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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모필 Movie Feel> “쓰리 빌보드”

기사승인 2018.03.05  0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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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혈우사회인이 쓰는 '응고되지 않은' 영화평, 쉰 세번째

   
▲ 작은 마을에 세워진 3개의 광고판, 도데체 무슨 내용이길래 마을 전체에 난리가 났을까?

북미지역을 여행하다 보면 마을 입구에 선전문구가 들어간 광고판을 볼 수 있다. 보통 한 개가 아닌 여러 개가 설치되어 있고 일반적으로 식당이나 가게를 홍보하는 목적으로 사용한다. 하지만 시골 동네에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광고판에 온 마을을 떠들썩하게 만들 자극적인 문구가 들어간 광고판이 있다면 어떻게 될까?

   
▲ 온 마을을 뒤집어 놓은 광고판, 그녀도 좋아서 한 일은 아니다.

물론 그 광고가 완전히 잘못된 것은 아니다. 광고 수칙을 지켰으며,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고, 사용료도 꼬박꼬박 잘 내는 정상적인 광고판이다. 하지만 문제는 광고판에 쓰인 글귀와 건드리지 말아야 할 인물을 지적하는 내용인 것이다. 이로 인해 조용했던 조그만 마을이 발칵 뒤집어지고 서로가 갈등을 일으키는 내용의 영화가 바로 <쓰리 빌보드>이다.

   
▲ 이랬던 허름한 광고판이...

미주리(Missouri) 주의 한적한 동네 에빙(Ebbing), 미국 중부에 위치한 이 조그만 도시는 모든 마을 사람들이 서로 잘 알고 지내는 소박한 시골 동네이다. 범죄도 잘 일어나지 않고 경찰관도 몇 명뿐인 이곳의 주민 “밀드레드 헤이스”(프란시스 맥도맨드 역)는 한적한 길을 지나다 사용하고 있지 않은 광고판 3개를 발견한다. 그녀는 바로 해당 광고판 회사를 찾아가 자신이 원하는 문구를 광고판에 내 걸게 된다.

   
▲ 이렇게 변했다. 밤에도 잘 보이는 빨간색 배경의 검은 글씨는 덤.

그 내용은 바로 “죽어가며 강간당했다.”(Raped while Dying), “근데 아직도 못 잡았다고?”(And Still No Arrests?), “어떻게 된 것이냐, 윌러비 소장?”(How come, Chief Willoughby?)이다. 그것도 빨간 바탕에 검은 글씨로 크게! 광고 문구에 써 있는 강간당하고 죽은 여자는 바로 밀드레드의 딸인 “앤젤라 헤이스”인 것이다. 사망한지 몇 달이 지났지만 범인 수사에 진전이 없자 이렇게 사비를 들여 광고를 낸 것이다. 문제는 이런 광고를 냈다는 것이 아니라 마을에서 존경받는 “빌 윌러비”(우디 해럴슨 역) 경찰 소장을 겨냥했다는 것이다.

   
▲ 월러비는 훌륭한 경찰이자 자상한 아버지이다. 좋은 인품으로 마을 사람에게 인기 있는 것은 덤.

윌러비 소장은 에빙시에서 아주 존경받는 인물이다. 경찰이기도 하지만 모두가 그의 말을 잘 따르고, 아름다운 아내와 귀여운 두 딸의 가장이기도 하다. 게다가 그는 최근 암에 걸려 오래 살지 못 할 것이라는 진단까지 받은 상태이다. 조그만 동네에 그러한 소문은 삽시간에 퍼졌고 그가 살아 있는 동안만이라도 명예롭고 평온하게 지낼 수 있도록 마을 사람이 도와주고 있는 시점에 저런 광고판이 떡 하고 생기다니…

   
▲ 밀드레드를 설득하는 월러비, 암에 걸려 오래 못산다며 적당히 해 줄 것을 요청하지만 밀드레드는 거절한다.
   
▲ 마지못해 재수사하는 월러비, 하지만 시체가 타고 남은 자국 밖에 없는 현장에서 건질 것은 없었다.

마을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이나 윌러비 소장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밀드레드는 자신의 고집을 꺽지 않는다. 오히려 지역 뉴스에 나와 광고판을 세운 이유를 설명한다거나, 마취도 안하고 치료하려는 치과의사를 혼내주는 등 외로이 이 싸움을 헤쳐나간다. 하지만 암 투병을 이어나가던 윌러비 소장은 유언장과 함께 자살함으로써 온갖 비난의 화살이 밀드레드에게 집중되기 시작하는데…

   
▲ 밀드레드는 TV 뉴스에 나오는 등 적극적으로 자기 주장을 펼친다.

이 영화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국 사회 구성원들이 어떻게 상호 소통을 하는지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흔히 생각하길 미국 사람들은 개인주의적이며 다른 사람을 신경쓰지 않는다고 생각 할 수 있지만 이 영화에 잘 나와 있듯 그렇지 않다. 오히려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에는 지나가던 누구든 지적하고, 문제가 될 상황이라면 경찰에 신고하여 바로 잡는 것이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미국인인 것이다. 즉, 밀드레드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건드리지 말아야 할 인물을 건드렸고 죽음에 이르게 한 그녀에게 온 마을 사람들이 비난의 화살을 던지는 것이다. 이는 영화 <더헌트>에서도 잘 나타나듯 비단 미국뿐만 아니라 서양 사람들은 모두 비슷한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 세명의 배우가 모두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 올랐다. 특히 드물게 남우조연상에만 2명이나 올랐다.

이런 영화가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배우의 연기력? 영화의 구성? 대본의 완성도? 가늠하기 힘들다면 최근 시행된 75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과 곧 열릴 90회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로 알 수 있을 것이다. 미니 아카데미 시상식이라고 불리우는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는 드라마 부문 작품상, 각본상을 비롯하여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의 4관왕에 올랐으며 9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는 최우수 작품상을 비롯, 여우주연상(프란시스 맥도맨드)과 남우조연상(무려 2명이다. 우디 해럴슨과 샘 록웰), 각본상, 편집상, 음악상의 7부문에 후보로 지명되었다. 게다가 전문가들도 <쓰리 빌보드>의 수상을 점치고 있으니 배우만 후보로 3명을 올린 이 영화는 배우의 연기력으로 승리했다고 볼 수 있겠다.

   
▲ 경찰서에 불이 났는데도 음악 소리 때문에 알지 못하는 제이슨, 자기가 저지른 일의 죄값을 받은 것일까? 그는 월러비 소장이 남긴 편지를 읽다 변을 당한다.

영화를 보다 보면 과격하지만 좀 덜 떨어진 경찰인 "제이슨 딕슨"(샘 록웰 역)이 경찰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광고판 주인인 “레드”에게 주먹을 날리고 2층에서 창 밖으로 던져버리는 장면이 나온다. 물론 현실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면 안되겠지만 어떤 또라이가 나에게 덤벼든다면? 혈우병인 나에게는 예방 요법 밖엔 없을 것 같다. 그것도 많이!(나중에 병원에 있는 장면도 나오는데 얼마나 심하게 굴렀는지 몇 군데 골절상을 입은 상태이다.)

   
▲ 범인을 찾겠다는 제이슨, 그는 누구를 위해서 마음을 돌렸을까?

저예산으로 많은 비평가들의 호응을 일궈낸 잘 만든 영화이지만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지 않다. 어떤 교훈적인 이야기라던가, 심금을 울리는 이야기라던지, 심지어 재미도 딱히 없는 이 영화가 주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이 영화는 심각한 사람들간의 갈등을 통해 인물이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 것으로 생각된다. 비극적인 사건의 책임 소재를 광고판을 통해 물었지만 원치 않았던 소장의 죽음, 이로 인한 마을 사람들과의 갈등은 매우 극적이며 보는 이로 하여금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서로 조금만 양보했더라면, 저렇게까지는 가지 않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끊이질 않았다.

   
▲ 영화는 오픈 결말이지만 관객들은 그 후 어떻게 될지 쉽게 알 수 있다.

 

이런 분들께 추천

- 사람들이 서로 싸우는 것은 본능일까?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을까?

- 용서와 화해, 타협을 몰랐던 그들, 답답하지만 이해 할 수 있다.

- 물오른 배우들의 연기력, 그걸 감상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이런 분들은 좀…

- 영화 내용은 정확하게 기억나는데 남는게 없어요…

- 왜 다들 말로 싸워요, 헐리우드 영화는 원래 총들고 싸우는거 아닌가?

[헤모라이프 황정식 기자]

 

황정식 기자 nbkiller@hanaf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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