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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모필 Movie Feel> “와일드”

기사승인 2018.02.20  17:2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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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혈우사회인이 쓰는 '응고되지 않은' 영화평, 쉰번째

 

   
▲ PCT의 멋진 배경과 사이먼 앤 가펑클의 El Condor Pasa, 감미로운 영화일 것 같지만 한 여자의 아픈 기억을 담은 영화이다.

그대로 내버려둔 인생, 얼마나 거칠게 살아왔던가.

인구도 많지만 그에 비해 땅덩어리가 더 큰 미국, 이런 나라에서 여행을 다닌다고 하면 보통 차를 이용해서 다니기 마련이다. 어떠한 이유에서든 차를 이용하여 여행을 떠나는 영화를 로드무비라고 한다. 대표적인 작품은 “더스틴 호프만”과 “톰 크루즈” 주연의 <레인맨>이 있고 <덤앤더머>나 <매드맥스> 스리즈도 로드무비로 구분하기도 한다. 하지만 꼭 차로 여행을 가야만 로드무비는 아니다. 바로 이 영화, <와일드>는 걸어서 하는 여행이다. 무려 4,279Km를…

   
▲ 미국의 모하비 사막은 그저 횡량하기만 하지는 않다. 넓은 대지에 곧게 뻗은 도로, 그 하나만으로도 장관을 이룬다.

PCT(Pacific Crest Trail, 태평양 산마루 길)는 미 서부 해안에서 동쪽으로 조금 가다 보면 나오는 로키 산맥을 따라 만든 산길로, 남쪽으로는 맥시코 국경에서부터 북쪽의 캐나다 국경까지 이어지며, 거쳐가는 주만 해도 캘리포니아, 오레곤, 와싱턴 주를 거치는 엄청난 길이의 산길이다. 물론 엄청난 거리에 따라 난이도도 천차만별이라 평지도 있고, 사막도 있으며, 험난한 돌길과 눈밭길까지 다양하다. 이러한 길을 여자 혼자서, 온갖 산악 장비를 짊어지고, 온갖 고생을 해가면서 떠나는 이유가 무엇일까?

   
▲ 이 장면에서 난 이 영화가 호러 영환줄 알았다. <블랙스완> 같이 소름돋는 그 느낌은 모두가 다 공감할 듯.

영화는 시작하자마자 맞지 않는 신발로 오래 걸어 발톱이 떨어져나가는 장면으로부터 시작한다.무작정 여행을 떠나는 “쉐릴 스트레이드”, 젊고 아름다운 여자가 자기 몸무게만큼 나가는 산악 캠핑 장비를 짊어지고 여행을 시작한다. 시작하자마자 드는 생각은 그만두고 싶다, 언제든 그만둬도 돼, 너무 힘들어, 쉬고 싶다, 이런 내용 밖에 없다. 그럼 왜 시작했어? 힘들면 하지 말지…

   
▲ 어렸을 적 어머니와 즐거웠던 한 때, 먼 여행을 하다보면 이런 저런 생각이 나게 마련이다.

잠깐 얻어 탄 차 안에서 음악을 듣던 쉐릴, 잠시 어렸을 때 어머니와의 좋았던 한때를 떠올린다.그렇다, 쉐릴은 이 여행을 통해 무엇인가를 극복하고, 얻고, 또 잊어버리기 위해 시작한 것이다. 산길에서 텐트를 치고 캠핑을 하면서 다시 사색에 잠기는 쉐릴, 학창시절에 뒤늦게 공부를 시작한 엄마와 같이 학교를 다니지만 사춘기인 쉐릴은 그런 모습을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싶진 않았다.다시 공부를 시작한 엄마가 자랑스럽긴 하지만 나이든 엄마가 같은 학생이라니… 하지만 이 모든 것도 다 과거의 한 조각일 뿐이다.

   
▲ 아담한 키에 살짝 마른 쉐릴에게는 온갖 산악 장비가 들어 있는 가방이 그녀보다도 더 커보인다. 아마 무게도 그녀보다 무거울듯.

산악 캠핑엔 초짜인지 가방 안에 들어 있던 버너와 연로통이 제대로 맞는 제품이 아니라는걸 설명서를 보고 그제서야 알아차린다. 결국 제대로 끼니도 못 챙기고 기운 없이 걷다가 나이든 농부를 만나 도움을 청한다. 노부부는 쉐릴을 친절히 맞아주며 식사도 대접하고 자고 가라며 극진한 편의를 제공한다. 샤워를 하다가 거울에 비친 팔에 새긴 문신을 보면서 문득 생각에 빠지는 쉐릴, 그 문신은 바로 전 남편과 같이 새긴 것이었다. 서로 만나 사랑하며 오래 같이 했지만 결국 헤어진 그들, 생각에 남는 건 이혼 서류를 제출한 것과 마지막 헤어짐의 포응뿐이었다.

   
▲ 산행길이라고 해서 모든 길이 다 잘 만들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초짜이긴 하지만 힘들게 시작한 산행, 절대 포기할 순 없다.

영화는 이렇게 PCT를 여행하면서 쉐릴의 과거 장면이 계속 오버랩 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그녀의 짧은 인생이 결코 평탄하지만은 않았다는 것(심지어는 과격한(Wild)), 그리고 이러한 과거를 극복해야 할 이유가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그녀를 PCT로 이끌었으며 결코 포기하지 않고 완주할 수 있었던 것이다.

   
▲ 위로 올라갈수록 추워진다. 이건 북쪽 지방이라서 그런것도 있지만 캐나다 국경에 접근할 수록 지대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주인공 “쉐릴 스트라이드”는 실존 인물이며 그녀가 실제로 PCT를 도보 여행하면서 쓴 <Wild : From Lost to Found on the Pacific Crest Trail>를 원작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자 “리즈 위더스푼”이 “쉐릴” 역의 주인공을 맡았고 어머니 “바비” 역에는 과거 <쥐라기공원>에서 “엘리 새틀러” 박사로 나왔던 “로라 던”이 맡았다. 이 두 배우는 8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각 여우주연상과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르지만 아쉽게도 둘 다 수상에는 미치지 못했다.

   
▲ 우리나라의 산행 코스를 생각하면 안된다. 몇일 동안은 아무 도움도 받지 못하고 걸어야 한다. 그래서 그녀의 장비 중에는 오염된 물도 마실 수 있게끔 정화 장비랑 약품도 필수인 것이다.

이 영화의 주제는 하이킹, 즉 산길을 걷는 것이다. 그것도 아무 도움 없이 혼자 수십 일에 걸친 수백, 수천 Km 하이킹이다. 그러려면 필요한 것이 텐트, 천막, 식자재, 취사도구, 사막서부터 눈 덮인 산악까지 커버할 옷가지, 심지어는 물이 부족할 때를 대비하여 간이 정수 도구와 쉬는 시간에 읽을 책까지(심지어 수십 개의 콘돔 팩도 챙겼다.) 초반부에 짐을 등에 짊어지고 낑낑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우리 혈우 환자들에게는 그저 환상으로밖에 생각될 수 없는 일이다.

   
▲ 그래도 이러한 힘든 산행길에도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 좋다. 하지만 길을 떠나면 다 각자의 길을 가는 법, 쉴때만 만나는 그들은 왠지 아쉽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무거운 짊을 지고 수백 Km를 걷는 것들이 아니라 그녀가 이런 과정을 통해 극복해가는 부분이다. 꼭 무겁고 힘든 것들을 짊어지고 걸어야만 극복의 의미가 오는 것이 아니다. 작게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극복이라 할 수 있으며, 남들이 할 수 없다고, 혹은 하지 말라고 하는 일을 해내는 것 자체가 모두 자신과의 싸움이자 극복이니 말이다.

   
▲ 한눈에 봐도 무거운 짐들, 하지만 사막을 건너고 눈덮인 산을 넘을려면 저정도 장비는 갖춰야 한다.

보통 로드무비는 여행하면서 일어나는 재미나는 일들을 코믹하게 그린 코미디 영화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와일드>는 산길을 걸으면서 서로 오버랩 되는 과거들이 하나하나 충격적이고, 또 이런 장면을 통해 그녀가 반성하고 극복해가고자 하는 모습이 아주 잘 나타내어지고 있다. 즐겁지만은 않은 여행, 그녀는 왜 이 길을 선택했고 또 포기하지 않고 걷는가? 영화를 끝까지 보면 잔잔한 감동과 함께 나 자신도 뒤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다.

   
▲ 드디어 4개월만에 도착한 목표지점, 그 다리 위에서 그는 그녀의 인생을 되돌아보며 이렇게 말한다. How WILD it was, to let it be.(그대로 내버려둔 인생, 얼마나 거칠게 살아왔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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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들은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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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모라이프 황정식 기자]

 

황정식 기자 nbkiller@hanaf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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