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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모필 Movie Feel> “골든 슬럼버”

기사승인 2018.02.23  17:2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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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혈우사회인이 쓰는 '응고되지 않은' 영화평, 쉰 한 번째

   
▲이사카 코타로(いさかこうたろう)의 원작 소설

최근 우리나라에서 일본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 ‘골든 슬럼버(감독 노동석)’가 개봉됐다. 아직 리메이크 된 국내영화를 접하지는 못했지만 배우가 강동원, 김의성, 한효주, 김성균, 김대명이라는 캐스팅 리스트만 보더라도 일단 흥행은 되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이번 평론은 한국영화가 아닌 원작 일본영화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원작자는 일본의 유명 소설가 이사카 코타로(いさかこうたろう, 伊坂幸太郎, Isaka Kotaro, 1971년 일본 치바 현 출생)이다. 드라마틱한 감성을 지닌 그의 작품은 상당수 영화화 됐고 일본 내에서 흥행 성적도 꽤 좋다.

이사카 코타로의 장편소설인 ‘골든 슬럼버’는 지난 2007년 일본에서 출간되면서 이듬해인 2008년 제5회 일본 서점대상과 제21회 야마모토 슈고로상을 수상했다. 작품성과 동시에 흥행성을 인정받으며 또하나의 그의 대표작으로 남게 된 것이다. 내용을 살펴보면 주인공인 한 남자가 총리를 암살했다는 누명을 쓰고, 사흘간 i기는 과정을 담고 있다. 

영화의 흥행성적도 꽤 높았지만 원작 소설만큼의 기대치를 살리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장편소설을 두시간이내의 영상으로 표현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는 거다. 원작은 ‘음모와 누명’이라는 큰 프레임을 만들어 놓고 그 안에서 사생활 침해에 대한 사회적 비판도 여기저기에 숨겨놓았다. 이를테면 공공CCTV로 인한 사생활문제를 꼬집는 것 등 말이다. 더욱이 책에서 느낄 수 있었던 디테일한 설정과 긴장감 같은 건 영화에 녹여 넣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 “또 하나의 흥미요소 비틀즈의 <Golden Slumbers>”

‘골든슬럼버’는 비틀즈가 1969년에 내 놓은 음반 ‘Abbey Road’에 포함된 곡이다. ‘황금빛 단잠’으로 해석될 수 있는 이 곡은 비틀즈의 맴버 폴 매카트니가 썼다. 더 흥미로운 건, 이 곡도 1603년 희극 《Patient Grissel》에서 극작가 토머스 데커가 〈Cradle Song〉이라는 자장가로 발표한 곡이다. 마치 과거 속 과거로 여행하듯 OST 하나하나가 담고 있는 해석은 무척 흥미롭다.

◇ “너는 오늘 오스왈드가 될 거야. 마지막으로 너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도망쳐!”

본격적으로 영화 이야기를 해보자. 영화는 센다이라는 일본의 한 지역에서 시작된다. 택배기사 직업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 아오야기(역 사카이 마사토)가 대학시절 친구였던 모리타(역 히데타카)를 만나면서 전개된다. 마침 그날은 새롭게 취임한 일본 총리가 그의 고향인 센다이 지역을 방문해 카퍼레이드가 예정된 날이기도 하다.

아오야기는 친구를 만나 과거를 회상하며 대화를 나눈다. 그러다가 친구 모리타로부터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모든 건 이미지야! 너는 오늘 오스왈드가 될 거야.” 잠시후, 카 퍼레이드 중 총리가 탑승한 차량이 폭발하게 된다. 그러면서 시작되는 아오야기의 누명 속 쫓김. 아오야기는 한 때 아이돌을 치한으로부터 구해 내면서 영웅으로 떠 오르기도 했다. 그래서 그의 누명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모든 매스컴은 그를 주범으로 지목했고 몰아갔다.

이 영화에선 ‘신뢰’라는 키워드가 중요한 포인트로 묘사됐다. ‘신임 총리 암살범’이라는 전 국민의 비난 대상 속에서도 그가 범인이 아닐 수 있다는 ‘신뢰’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의 부모로부터 그리고 친구로부터 그리고 또 다른 이들로부터...

누명을 쓴 아오야기의 숨 가쁜 사흘간의 고공분투는 예상치 않았던 조력자들의 도움으로 극복하게 된다. 여기서 등장하는 ‘예상치 않은 조력자’. 그들은 그를 신뢰했던 이들, 그리고 신뢰하게 된 새로운 이들을 말한다.

   
▲ 신임 총리의 카 퍼레이드 장면, 잠시 후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게 되는데…
   
▲아오야기의 조력자로, 영화에서 그녀의 눈부신 활약이 펼쳐지게 된다.

중간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회상 장면은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회상 속에 잔잔한 스토리 라인은 영화가 마치 멜로인 듯 착각마저 들 정도이다. 코믹 코드도 구석구석 배치해 놨다. 아오야기가 여 아이돌을 치한으로부터 구하게 되면서 일약 스타급 영웅이 됐고, 아오야기가 그 여 아이돌과 가까워지면서, 모든 남성들의 동경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일까? 아오야기를 만나는 남자들마다 그에게 묻는다. “했어?”라고... 이 저렴한(?) 한마디 대사가 론 긴장감을 해소시키기도 하고, 때론 코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영화는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부자간의 신뢰도 담고 있다. 아오야기는 누명을 쓴 채 도망자가 됐지만 그의 아버지는 아들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지 않는다. 그의 아버지는 취재진들을 향해 “당신들이 우리 아들에 대해 얼마나 알아! 난 아오야기가 태어나서 첫 걸음걸이부터 지금까지 모든 걸 다 알아. 우리 아들은 범인이 아니야! 우리 와이프가 나보다 더 잘 알지.” 이 장면을 티비로 보게 되는 아오야기. 그의 눈시울은 불거지고 이내 뜨거운 눈물이 흐른다.

영화는 스피디하게 흘러가고 ‘맨홀 속 폭죽’이라는 스펙터클한(?) 장면이 연출되면서 막바지로 흐른다. 조금 황당한 연출이긴 했지만, 이 장면 역시 주인공의 과거 회상과 맞물리면서 자연스럽게 담아냈다.

◇ “진실? 그 따윈 필요 없어! 모든 건 이미지야.”

우리는 눈으로 목격한 걸 사실로 받아드린다. 그리고 주변에서 뒷받침 될 만한 이야기를 듣게 되면 그 확실성이 강해진다. 결국 ‘진실’이 된다. 그러나 이같은 ‘진실이해 구성법’은 취약한 오류를 가지고 있다. 이런 오류는 우리 곁에서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잠시 생각해 보자. 누군가에게서 어떤 일을 놓고 ‘저건 아니다’라고 이야기를 듣게 되면 어떤 현상이 발생될까? 잘 알지도 못하는 그 일에 대해 일단 비판적인 생각을 갖게 된다. 더욱이 친한 측근으로부터 듣게 되면 거의 확정적으로 비판적인 이미지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것을 보충해 주는 추가적인 단서를 접하게 되면 ‘미심’이 ‘확신’으로 완성된다.

혈우사회를 잠시 조망해보자. 무수한 비난과 비판들이 살벌하게 흩어져 있다. 여기서 어떤 건 ‘진실’이겠지만 어떤 건 ‘누명’이 될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비난시각으로 보면 모든 것이 불만이 된다. 반면 긍정시각으로 보면 또 다른 세계가 열린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무엇일까? 영화 <골든스럼버>에서 말하듯 이미지는 신뢰를 통해 얻게 된다. 혈우사회에서 공존해야 할 우리 자신들을 다시한번 생각해 보고 ‘신세계’로 내딛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 골든슬럼버 일본판 포스터(좌)와 한국판 포스터. 강동원과 사카이 마사토가 상당히 닮아 보인다.

◇ ‘한국판’ <골든슬럼버>에 대한 기대는?

한국판 골든슬럼버는 설연휴에 맞춰 지난 14일에 개봉됐다. 강동원과 한효주 두 배우만 놓고서도 기대치는 매우 높았다. 그런데 한국판 골든슬럼버를 접하기에 앞서 네티즌들의 평가를 검색해 보니 그리 썩 높지 않다. 더구나 원작을 접했던 이들은 ‘소설 골든슬럼버 > 일본판 골든슬럼버 > 한국판 골든슬럼버’라는 흥행순서로 낙인을 찍었다.

원작에서 일본총리의 암살은, 한국판에서 ‘유력 대선후보가 폭탄 테러에 의해 암살당하는 사건’으로 설정했다. 광화문 한복판에서 벌어진 폭발사건과 긴박한 도주극. 그리고 국정원과 검찰이 등장하게 된다. 이 영화를 비판하는 이들이 적지 않지만 ‘리메이크’라는 건 원작과의 차이점 그리고 국내에 맞는 공감대 설정이 있어야 한다. 그러다보니 원작과 다른 부분이 곳곳에서 나타날 수 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마치 ‘숨은 그림찾기’처럼 ‘다른 점과 같은 점’을 찾아보는 것도 쏠쏠한 흥미꺼리가 될 수 있다. 특히 영화 OST로는 비틀즈의 ‘Golden Slumbers’이외에 넥스트 신해철의 ‘그대에게’, ‘힘을 내’ 등의 곡을 담았다. 한국판에서는 신해철에 대한 추억과 정서가 더 맞을 것 같다는 노동석 감독의 선택이었다. 누군가에 의해 곧 ‘헤모필’에서 이 영화가 다뤄지길 기대해 본다.

[헤모라이프 김승근 주필]

   
▲ 일본판 골든슬럼버의 배우들 △아오야기 마사하루(역 사카이 마사토) △히구치 하루코(역 타케우치 유코) △(사사키 이치타로(역 카가와 테루유키) △모리타 신고 (역 요시오카 히데타카) △오노 가즈오 (역 게키단 히토리) △키루오 (역 하마다 가쿠) △이와사키 에이지로 (역 시부카와 키요히코) △호도가야 야스시 (역 에모토 아키라)

김승근 기자 hemo@hemophilia.co.kr

<저작권자 © 헤모필리아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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