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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코멘터리] 이 친구야, 말 좀 들어라 ④ 혈우병 환자여~ 네 자신을 알라!

기사승인 2015.09.11  06:4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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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광화문에 여자사람 구경하러 나오는 것도 조금 지루해졌다. 사실 지루해진 것보다는 날씨 탓에 점점 길어지는 옷소매 때문인지도 모르겠네. 짧디 짧은 아슬아슬 ‘똥꼬’ 치마도 이제는 무릎까지 가려진 옷으로 바뀌고 있더라고. 쳇! 아직 대낮에는 볕이 뜨거운데 치사하게 시리 긴 옷으로 맨살을 감추고 스타킹도 고탄력으로 바뀌고 있더라고.

여하간~ 자극적인 것에 지적호기심이 작동하는 나로서는 더 이상 광화문에서 눈요기 꺼리를 찾지 못하고, 흥미를 잃고 말았던 게지. 그래서 새로운 것을 도전해 보기위해서 이번엔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겼어. 예전엔 이곳이 주말이면 차량통제 됐었거든. 사람들이 차도를 마구 걷는 거지. 얼마나 신났다구!

근데 요즘엔 마로니에 공원이란 게 뭐 낭만도 없고 그 닥 흥미꺼리도 없어. 그런데 내 동공이 확 열리는 장면이 몇몇 펼쳐졌어. 이곳저곳에서 연인들로 보이는 남녀사람들이 서로 부둥켜 끌어안더니 마침내 입술까지 포개고 그러더라고. 저걸 보고 뽀뽀(자체 검열에 의해 뽀뽀라고 표기함. 그 이상의 상상은 자유)라고들 하지? 음... 좋겠다. 요즘 들어 저런 ‘알흠다운’ 장면들이 자주 눈에 띠더라고~ 거리에 지네들만 있는 게 아닌데도 쪽팔리지 않나봐? 어른들이 하시던 말씀이 생각나더이다~ “니네 좋을 때다~”라는 그 말.

문득 내가 이곳 대학로를 찾은 이유는 서울대 병원이 있기 때문인데, 이곳에서 진료 받는 혈우병환자들이 간혹 있긴 해. 많은 수의 환자들은 아닌 거 같어. 예전에 이곳으로 실려 온 한 엉아를 응급실에 보긴 했는데, 혈우병 환자들이 대학병원급의 3차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건 참 복잡하더라고. 응급상황이 아닌 이상 혈우병 환자들은 응고인자를 처방받고 집에서 주사 맞고 그러면 되는데, 큰 병원에서는 약 한번 타려면 뭐가 그리 복잡한지~ 이런 십장생 같으니라고~

뭣도 모르는 사람들은 ‘병원이 수없이 많은데 아무데나 가면되지’라고 하더라. 근데 그게 말처럼 간단하지 않거든. 혈우병 치료제를 병원에 비치하고 있는 곳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 게다가 혈우병 치료제가 회사별로 몇 가지 나눠 있는데 병원마다 그 약을 모두 비치하고 있지 않거든. 그러니 내가 사용하는 치료제가 있는 병원엘 찾아가야 한단 말이지. 우리 환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곳이 한국혈우재단의원이란 곳인데 이곳에서 혈우병을 확진 받고 등록해야 하거든. 왜냐하면 한국혈우재단이 혈우병 등록사업을 국가로부터 지정받았다나 뭐래나.

그런데 정작 이곳은 내가 사용하는 치료제가 없어. 참 웃기는 일이지? 공익재단이라고 하면서도 특정약품만 처방안하고 있다는 게~ 이게 말이야 방구야? 유일하게 내가 쓰는 약만 처방 안 한다는 거 가터. 아마 내가 쓰는 치료제의 제약회사가 재단에 로비를 못해서 찍혔나? 크크~ 그러게 평소에 잘하지 그랬어~

근데 알고 보니까~ 몇 해 전에는 다른 제약회사도 재단에 약품에 넣기 위해서 여러 가지 활동을 하긴 했나본데 결국 실패하니까~ 글쎄 국내에서 철수하기로 했다지? 그 회사가 국내에서 사업을 포기하고 철수한 게 ‘회사의 방침’이라고 하지만 그건 ‘표면적’이고 ‘형식적인 이유’이고, 엉아들 이야기로는 재단에 약품을 넣지 못해서 그런 거 같다고 하더라고. 사실이 어찌되었건 간에 혈우재단이 완전 ‘슈퍼갑’이거든. 이 세상 최고의 갑보다 더 높은 갑~ 백화점 알바생을 무릎 꿇게 했다는 그 모녀 고객보다 더 높은 갑~ ‘땅콩회항’으로 떠들썩했던 조현아 보다 월등히 높은 갑중의 갑~ 슈퍼울트라캡숑 갑~

어떤 약품이든 혈우병치료제와 관련된 것은 재단이 나서서 확보해야 하고 소수의 환자들도 끝까지 치료하겠다라는 의지가 있어야 하는데, 이건 뭐 ‘재단에 올 환자만 오고 안 그러면 말라’는 식으로 배짱을 부리니... 치사빤스 개벼룩 같으니 라고.

내가 쓰는 약은 언제쯤 한국혈우재단의원에서 처방이 될런가? 그런데 나 같은 환자가 한둘이 아닌 게 문제야. 혈우병환자가 혈우재단의원에 가야 원스톱 처치를 받고 중점 관리를 받을 수 있는데 수 십명의 환자들이 나 같은 신세라고 하더라고. 재단의원을 이용하고 싶어도 내가 쓰는 약이 없으니 재단의원을 간다하더라도 ‘앙꼬 없는 찐빵’이고 ‘햄 빠진 부대찌개’이지 이게 뭐냐~

몇몇 엉아들에게 물어보니까.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하더라고 한국혈우재단의 설립은 혈우병환자들의 요청으로 녹십자라는 제약회사의 허영섭 회장님이 큰 역할을 하셨데~ 허 회장님의 만수무강을 빌었는데 그 분은 안타깝게도 지난 2009년 겨울에 돌아가셨데. 아마 그분이 생존해 계셨더라면 혈우병환자들을 위해서 더 많은 헌신을 하셨을 텐데... 그 분이 돌아가신 건 환자들에게 매우 큰 슬픔인거 가터~ 여하간 그 후부터 뭔가 잘못되는 조짐이 있었나 봐.

그러니까 녹십자에서 혈우재단을 설립했다는 교만심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재단에 어떤 약품이 들어 오려면 녹십자의 눈치를 안 볼 수없는 거지 녹십자도 혈우병 치료제를 팔고 있는데 다른 회사 치료제를 재단에 넣으려하겠냐? 이거지. 그런데 박스터라는 외국회사 약품은 재단에서 처방이 되고 있어. 그 이유는 박스터(지금은 이름을 바꿔서 ‘박스앨타’라고 하더라고 돈 많이 벌었나봐~ 혈우병관련해서 별도 법인을 만들었다지? 추카해욧~ 박스앨타)에서 수입하고 녹십자에서 판매하기 때문에 녹십자와 박스터 간에 ‘너 나랑 친구해’(Alliance & partnership)라는 관계를 공고히 했기 때문이라는 게 엉아들 생각인 게지.

쌍시옷!(자체검열. 욕설의 일종) 나랏 일하는 사람들은 뭐하나 모르겠어. 자기 일 아니라고 관심도 없는 거 같고 속이 썩을 만큼 썩어서 이제는 곪아 터졌는데도 정치하는 사람들은 지네 밥그릇싸움질이나 하고, 정부는 복잡한 병이라 ‘나몰라라’ 하는 거 같고. 왕 짜증나는 군. 환자들도 반성해야해 상대가 골리앗이라고 생각되니까 꼼짝도 못하고 있고 쓴 소리하면 귀를 막고... 그러니 발전이 없는 게지~ 썩고 썩었으니 나도 썩어야 하나? 이런 시베리안 허스키 같으니라고~

-돌아온 짱구

※ 돌아온 짱구 소개

저는 혈우병(혈우병A, 중증)을 가진 청년입니다. 혈우 후배와 친구들에게 치료 경험을 소개하여 건강한 혈우사회를 이룩하고자 매주1회 정도 기고하려고 합니다. 서술한 내용은 실제 치료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된 것이며 의료적인 부분은 혈우병 전문의사에게 조언을 구한 것입니다. 그러나 환자별 특성 및 치료방법, 생각 등이 다를 수 있기에 의료자문은 자신의 치료병원에서 전문의와 상의하기를 권해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돌아온짱구 hemo@hemophilia.co.kr

<저작권자 © 헤모필리아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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