩 맞고 있고요. 용량은 50IU로 높게 고용량으로 맞고 있어요. ‘고용량으로 맞으니까 당연히 효과가 있지 않겠냐’라는 분들도 계시는데, 솔직히 그것도 부정할 수 없는 거 같아요. 이 치료제가 정식 시판됐을 때, 당장 현실적으로는 50iu 맞을 수 없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 의문점이 들기도 해요. 하지만 예전에 약들도 대용량으로 맞았을 때 이런 효과를 못봤기 때문에 비교하자면... 몸이 느끼기엔 효과는 분명히 있는 거 같아요.
언제부터 롱액팅을 사용하기 시작했어요?
명배 씨 : 제가 2상임상 때부터 참여했던 걸로 기억해요. 임상을 참여한 건 꽤 길었는데 (지금까지) 2년이 넘은 것 같아요. WFH 2016년 올란도 학회 전부터 임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최소한 3년은 된 거 같아요. 너무 오래전이라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네요.
임상기간동안 큰 출혈 증상은 없었나요?
명배 씨 : 네, 전혀 없었어요. 그 전에는 힘들 정도로 출혈이 진짜 많았어요. 음 이런 느낌은 환우들만 느낄 수 있는 건데~ ‘출혈이다~’싶을 때 쯤이면 없어져요. 실제로 롱액팅을 사용하기 전에는 결근도 엄청 많이 했었는데, 롱액팅 사용하고 나서부터는 결근을 해 본적이 없어요.
발목 상태가 안 좋아 보이던데요?
명배 씨 : 네... 지금 상태가 안 좋아요. 출혈과 관절 상태는 반비례한다고 보면 될 거 같아요. 워낙 관절상태가 안 좋아져 있는 상태에요.
발목 인공관절 수술 계획은 있는지?
명배 씨 : 일단은 올 겨울에 계획을 잡고 있어요. 출혈은 없는데 통증이 계속 있으니까 그것을(통증) 좀 없앨 수 있는 정형외과의 정확한 진단을 받아봐야 알겠지만, 올해를 넘기면 안 될거 같아요. (진단은 한 번도 안 받아봤어요?) 경희의료원에서 양쪽 무릎 수술을 다 해주신 교수님께서 (진료 받아봤어요) 제 발목 상태를 보시고 “정말 많이 안 좋은데, 아직 나이가 젊으니까 쓸 때까지 써보고 굳히자”라고 하시더라고요. 발목 인공관절 수술 케이스가 워낙 없다보니까 그러신 거 같아요.
▲ 길명배 강원지회장의 계획을 영상으로 촬영하고 있는 모습, 내용은 아래의 영상 참고 |
선생님 말씀처럼 관절 수술을 최대한 미루는게 좋을까요?
명배 씨 : 개인적으로 일부분은 동의하고 있어요. 전문가가 그렇게 말했을 때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겠다 싶어요. 무릎 수술은 제가 워낙 급하다고 해서 받은 거 였어요. 발목 관절경은 이미 늦은 상태고 인공관절 수술 케이스는 많지 않고, 그렇다고 굳히기에는 시기가 이르다고 생각을 하시는 거 같아요. 그래서 최대한 버틴다는 게 올 겨울쯤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얼마 전에 평창 올림픽 성화 봉송 주자로 뛰신 이후로 주변 변화는 있었어요?
명배 씨 : 아뇨. 특별한 변화랄게 전혀 없었어요. 워낙 제가 활동적인 축에 속하다 보니까 주변 분들도 크게 놀라지도 않던데요. 봉송 이후 바로 일상생활로 복귀했어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얘기 좀 해주세요.
명배 씨 : 올해로 서른 살이 되었어요. 남자 나이 서른이라면 결혼에 대한 계획을 꿈꾸지 않을까 싶은데, 저도 마찬가지로 결혼을 해야겠다고 하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고요. 현실적으로의 계획은 다니고 있는 회사를 잘 다녀서 돈 많이 버는 게 계획이죠. 그래도 가장 중요한 계획은 건강관리를 해야 하는 것도 앞으로의 계획일거 같아요. 제가 계획을 구체적으로 써 놓고 실행을 하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즉흥적으로 미래의 계획보다는 당장 앞에 있는 계획을 수행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남들처럼 40대는 뭘 하고 50대는 뭘 해야 하는 게 아니라 (계획에 대해) 크게 생각해 본 적도 없고 딱히 잡아 둔 것도 없어요.
예전엔, 잦은 출혈로 직장 생활에 지장을 줄 만큼 힘들어 했다던 명배 씨. 그런데 그는 롱액팅 치료제를 사용한 이후 결근을 해 본적이 없다고 한다. 직장을 다니고 있는 환우라면 솔깃한 말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더 나은 치료법이 나왔다고 해도 ‘줄기보다는 뿌리가 튼튼해야한다’는 말처럼 환우 자신의 건강관리에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
올해로 30살이 되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지 않다는 명배 씨. 아침식사를 하는 동안 인터뷰에 응해 준 명배씨~ 고마웠어요.
[헤모라이프 유성연 기자]
유성연 기자 tjddus@newsfin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