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혈우사회인이 쓰는 '응고되지 않은' 영화평, 예순 세번째
▲ 영화 <마인>, "너의 모든 발걸음이 마지막이 될 수 있다.", OST 커버지만 아무래도 영화의 핵심을 보여주는 장면인 것 같다. |
만약 7%의 확률로 터지지 않을 것이라는 지뢰를 밟았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아주 단순한, 하지만 생과 사를 가를 수 있는 극한의 상황에서 인간은 어떻게 견딜 것인가? 단순한 선택의 질문이지만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없는 답변이기에 지금까지도 영화나 소설을 통해 많이 다루어진 문제이다.
▲ 마이크와 토미는 미육군의 스나이퍼 팀이다. 원래 스나이퍼라는게 몇시간씩 저러고 있는게 일반적이라고 한다. |
영화 <마인>은 이러한 극한 상황에서 사람이 느끼는 감정을 담은 영화이다. 마인(Mine) 즉, 지뢰는 그 하나만으로도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전쟁에서의 대인 살상, 혹은 대전차를 파괴하기 위한 살상 무기이며, 전투에 임하는 군인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공포감을 유발시킬 수 있는 아주 무서운 살상 병기이다.
▲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사막에 남겨진 두 대원, 본부에 구출 요청을 해보지만 대답이 없다. |
아직 아프카니스탄에서 전쟁이 한참일 시절, 적의 수장을 사살하기 위해 투입된 “마이크(아르미 해머 역)”와 “토미(톰 컬렌 역)”는 미육군의 유능한 스나이퍼 팀이다. 이들은 ‘아시프’라는 나이든 테러리스트의 리더를 사살하기 위해 몇시간을 잠복하여 그 현장을 포착하게 된다.
▲ 타겟을 발견했지만 이건 단순한 결혼식일뿐, 하지만 상부는 타겟을 제거할 것을 명령하고 마이크는 고민을 하다가 타겟을 놓쳤다고 거짓보고 한다. |
제거할 타겟을 확인하고 방아쇠를 당기려고 하는 순간, 마이크는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테러 조직의 비밀 모임이 아닌 타겟의 아들의 결혼식이었던 것. 본부는 아시프에게 아들이 있다는 정보도 없고 있다 한들 그 역시 테러리스트일 것이라며 임무를 수행하라고 명령을 내린다. 하지만 마이크는 방아쇠를 당기기를 주저하고 시간을 끌다가 반사경에 비친 빛으로 위치를 노출하고 만다.
▲ 지뢰 주의(물론 아랍어로 써 있다.) 표지판을 보게 된 마이크, 토미는 그냥 겁주는 것이라며 무시한다. |
결국 격렬한 총격 전투가 일어나고 두 스나이퍼 대원은 몸을 피해 도보로 사막을 횡단하게 된다. 간신히 테러리스트의 추적에서는 벗어나지만 그들 앞에 놓인 것은 황량한 사막뿐, 본부의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엄청난 거리를 도보로 이동해야 한다.
▲ 빨리 집으로 돌아가서 딸기로 먹고 싶다는 토미, 괜찮으니 나를 따라오라고 걷는데... |
천천히 이동을 시작한 두 대원,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마이크는 모래 바람에 떨어져나간 표지판을 발견하게 된다. 그 표지판의 내용은 “지뢰 주의”, 마이크는 이동하기를 꺼려하지만 마을을 몇Km뿐이 남겨 놓지 않은 터라 토미는 이 주변 테러리스트들의 꼼수라고 생각하고 빨리 여기서 벗어나자며 앞장 서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의 다음 발걸음에 딸깍하고 소리가 났고 토미가 밟은 지뢰는 터지게 된다.
▲ 불과 몇m 앞의 부상당한 토미를 도와줘야 하지만... 그도 지뢰를 밟아버린다. |
대인 지뢰로 인해 두 다리를 잃은 토미는 고통에 마이크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토미에게 다가가던 마이크 역시 지뢰를 밟고 만다. 다행히 밟기만 하고 떼지는 않아 터지지는 않았지만 움직일 수 없는 신세가 되어버린 마이크. 불과 몇m 앞의 토미를 구해줘야 하지만 자신도 꼼짝달싹 할 수 없는 처지가 되어버리고 만다.
▲ 지원이 오지 않아도, 지뢰를 밟아도, 뭐라도 해야 한다. |
토미가 가진 무전기를 통해 도움을 청하라고 마이크는 말하지만 날아가버린 두 다리의 극심한 통증을 이기지 못한 토미는 결국 권총으로 자살을 하게 된다. 결국 혼자 남게 된 마이크. 그도 살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해야만 했다. 간신히 토미의 무전기를 얻게 된 마이크. 본부와 연락을 취했지만 모래폭풍 때문에 구출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럼 언제 도와줄 수 있냐는 질문에 최소한 52시간 후에 구조 병력이 움직일 수 있다고 말한다.
▲ 하지만 그에게 다가오는 것은 거대한 모래 폭풍 뿐... |
이어 본부의 소령은 지뢰가 수명이 약 40년 정도이고 15년정도 지나면 불량률이 7% 정도 될 것이라는 말을 한다. 마이크는 그 7%에 생명을 걸 수 없다고 말하자 주변에 작은 구덩이를 파서 피해를 최소한으로 시키는 슈만 전술을 사용하라고 한다. 하지만 슈만 전술을 사용해도 다리가 날라가는 것은 막을 수 없을 터, 2Km 밖에 남지 않은 마이크는 타 들어가는 사막의 극한 상황과 움직일 수도 없는 비참한 상황에 헛것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 마이크 역시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아까와 마찬가지로 방아쇠에 힘이 들어가진 않았다. |
이 영화는 전쟁 영화이지만 실화를 기반으로 한 “제임스 프랭코” 주연의 <127 시간>과 매우 닮았다. 영화 <127 시간>에서 주인공은 팔이 바위틈에 낀 채로 꼼짝 못하고 127시간동안 사투를 벌이지만 영화 <마인>은 70여 시간을 어떻게 보면 더 척박한 상황인 사막 한 가운데에서 홀로 싸우는 영화이다. 그들은 비참한 상황에 빠졌다는 것, 그리고 불편한 자세로 오랫동안 고정되어 있다는 점, 또한 주인공이 여러 생각을 하면서 마치 환각과 같은 경험을 한다는 점 등이 비슷하다.
▲ 한참을 서 있다보니 "버버(클린트 다이어 역)"라는 원주민이 도와주기도 한다. 하지만 지뢰에 대한 것은 도와주지 않는다. 자신도 지뢰로 인해 다리를 잃었기 때문에... |
극심한 고통에 꼼짝 못하는 자세로 오랫동안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설정, 어디서 많이 들어보지 않았는가? 아니, 이건 출혈로 고통받는 우리 혈우 환자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 않은가? 물론 요즘은 치료약이 좋아지고 예방 요법을 처방 받는 등 예전과는 달리 환경이 좋아지긴 했지만 아직 완벽하게 출혈을 막을 방법은 없다. 영화 <마인>과 같이 극한 상황에 처하기 전에 미리 예방과 적절한 운동으로 이런 위험한 상황을 미연에 방지해야 하지 않을까? 잘 알고 있음에도 최근 출혈된 무릎으로 고생한 것을 보면 사람은 참 어리석은 동물이 아닌가 생각된다.
▲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술집에서 싸웠을 때, 그녀에게 고백했을 때, 그리고 지뢰를 밟았을 때.... 같은 모습으로 그는 무릎을 꿇었었다. |
이런 분들에게 추천!
- 전쟁 영화는 언제나 추천!
- 극한 상황에서의 심리 변화, 만약 나라면 어떻게 할까?
이런 분들은 좀…
- 전쟁 영화인데 전투신이 좀…
- 중간 내용은 좋지만 결말이 이게 뭐야…
[헤모라이프 황정식 기자]
황정식 기자 nbkiller@hanaf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