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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모필 Movie Feel> “살인자의 기억법”

기사승인 2018.04.28  02:4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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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혈우사회인이 쓰는 '응고되지 않은' 영화평, 예순 한번째

   
▲ 어찌보면 치매를 앓고 있는 사람의 슬픈 얘기가 될 수도 있었다. 그가 살인자가 아니었다면 말이다.

기억력을 주제로 삼은 영화는 과거에도 많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메멘토>가 있고 한국영화 <해빙>이나 시리즈물 <제이슨 본> 또는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과 같은 영화들이 기억상실을 주제로 담고 있다. 이런 기억 상실을 주제로 한 영화들의 특징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보는 이로 하여금 그 기억을 잃어버리는 프로세스를 보여주면서 영화에서 장면이 사실인듯, 아닌듯 보여주는 기법이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 병수는 기억을 하는 상태와 기억을 하지 못하는 치매 상태가 확실히 구분된다. 그의 유일한 친구인 "안병만"(오달수 역)도 잘 알고 있으며 이를 딱하게 여겨 그를 도와준다.

이런 기억의 모호함은 과거에 기억을 주제로 한 영화들을 통해 관객들에게도 친숙한 소재이다. 영화를 보는데 그냥 웃고 지나가는 영화가 아닌, 눈에 힘 꽉 주고 한 장면 한 장면 내에 숨겨진 의도를 파악하고 깔아 놓은 복선들을 찾아내는 순간 이러한 영화들의 진정한 가치가 발휘하게 된다. 즉,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관객들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미장센을 깔아 놓아야 하며 복선을 암시하는 장면이 수십 군데 깔아 놓기 마련이다. 이렇게 한 컷에도 의미를 부여하여 만든 영화는 모호하거나 쓸데 없는 장면이 나올 수가 없으며 보통 이런 영화들은 각본이나 편집에 아주 우수한 평가를 받게 된다.

   
▲ 사실을 알아내고 괴로워하는 병수, 하지만 그게 사실일까?

<살인자의 기억법>도 이러한 부류의 영화이며 한번 봐서는 완전히 이해가 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통 이런 영화는 다시 보게 된다면 처음에 그냥 넘어갔던 장면이 후에 커다란 암시를 하는 부분이라는 것을 깨닫고 무릎을 치며 감탄하기 마련이다. 또, 반전도 많은 것이 바로 이러한 기억에 관련된 주제 영화의 매력이기도 하다.

   
▲ 어린 시절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매일 얻어 맏고 자랐던 병수, 처음 시작은 어려웠지만 세상에 쓰레기 같은 인간을 청소한다는 일념하에 다시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주인공인 “김병수”는 어린 시절 술만 먹으면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매일 같은 폭행이 이어지던 어느 날, 병수의 아버지는 그날따라 엄청나게 병수를 폭행하고 이에 참지 못한 병수는 아버지를 베개로 질식시켜 죽이게 된다. 어느 야산에 아버지 시체를 묻은 병수, 하지만 몇일이 지나도 병수에게 의심조차 하는 사람이 없었다.

   
▲ 딸에 대한 그의 사랑은 지극하다. 딸도 그런 아버지를 잘 알고 있으며 도움이 되고자 노력한다.

병수는 자라나서 아버지와 같은 인간 쓰레기들을 청소하기로 결심하고 아주 무자비한 인간들을 스스로 죽이는 살인자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살인을 저지르던 어느 날 눈길에서의 차사고로 인하여 더 이상 살인을 할 수 있는 능력이 되지 않아(머리를 다쳐 뇌수술을 하였다.) 살인하기를 그만두고 시골 동네의 동물 병원을 운영하며 딸 “김은희”(설현 역)와 같이 조용히 살고 있었다.

   
▲ 병원에서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는 병수, 그렇게 심한 정도는 아니지만 문제는 그가 과거에 살인마였다는 것이다.

자꾸 기억이 깜빡해지는 병수는 병원에서 지난 사고로 인한 후유증으로 알츠하이머 병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게 되고 기억을 잃어버리지 않게끔 녹음기와 노트북 일기로 기억을 저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안개가 자욱하던 어느 날 앞차를 보지 못하고 추돌 사고를 일으키게 되고 반쯤 열린 앞차 옆으로 핏방울이 떨어지는 것을 보게 된다. 과거 살인을 저질러 왔던 병수는 트렁크에 있는 여행 가방 안에 시체가 있음을 직감했고 헝겊을 꺼내 피를 적신다. 이후 앞좌석에서 내린 운전자 “민태주”(김남길 역)는 별일 아니라며 각자 수리하고 끝내자고 한다.

   
▲ 사고가 일어난 차량 트렁크 사이로 커다란 가방이 보인다. 과거 살인을 저질러왔던 병수는 이게 사람의 시체인 것을 직감한다.

곧바로 집에 돌아온 병수는 헝겊에 묻은 피를 검사하면서 태주가 말했던 트렁크의 사체는 동물의 사체가 아닌 인간의 사체라는 것을 확신한다. 병수는 태주를 살인범으로 생각하고 있던 차에 어느 날 딸과 사귀고 있는 태주를 목격하고 한층 더 그를 경계하기 시작하는데…

   
▲ 우연히 딸과 태주가 길을 걷는 모습을 발견한 병수, 태주가 살인자로 확신하고 있는 병수는 딸아이와 살인마가 사귀다니 놀랄 수 밖에 없다.

과거 살인을 저질렀던 일들은 병수가 차사고가 나서 머리를 다치기 이전인 17년전으로 살인에 대한 공소시효도 모두 끝나버린 일들이다. 하지만 치매에 걸리게 되면서 과거에 했던 살인과 현재가 오버렙 되는 병수는 딸아이를 지켜야 된다는 생각만으로 점점 기억을 왜곡하게 된다. 이러한 영화의 전개는 <메멘토>의 스토리와 비슷해 보이지만 끝까지 보면 서로 완전히 다른 내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메멘토>는 단기 기억상실증 환자를 이용해 주변인들이 그에게 살인을 저지르게 하지만 주인공은 그것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내용이고 <살인자의 기억법>은 현재 일어나는 살인들과 과거의 살인들이 혼동되면서 딸을 지키기 위해 태주를 범인으로 몰고 가는 내용의 영화이다.

   
▲ 태주에게 딸아이를 만나지 말라고 협박하는 병수, 내 딸이 설현이라면 나라도 저렇게 하겠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두가지 사실에 매우 놀라게 된다. 첫번째로 내가 기억하는 것이 모든 것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치매, 특히 알츠하이머병은 무섭다는 것(…)이다. 사실 인간이 기억하는 것이 모두 정확한 것이 아니고 잘못된 기억을 심어 진실로 아는 경우도 많이 있으며 세뇌라든가 허언증 같은 것들은 현대 사회의 문제점으로도 지적되기도 한다.

   
▲ 하지만 언제 그랬냐듯이 모든 기억을 잃어버리고 자기 집에 찾아온 태주, 심지어 결혼을 허락해 달라고 한다.

이러한 기억의 반증을 영화에서 아주 잘 묘사하고 있다. 특히 연기에 물오른 ‘설경구’의 연기가 이를 표현하는데 한 몫 했는데 과거 그의 영화를 다 보지는 못했으나 기억이 나지 않는 치매 연기라든가 살인자의 광기 같은 표정 연기는 이 영화의 깊이를 더해주는데 더 없이 좋은 배우가 아니었는가 생각된다.

   
▲ 설경구가 하는 연기는 치매 환자의 연기가 아니다. 그는 섬뜩한 기억을 잃어버린 살인자를 연기했을뿐...

영화를 보면서 기억이라는 것이 참 쉽게 변형이 가능하고 어떻게 기억하는가에 따라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많은 혈우 환우들은 과거의 좋은 기억이 많지 않을 것이다. 아파서 집에 혼자 있었다거나, 집보다 병원에서 있었던 시절이 더 많았다거나, 하지만 이런 모든 과거를 다시 재정립하여 기억할 필요는 없다. 지나간 과거를 정확하게 잘 알고 있다는 것도 그것만으로도 중요한 자산이 되기 때문이다.

   
▲ 이쯤되면 뭐가 뭔지 알기가 힘들어진다. 누가 살인자고 누가 피해자인지... 하지만 영화 내내 무뚝뚝한 표정의 태주와 딸아이를 위해 백방 뛰어다니는 병수를 보면 결말을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라고 생각하겠지...

 

이런 분들에게 추천!

- <박하사탕> 이후 물오른 설경구의 연기! 그것만으로 충분해!

- 생각하면서 보는 영화, 숨겨진 것들을 발견하는 것이 재밌지!

- 설현 예뻐요~

 

이런 분들은 좀…

- 머리 아픈 영화는 좀…

- 잔인한 부분도 많고… 주제가 살인이라니…

- 두 세번 봐야 이해 가는 영화는 싫어요!

 

[헤모라이프 황정식 기자]

황정식 기자 nbkiller@hanaf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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