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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모필 Movie Feel> “목소리의 형태”

기사승인 2018.04.28  02:3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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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혈우사회인이 쓰는 '응고되지 않은' 영화평, 예순번째

   
▲ 작년 5월에 개봉한 <목소리의 형태>, 한 번 보고나면 길게 남는 여운이 가시질 않는다.

<셰이프 오브 워터>의 광풍이 식을 무렵, <빙과>, <일상>, <케이온>과 같은 걸쭉한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교토 애니메이션”사의 애니메이션을 보다가 <목소리의 형태>라는 영화가 극장판으로 국내에서도 개봉됐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포스터를 보고 잠시 생각해보니 어디서 많이 봤는데… 맞다! 작년 <에얼리언 : 커버넌트> 보러 갔을 때 걸려 있던 포스터였다.
 

   
▲ <목소리의 형태>, 영문 제목은 <the Shape of Voice> 이다. 왠지 <셰이프 오브 워터>가 생각나는 부분.

하지만 왜였을까? <너의 이름은>의 엄청난 성공으로 일본 애니메이션에 많은 관심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선뜻 표를 사게 되진 않았다. 아무래도 믿고 보는 헐리우드 영화보다는 어느정도 인기가 있고 입소문을 타고 나서야 보게 되는데 그때쯤이면 보통 이미 간판을 내린 후가 많기 때문이다. 영화관에서 <목소리의 형태> 포스터를 보고도 일본에서 쏟아져 나오는 그저 그런 학원물이겠지 라고 생각했지만 최근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고 말았다.

   
▲ 초등학교 다닐 때 이시다는 그저 지루함을 달랠 무언가가 필요했을 뿐이다.

초등학교 6학년, 매일 매일을 자극적인 일만 찾아서 놀기에 급급한 “이시다 소야”는 같이 하는 친구들이 하나 둘씩 떨어져 나갈 쯤 “니시미야 쇼코”라는 여자아이가 전학을 오게 된다. 급우들 앞에서 자기 소개를 할 때 니시미야는 가방 안에서 노트를 꺼내더니 미리 써온 자기 이름을 보여준다. 맞다. 니시미야는 청각 장애인이었다. 니시미야는 그 노트를 통해 여러분과 대화 할 수 있다며 사이 좋게 지내고 싶다고 노트에 적어 놓았다.

   
▲ 새로 전학온 니시미야, 그녀는 청각 장애인이며 노트를 통해 대화하고 친해지자고 말한다.

처음에는 선생님의 말씀을 노트에 적어 주기도 하고, 서로 농담을 노트를 통해 주고 받는 등 급우들은 미시미야에게 잘 대해줬지만 그런 감정은 오래가지 않았다. 오랫동안 준비해온 합창 콘테스트에 니시미야가 들어오면서 모두 엉망이 되어버린 것이다. 귀가 들리지 않아 박자를 못 맞추고 어눌한 발음으로 콘테스트를 망쳤다고 생각하는 같은 반 친구들, 점점 대화를 위한 노트를 사용하는 날이 적어지면서 멀리하기 시작한다.

   
▲ 같은 반 친구들은 그녀에게 많은 관심을 보이며 어려운 일을 도와주는 등 호의적으로 다가갔다. 그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는...

시간은 흘러 급우들은 니시미야를 왕따시키기 시작하였고 괴롭힘 즉, 이지메까지 하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으뜸은 이시다, 친구들이 학원에 가는 등 점점 같이 놀 사람이 없어지자 니시미야를 괴롭히기 시작한 것이다. 니시미야의 보청기를 꺼내어 던져버린다든가 노트에 이상한 말을 써 넣는다든가… 이시다의 괴롭힘은 점점 심해지기 시작한다. 급기야 어느 날 이시다는 니시미야의 보청기를 급하게 빼다가 귀가 찢어지는 상처를 입히게 된다.

   
▲ 반 대항 합창 콘테스트, 청각 장애인인 니시미야가 제대로 노래를 따라 부를리가 없다. 이때부터 그녀에게 왕따가 시작되는데...
   
▲ 이시다의 이지메 주특기 보청기 빼서 장난치기, 하지만 어느날 급하게 장난치다가 니시미야의 귀를 다치게 한다.

다음날 니시미야는 결석하게 되고 어머니로부터 연락을 받은 교장 선생님은 니시미야가 상처를 입었으며 잃어버리거나 고장 난 보청기만 해도 170만엔(1700만원)어치에 달한다고 말한다. 이에 이시다는 이지메 사실을 자백하려 했지만 순간 담임선생님이 이시다를 크게 혼냈고 친구들조차 이시다에게 잘못을 떠넘기면서 순식간에 왕따가 되고 만다.

   
▲ 담임선생은 이지메가 이시다말고 다른 사람들이 한 것도 알고 있지만 친구들은 이시다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그를 왕따 시킨다.

그렇게 왕따 생활을 계속하던 이시다는 자꾸만 없어지는 실내화를 누가 훔쳐가는지 보려고 아침 일찍 등교했다가 자기 책상에서 걸레질을 하는 니시미야랑 크게 싸운다. 하지만 니시미야가 걸레질을 한 이유는 “죽어”라고 낙서가 되어있는 이시다의 책상을 닦아준 것 뿐… 하지만 이시다는 그런 사실도 모른체 급우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며 지낸다. 한달 후 니시미야는 전학을 가버리고 다음날 아침 등교한 이시다는 그제서야 책상 위의 낙서를 보고 니시미야가 닦던 낙서가 급우들이 자기를 괴롭히던 낙서라는 것을 깨닫고 후회의 눈물을 흘린다. 하지만 이미 니시미야는 전학가고 없고… 그렇게 시간은 6년이 지나버린다.

   
▲ 참다 못한 이시다는 자기 책상에서 서성이는 그녀에게 다짜고짜 싸움을 건다. 하지만 그녀가 하고 있었던 것은 이시다 책상의 이지메 당한 낙서를 지우고 있었을 뿐...

이 영화는 과거에 흔히 보았던 왕따와 관련된 영화가 아니다. 이시다는 그저 지루함을 이기기 위해 니시미야를 괴롭혔지만 한순간에 가해자에서 피해자가 되었으며 이로 인해 자신이 왕따를 당하게 되는 내용을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이로 인해 이시다는 마음의 문을 닫고 친구를 사귀지 않았지만 다시 만나게 된 니시미야만은 달랐다. 처음에는 사죄를 하려고 했지만 점점 만나면서 그녀와 친구가 되어버린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저질렀던 과거를 되돌릴 수는 없는 것이다.

   
▲ 다시 만난 이시다와 니시미야, 그는 제대로 사과하고자 노트와 함께 수화로 대화하다가 갑자기 친구가 되어 주지 않겠냐라고 묻는다. 그 말은 니시미야가 이시다에게 처음으로 노트로 말했던 것이다.

오히려 다시 만나게 된 초등학교 때의 급우들을 등장시켜 이시다의 갈등을 고조시킨다. 하지만 바보같이 느껴질 정도로 밝은 표정을 짓는 니시미야를 통해 이시다는 마음을 열고 친구들을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고 그녀에게도 말 못한 고통이 있는데…

   
▲ 점점 마음을 여는 이시다, 처음으로 친구라는게 어떤 것인지 느끼기 시작할 무렵, 또 하나의 사건이 일어난다.

주인공 이시다는 왕따 당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마음을 닫기 시작했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사람을 모두 거부하는 모습을 보인다. 영화 내에서 이러한 부분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데, 바로 얼굴에 파란색 엑스자 표시를 한 사람들로 표현한다. 이는 만화책 원작과 같으며 이시다가 마음을 열게 되는 순간 종이조각처럼 엑스자 표시가 그들의 얼굴에서 떨어지게 된다.

   
▲ 오랫동안의 왕따와 괴롭힘, 그것은 그를 외부와 단절시키는 계기를 제공했다. 그와 상관 없는 사람들의 얼굴에 파란 X표시는 애니메이션에서만 할 수 있는 효과!
   
▲ 이시다가 상대에게 마음을 열면 파란 X표시가 얼굴에서 떨어진다. 떨어질 땐 천천히지만... 다시 붙을 땐 빠르다.

올해 초 <셰이프 오브 워터>의 인상이 강렬해서 일까, 영화 초반부에서는 <셰이프 오브 워터>와 같이 청각 장애인의 러브 스토리를 기대했지만 그와는 전혀 다른 영화이다. 청각 장애인이 느끼는 괴로움과 고통, 외로움이 잘 나타나 있으며 그녀로 인해 변하는 주변인의 묘사도 아주 잘 표현해 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청각 장애인이 겪는 고통만을 보여주는 영화가 아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그녀를 괴롭히다가 가해자가 왕따를 당하게 되고 마음을 닫게 되었으며 다시 만난 그녀를 통해 마음을 여는 부분이다. 어떻게 보면 청각 장애인인 니시미야가 겪을 법한 고통을 주인공 이시다를 통해 보여주는 것이다.

   
▲ <너의 이름은> 급으로 영상미가 화려하진 않지만 CG를 이용한 불꽃놀이 장면은 기억에 남을만 하다.

청각 장애인, 필자는 아무리 해도 그들의 고통이나 괴로움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겪고 있는 혈우병을 남들이 이해해주길 바라지 않는다. 마치 내가 청각 장애인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굳이 장황하게 나의 병에 대해서 설명할 필요가 없어진다. 또 그들도 내가 가진 병에 대해서 자세히 알려고 하지 않는다. 이런 부분은 내가 혈우병이라는 사실을 잊고 살게 해주는 중요한 부분이다.

   
▲ 보통 이 장면에서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낄 것이다. 아니, 두번째 봐도 눈물이 났다.

하지만 가끔가다 일어나는 출혈, 막을 수 없는 그 고통이 내가 혈우병이라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붓기로 인해 오는 통증보다 잊고 있었던 사실, 내가 혈우병이라는 것, 이것이 내가 겪는 가장 큰 고통이 아닌가 한다.

   
▲ "친구가 되어주지 않을래?"라는 수화를 영화 말미에 니시미야 시점에서 보여준다.

 

이런 분들에게 추천!

- 믿고 보는 교토 애니메이션!

- 친구의 우정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

 

이런 분들은 좀…

- 거 만화는 애들이나 보는거 아닌가?

- 요즘 일본 애니메이션은 죄다 학원물…

 

[헤모라이프 황정식 기자]

황정식 기자 nbkiller@hanafos.com

<저작권자 © 헤모필리아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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