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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코멘터리] 이 친구야, 말 좀 들어라 ② 관절관리의 중요성

기사승인 2015.08.24  18:3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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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변함없이 360번 버스를 타고 광화문으로 향했다. 어떤 사람은 바둑에 정신 줄을 놓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웹툰(만화)에 시간가는 줄 모른다고 한다. 내가 광화문에서 여자사람 구경에 나서는 것도 그와 비슷한 거다(크크크~ 내 고상한 취미의 합리화?). 광화문 앞 벤치에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이나 건널목에 서서 신호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바라본다(특히 여자사람을 중심으로). 가끔은 눈이 마주쳐서 뻘쭘해 지기도 했다. 그래서 지난주엔 이대 앞에서 만 원짜리 선글라스를 하나 장만했다. 탁월한 선택이다. 진즉에 선글라스를 쓰고 나올걸 그랬다.

지나가는 여자사람의 맨 다리나 씰룩 거라는 엉덩이만 쳐다보는 건 아니다. 어떨 땐 옷매무세를 보기도 하고 어떨 땐 표정을 보기도 한다. 요즘 같이 더울 때는 옷이 많이 가볍다. 과감하게 노출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다. ‘나시’ 티인지 아니면 가슴 가리개의 끈인지 모르겠지만 어떨 땐 마치 한쪽 어깨끈을 자연스럽게 코디한 것처럼 일부러 드러내 놓는다. 맨발에 샌들을 신은 여자사람도 많은데, 발톱 매니큐어 색도 다양하다. 파란색 빨간색 노란색 등 원색도 있고 블링블링 반짝이를 칠한 여자사람도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그냥 마구 바라보는 건 아니다. 내 나름대로 테마를 갖고 사람들을 살펴보는 거다.

오늘의 관찰 테마는 여자 사람들의 무릎관절에 시선이 집중됐다. 허벅지와 종아리 사이에서 힘차게 움직이는 무릎관절이 부럽기만 하다. 그 이유는 ‘혈우병성 관절증’ 때문에 변형된 내 무릎 때문이다. 이 ‘관절증’이란 놈은 대부분의 혈우병환자들에게서 발생되는 현상인데 반복적인 관절출혈 때문에 무릎이나 고관절(엉덩이쪽 관절)이 제 기능을 못하는 경우를 말하는 거다. 반복출혈로 무릎관절이 변형이 되면서 외형적으로도 보기 흉하게 될 뿐 아니라 펴지거나 굽혀지는 각도가 정상범위에서 급격히 감소된다. 그러면 결국 정형외과적 치료를 받거나 인공관절 수술을 고려하게 된다.

혈우병친구들에게 들어보니 ‘세계 혈우병 환자들 중에서도 우리나라 환자들에게 인공관절 치환술이 높게 발생되고 있다’고 한다. 관절기능을 잃거나 통증 때문에 수술을 하게 된다고 하는데, 뭔가 조금 아니러니 하다. 치료제 약품사용도 높아지고 있고 예방요법으로 관리도 잘 되어 있다고 하는데 아직까지 관절관리는 잘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 같다. 출혈되면 치료제 주사를 맞고 나중에는 인공관절 수술을 해야한다는 게 뭔가 좀 이상치 않은가?

중간과정이 뭔가 필요하다는 거다. 꾸준한 관절관리 그것이 국내에서는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인데, 혈우병치료 선진 국가에서는 환자들에게 물리치료나 휘트니스가 일반적으로 잘 숙지되어 있다고 한다.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거나 꾸준하게 체조를 하는 것이 혈우병환자에게 일상적으로 적용되어야 할 필수사항이다.

이 친구야 말 좀 들어라 … 운동 좀 해라 운동!

강동경희대병원 관절류마티스센터 박원숙 실장님은 혈우병세미나에서 환자들에게 스트레칭을 강조했다. 선생님 말씀에 따르면 스트레칭이 각 혈관들을 탄력적으로 강화시켜주기 때문에 출혈도 예방할 수 있다고 했다. 선생님 말씀에 100퍼센트 동의한다. 스트레칭을 하면 혈관뿐 아니라 근육도 이완 수축 과정을 통해 건강하게 관리할 수 있고 관절운동에도 도움이 된다. 중요한 건 꾸준하게 하는 건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그래서 그런지 혈우재단 권세진 물리치료 선생님은 ‘운동을 재미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짐볼’이라는 기구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재미가 있어야 꾸준하게 할 수 있고 꾸준하게 해야 효과가 있다는 건 두말할 나위가 없다.

난 하루 일과 중에 30분정도 체조를 하고 있다. 앉아서 하는 거랑 누워서 하는 거다. 특별한 도구 없이 그냥 다리를 들어 올리거나 엉거주춤한(?) 자세로 버티는 운동을 하고 있다. 환우단체나 재단을 통해서 ‘집에서 할 수 있는 물리치료 운동방법’을 쉽게 구할 수 있는데 난 이것을 갖고 체크박스를 만들어 매일 표시 한다. 줄자를 갖고 팔 둘레 허벅지 둘레를 재 보고 숫자를 기입한다. 체크박스를 채워 가면서 몇 달 전보다 숫자는 늘어나고 있는 것을 볼 때 그 뿌듯함이란....... 정말 기분이 좋다.

몇 해 전, 처음 운동을 시작하려 할 때 뭐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하는 둥 마는 둥했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쭉 해오다 보니 군살도 많이 빠졌고 근육도 뽈록뽈록 튀어나왔다. 무엇보다 몸이 더 악화되지 않았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며,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갈 거다. 나중에 나이가 들어 목발을 집게 되거나 휠체어 신세가 되지 않으려면 운동할 수 있을 때 해야 한다는 건 예수나 붓다의 말씀보다 우선되는 진리이다.

조금 아쉬운 건 운동하기 전부터 조금 망가져 있던 우측 팔꿈치 관절인데, 조금만 더 일찍 운동을 시작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이라며 후회한 적도 있다. 만약 그때 누군가가 내 옆에서 “야 임마! 너 운동해야해!”라고 강하게 말해 줬더라면 좋았을 것을.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난 지금까지 잘 해오고 있다고 자부한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내 말 좀 듣고 운동을 꾸준히 하는 걸 귀찮게 생각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다. 아니 당부정도가 아니라 협박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몸은 그냥 놔두면 편한 대로만 움직이려한다. 그러면 게을러지기 십상이다. 결국 더 안 좋아지면 안 좋아졌지, 나아지지는 않는다는 거다. 뇌에게 ‘난 운동해야 해’라고 각인시켜 두면 그 후엔 자동적으로 몸이 반응하며 움직이게 된다.

참 희한한 게 인체인거 같다. 귀찮아했던 게 이제는 생활이 됐고 당연하다고 생각되니까 말이다. 배고프면 밥을 먹고, 자고프면 자고, 마려우면 싸고, 출혈 느낌이 있으면 주사 맞고, 이런 것처럼 시간이 되면 몸이 운동을 해야 한다고 ‘운동 체크박스’를 꺼내어 펼치게 된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여자 친구가 생겨서 내 몸을 보여줘야 할 때 부끄럽지 않으려면 운동해야 한다. 어렵게 여친이 생겼는데 민망한 관절 때문에 첫날밤을 고민만 하고 있으면 역사는 이뤄지지 않는다. 매우 슬픈 일이 발생될지도 모른다. 긴장해라 그리고 운동해라. 꾸준히 운동하면 자신도 놀랄 만큼 변화된 몸을 갖게 된다.

-돌아온 짱구

 

※ 돌아온 짱구 소개

저는 혈우병(혈우병A, 중증)을 가진 청년입니다. 혈우 후배와 친구들에게 치료 경험을 소개하여 건강한 혈우사회를 이룩하고자 매주1회 정도 기고하려고 합니다. 서술한 내용은 실제 치료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된 것이며 의료적인 부분은 혈우병 전문의사에게 조언을 구한 것입니다. 그러나 환자별 특성 및 치료방법, 생각 등이 다를 수 있기에 의료자문은 자신의 치료병원에서 전문의와 상의하기를 권해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돌아온짱구 hemo@hemophilia.co.kr

<저작권자 © 헤모필리아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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