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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모필 Movie Feel> “다키스트 아워”

기사승인 2018.03.19  05: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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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혈우사회인이 쓰는 '응고되지 않은' 영화평, 쉰 다섯번째

   
▲ "게리 올드만"에게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영화, <다키스트 아워>

2017년에는 2차 세계대전 초기에 수많은 연합군이 독일군에 밀려 프랑스 해변가에 몰려 있다가 탈출하는 내용의 영화가 2편이나 나왔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덩케르크>가 바로 이 연합국 철수 작전인 ‘다이나모 작전’을 잘 묘사한 작품이며, 이 영화 말고도 ‘윈스턴 처칠’을 주제로 새로운 총리로 지명되고 이후 부임 초기에 ‘다이나모 작전’ 지시를 내리며 성공적으로 수행한 내용의 영화 <다키스트 아워>가 있다.

   
▲ 텅케르크 작전시 실제 프랑스 해안가의 모습, 30만에 가까운 군인이 탈출을 위한 배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전자의 <덩케르크>는 기술적인 측면, 즉 음향효과나 특수효과, 촬영, 편집 등에서 많은 호평을 받았고 후자의 <다키스트 아워>는 역시 “게리 올드만”의 원맨쇼로 인해 영화가 업그레이드 된 느낌을 받는다. 그만큼 그의 연기는 엄청났고 앞으로 ‘윈스턴 처칠’을 상상할 때에는 게리 올드만이 연기한 모습이 떠오르게 되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질 것 같다.

   
▲ 영화 <다키스트 아워>, 영화에서의 자막 표현은 이렇게 거대하게 나온다!

영화는 2차 세계 대전 초기인 1940년 5월 9일, 독일의 나치군이 프랑스 국경을 넘어 계속 진군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는 영국 총리를 비난하는 의회의 모습에서 시작한다. 이에 영국 총리였던 “네빌 체임벌린”(로널드 픽업 역)은 이를 받아들여 총리직에서 사퇴하고 후임을 논의하기 위해서 여당 회의를 열게 된다.

   
▲ 후임 총리를 추천하기 위해 모인 여당 맴버들, 야당이 납득할만한 인물을 뽑자고 하지만 모두 고개를 젓는다.

이때 총리 후보로 가장 촉망받던 인물인 외무장관 “할리팩스”(스티븐 딜런 역)는 추천을 고맙게 생각하지만 자신보다는 야당이 수긍할 수 있는 인물이 되어야 한다며 총리자리를 거절한다. 그렇다면 야당도 좋아할만한 총리 후보는 누가 있을까? 그의 이름을 거론하기도 전에 모두들 그는 안된다며 고개를 젓는다.

   
▲ 처칠의 집에 타이피스트로 오게된 레이튼, 보통 그의 하인들은 하루를 못버티고 나간다고들 했다.

처칠의 집에 새롭게 부임한 타이피스트 “엘리자베스 레이튼”(릴리 제임스 역)은 처음 출근하자마자 통성명도 없이 처칠의 말을 받아 적는 일에 집중하지만 그의 편집증적인 성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뛰쳐나오게 된다. 그의 집에서 일하는 것을 그만두려는 레이튼은 집을 나가려는 순간 영국 왕실에서 온 중요한 전보를 직접 처칠에게 전달하게 된다. 이 전보는 총리로 임명할테니 바로 버킹엄 궁으로 출두하라는 것.

   
▲ 처칠에게 총리를 임명하는 조지 6세, 나중에 입맞춘 손등을 옷에 닦는 등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다.

사실 할리팩스와 친분이 있었던 조지 6세 국왕(벤 멘덜슨 역)은 처칠을 총리로 임명하지만 탐탁지 않게 생각했고 형식적인 총리 임명식만 거행한 후 그를 내보낸다. 한편 총리로 임명된 처칠은 총리 공관에서 가족들과 함께 샴페인을 터트리며 축하하지만 세계의 정세는 그렇게 밝지만은 않았다.

   
▲ 총리 수락 연설을 하는 처칠, 아무리 영화적인 효과라지만 너무 어둡게 표현했다.

곧이어 이어진 의회에서 총리 수락 연설. 수긍하거나 지지하는 발언을 하면 흰 손수건이나 종이를 흔들며 환호하는 한편 마음에 들지 않거나 반대하는 의견에는 한없이 야유를 쏟아내는 영국 의회의 성격상 그는 오랫동안 준비한 연설을 하였지만 반응은 시큰둥 했다(그렇다고 반대의 야유가 있지도 않았다.). 이에 그는 첫술에 배부르랴 하며 전시 정부를 편성하고 현 정세를 헤쳐나가기 위해 차근히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하기 시작한다.

   
▲ 프랑스와의 협정을 위해 테이블에 앉은 처칠, 프랑스 대통령은 그를 망상가라고 불렀다.

한편 할리팩스를 포함한 처칠의 반대파들은 처칠을 경질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나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할리팩스는 처칠이 평화협상은 절대 없다는 발언을 하게 된다면 사퇴의 명분이 생기니 이때 불신임 투표를 걸겠다고 전 총리 네빌에게 말한다. 네빌은 그가 평화협정을 공식적으로 거부한다는 입장을 명시화 하자며 이에 동의한다.

   
▲ 승리(Victory)의 V를 강조하기 위해 기자들 앞에서 취한 포즈, 하지만 이게 욕을 의미한다는 것을 처칠은 몰랐다.

전쟁은 시간을 거듭하여 파리도 함락당하고 프랑스의 전 지역이 거의 함락당할 위기에 처칠은 나치에 맞서 싸워야 한다며 여러 경로를 통해 전쟁은 우리에게 유리하다고 설득시킨다. 하지만 현실은 시궁창, 프랑스와 영국 등 연합군은 퇴각에 퇴각을 거듭해 덩케르크 해안까지 몰렸고 그들을 도와줄 함선을 무작정 기다리는 상황으로까지 치닫는다. 이에 할리팩스는 이탈리아의 무솔리니를 통하여 히틀러에게 평화 협정을 하자고 처칠에게 말하지만 그는 오히려 남아 있는 군대에 전언을 보내 덩케르크에서 시간을 벌 수 있도록 목숨을 걸고 끝까지 싸우라는 명령하는 등 강경하게 나가는데…

   
▲ 나름 탕평책으로 여야 인사를 전시 행정으로 모았지만 처칠의 의견에 모두들 사사건건 반대하고 나섰다.

이 영화가 주목받은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게리 올드만”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는가 하는 것 때문이었다. 게리 올드만은 포스트 “알 파치노”라고 불리울만큼 천의 얼굴을 가진 배우로 맡는 배역마다 엄청나게 다른 분위기를 선사하는 성격파 배우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아카데미 수상과는 거리가 멀었는데, 그의 연기는 흠 잡을 데 없이 깨끗한 영화가 많았으므로 상복이 없다는 말이 자주 나왔다.

   
▲ 게리 올드만은 처칠의 말투뿐만 아니라 행동, 습관까지 완벽하게 재현했다.

하지만 오래 기다린 자에게 복이 있다고 할까나, 게리 올드만은 <다키스트 아워>에서 윈스턴 처칠 역을 열연하여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거머쥐게 된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이게 게리 올드만인가? 라는 생각이 절로 들만큼 우리가 흔히 알던 그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처칠의 모습과 똑같이 분장을 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목소리 톤과 힘이 넘치는 연기(사실 윈스턴 처칠이 61대 총리를 맡았을 때 나이가 66세이다.)로 그가 게리 올드만이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 네빌 체임벌린의 실제 모습과 영화에서의 모습, 정말 닮았다.

게리 올드만의 연기만이 이 영화를 살린 것은 아니다. <킹스 스피치> 영화를 봤다면 알겠지만 불운의 국왕 조지 6세는 특유의 말을 더듬는 성향이 있었다. 이에 국왕이 되면 국민들 앞에서 당당하게 연설을 해야 하는데 바보처럼 말을 더듬으면 어떻게 하느냐, 국왕의 말더듬을 교정하자! 라는 내용의 영화가 바로 <킹스 스피치>이다. 조지 6세는 말더듬을 치료받긴 했지만 평생 고생한 버릇으로 이는 <다키스트 아워>에서도 잘 표현되었다. 조지 6세가 말하는데 어버버 하는 장면은 “아니 저 사람 왜 이렇게 연기를 못해”가 아니라 “완전 조지 6세와 똑같이 연기를 잘했네”라고 말해야 하는 것이다.

   
▲ 조지 6세의 실제 모습과 영화에서 모습, 사실 <킹스 스피치>의 콜린 퍼스도 연기는 잘 했지만 그렇게 닮진 않았다.

그리고 아카데미에서도 인정한 캐릭터들의 분장은 이 영화의 최고 정점으로 치고 있다. 앞서 말했듯 영화를 소리 없이 화면만 본다면 누가 게리 올드만인지 알지 못할 정도로 윈스턴 처칠을 구현하는데 온 역량을 집중했다. 윈스턴 처칠, 조지 6세뿐만 아니라 전 총리인 네빌 체임벌린의 분장도 과거의 사진과 비교해 본다면 이거 본인 아니야? 할 정도로 닮았다.

   
▲ 사실 처칠 정도의 귀족이 지하철을 탄다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아니, 1940년도에 지하철이 있다는게 더 신기하다.

여담이지만 이 영화를 보면 조지 6세 영국 국왕이 나오는데 바로 이 인물이 혈우병과 관련이 많은 빅토리아 여왕의 증손자이다. 조지 6세의 아버지는 조지 5세, 그의 아버지는 에드워드 7세이며 이 사람이 바로 빅토리아 여왕의 아들이다. 그는 혈우병으로 유명했던 레오폴드 왕자(30세에 프랑스로 요양을 갔다가 무릎을 다쳐 사망했다. 그 당시 혈우 환자가 30세까지 산 것도 기적이다.) 큰 형으로 혈우 환자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만약 에드워드 7세가 혈우병이고, 그 당시 치료제가 있었더라면 혈우병 환자가 국왕이 되는 진기록이 되었겠지만…

   
▲ 조지 6세 국왕은 전쟁의 처참한 진실을 보면서 처칠을 지지하게 된다. 강력한 아군을 얻은 셈.

그리고 빅토리아 여왕의 둘째 딸 엘리스 공주는 2남 5녀를 낳았으며 이중 4녀가 러시아의 왕족과 결혼했고 4명의 딸을 내리 낳은 뒤 왕위를 이을 아들이 바로 알렉세이 니콜라예비치, 즉 러시아 마지막 황태자이며 혈우병이기도 하다(만 13세까지 살고 죽었다.). 좀 더 오래 살았더라면 갖은 이야기로 영화화도 많이 되었겠지만 그보다 넷째딸 아나스타샤 니콜라예브나 여대공의 스토리가 훨씬 더 유명하다(지금도 진짜 아나스타샤가 누구인가 라는 내용이 떠돌 정도이다.).

   
▲ 여야의 엄청난 지지를 받으며 의회를 나서는 처칠, 그가 이끄는 연합군은 2차 세계 대전의 승리로 마감된다.

 

이런 분들께 추천!

- 게리 올드만의 영화는 일단 추천 후 감상한다구!

- 윈스턴 처칠이 완벽하게 재현됐다고?

- 릴리 제임스 예뻐요!

이런 분들은 좀…

- 2차 세계 대전이 배경인데 전투 장면이 하나도 없어!

- 아무리 제목이 그렇다지만 영화 자체가 너무 어두워!

- 영국식 발음 싫어요…

 

[헤모라이프 황정식 기자]

 

황정식 기자 nbkiller@hanafos.com

<저작권자 © 헤모필리아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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