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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인터뷰 - 열일곱번째 주자 : 장영진님

기사승인 2018.02.22  17:3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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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하니 이렇게 좋더라"

한국의 등록된 혈우병 환우는 2300여 명이다. 그 환우의 가족들과 의료진, 환우협회와 보건당국, 복지단체와 제약산업 관계자까지 포괄하여 '혈우 사회'라 부르는 건 이제 낯선 일이 아니다. 서로가 서로를 잘 아는 것 같으면서도 모르고, 내밀한 부분까지 터놓고 이야기 할 공간도 많은 것은 아니다. 본 '릴레이인터뷰'를 통해 한 번 서로의 맨얼굴을 바라보고 이야깃거리를 털어보자. '너와 나의 연결 고리'가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시즌3 현재 릴레이 순서) 김은기 위원장 – 조수호, 조진원 형제 – 황정식님 - 조진기님 - 이명림님 - 이귀병님 - 전수지 간호사 - 이승민님 - 이남일 간사 - 지현승님 - 조달호님 - 김종필님 - 김수섭 아버님 - 김선경 복지사님 - 김진규님 - 김연수님 - 장영진님

어떠한 공동체도 갈등을 겪고 의견이 나뉘어지기보다 다시 한목소리를 내고 통합에 이르는 길이 더욱 험난하다는 것을, 많은 경우를 통해 보게 된다. 11년의 헤어짐을 이겨내고 작년 다시 하나가 된 한국코헴회를 통해 그 과정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느끼며, 통합이 앞으로의 활동에 더욱 큰 엔진이 될 것을 기대하게 한다. ‘갈등의 시기’ 코헴회 회장이었던 김연수님의 릴레이를 이어받아 이번엔 전남지회(구 청심회) 지회장인 장영진님를 만났다. 재미있는 사투리는 부분적으로 살렸다.^^

   

▲ 장영진 지회장님과 유쾌한 인터뷰 시작!


1. 소개말씀 부탁드립니다.

코헴회 전남지회장 장영진입니다. 32년째 고등학교에서 영어 가르치고 있고, 고향은 전남 고흥에 있는 소록도입니다. 지금은 다리가 놔져부러가지고 섬도 아니지만요. (웃음) 올해 57세입니다.
 

2. 겨울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요새 방학기간이어서 광주의원에 가서 한 시간 반 정도 물리치료 받고, 오후에는 사우나 가서 한 시간 사우나를 꼭 해요. 매일같이 사우나를 해서 그런지 30년 가까이 감기도 안 걸리고 피로도 적어요. 전에는 한 달에 한두 번 출혈될 때에만 주사를 맞았는데 재작년 수술하고 난 뒤로는 일주일에 두세 번 유지요법을 하니까 건강이 아주 좋아졌어요. 출혈도 안 되고.
 

3. 어떤 수술을 하셨나요?

재작년에만 세 번을 했어요. 목디스크 수술 한 번, 그리고 4월, 8월에 양쪽 무릎 인공관절 했는데 경과가 너무 좋아요. 전남대병원에서 했는데 서울보다는 케이스가 적지만 광주전남지역 환우들은 최근 거기서 많이 하고 있어요. 정형외과 송은규 교수님이 워낙 잘 해주시고, 지역적으로 가깝고 하다 보니 훨씬 편하죠.
 

4. 교직에 계시면서 느껴지는 사회의 변화는 어떤 모습인가요?

시대의 흐름이 있다고 봐요.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 따라만 오기보다는 자기주장과 개성이 강하죠. 자기 할 말도 다 하고 불편한 점도 건의하고요. 예를 들어 예전에는 수업시간에 화장실 가는 것도 부끄럽게 여겼었는데, 요즘엔 있는 그대로 얘기하고, 여학생들도 “선생님 배 아파요. 생리 기간이에요.” 하면 제가 당황스러울 때도 있어요. (웃음)

   
▲ 장영진 전남지회장님과 김태일 편집장

5. 담임도 맡고 계신가요?

욕심이 많아서 그런가... 32년 교직에 있으면서 30년은 담임을 했던 것 같아요. 졸업한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서 자리잡은 뒤엔 연락하고 찾아오기도 많이 해요. 잘되고 안되고를 떠나서 그런 모습 보면 제일 보람을 느끼죠. 한 아이는 학교 때 몸무게가 120kg이었나... 체육대회 때 달리기를 하다가 무게를 못 이겨서 벌렁 넘어졌는데 친구들이 그걸 보고는 웃고 야유하고 그랬던 적이 있었어요. 거기에 자극을 받았는지 졸업한 뒤로 운동을 계속해서 지금은 청와대 경호실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선생님 한 번 구경오시라고 연락이 오더라구요. 깜짝 놀랐어요. (웃음)
 

6. 우리 환우들에게 ‘교사’라는 직업 어떤가요?

쉬운 직업은 아닌 것 같아요. 저도 중증 환우인데... 단체생활이다보니까 상당히 어려웠고 30년 돌아보니까 눈물 날 일도 많았구요. 화장실 가서 주사도 많이 맞고 그랬죠. 총각때 있던 학교에서 교직원 체육대회에 선수가 부족해서 공을 찬 적이 있었는데, 출혈이 돼부러갖고 새벽에 동료 선생님 도움을 받아서 전대병원으로 실려갔었죠. 그 선생님이 보호자 격이었으니까 응급실 의사가 혈우병이라고 얘기를 해버린 거에요. 선생님은 경위를 설명해야 하니까 학교에다 ‘장선생님이 혈우병이다, 피나면 안된다’ 심각하게 얘길 했고 그 뒤론 학교 전체가 저를 좀 색안경 끼고 보더라고요. 불편한 점이 더 많아서 학교 옮긴 뒤로는 병에 대해 얘길 안하고 있죠. 다리를 좀 저는 것에 대해서는 어릴적 소아마비를 앓았었다고 하고 있고요.

   
▲ 인터뷰 후 간호사 국가고시 합격소식을 전해 온 장영진 지회장님의 따님~ ^^

7. 캠프때 자제분들 함께 와서 봉사활동 하는 거 본 적 있는데요...

아들 하나, 딸 하나 있고 둘 다 대학 4학년이에요. 아들은 서울로 멀리 보냈고, 딸은 광주에서 간호학과 다니죠. 내일모레 국가고시 합격자 발표 난다는데 잘 되겠죠. (웃음) 제가 아직도 자가주사를 못하는데 딸래미가 많이 도와주죠. 간호사가 되기로 한 것도 아빠 영향이 컸다고 해요. 환우들 모이는 데 와서 봉사하고 그러면서 돕고 싶은 마음도 커지고 황종선, 방동윤씨 딸들하고 또래여서 친하게 어울리고 그랬죠. 그리고 딸은 보인자니까 간호사 일 하고 있으면 나중에 혹시 혈우병 아이를 두게 되더라도 더 잘 키울 수 있을 것 같네요. 이 녀석이 아빠 고생한 거 보고도 자꾸 자기는 애들을 많이 낳을 거라고 해요. (웃음)
 

8. 릴레이를 넘기신 김연수 회원님과는 어떻게 아는 사이신가요?

십 수 년 전 코헴 대의원회의에서 처음 만났는데 유능하고 정말로 합리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생각했어요. 여기 계신 승근 전국장님과 연수 회장님 계실 때 우리 광주전남지회에서 많이 속을 썩였죠. (웃음) 지향하는 목표는 같았는데 가는 방법의 차이가 좀 있었던 것 같아요. 당시에 보면 두 분이랑 영로 전국장, 백광흠씨 이런 똑똑한 친구들이 많았었죠. 연수 회장님은 그 중에서도 코헴을 위해서 의견을 통합하려고 많이 노력하셨던 것 같아요. 의견이 좀 틀어지면 승근 국장이랑 새벽에라도 차를 타고 광주에 내려와서 얘기를 하고 그랬죠. 연수 회장님 이모분이 장흥에 사셔서 내려오면 또 만나기도 하고 정이 많이 들었어요. 당시에 함께 고생했던 분들 광주로 초대해서 맛있는 거 대접하고 싶습니다.

   

▲ 좌측부터 장영진 지회장님, 황종선 대의원님, 헤모라이프 김승근 주필


9. 작년 11년만에 코헴회와 청심회가 다시 합쳤는데요, 통합에 가장 긍정적으로 작용한 힘은 무엇인가요?

환우단체가 하나로 가야한다는 생각은 오래 전부터 갖고 있었고, 코헴회가 좀 변화하는 모습도 기대했었어요. 박정서 회장님께서 많이 노력을 해주시고 우리가 한 목소리를 내야 되지 않느냐 하시는 생각에 공감도 많이 됐어요. 특히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코헴 대의원회가 환우 본인들로 구성되고 하면서 목표에 이르는 접근방식도 차이가 많이 좁혀졌다고 봐요. 지회분들과도 물론 반대의견이 있었지만 함께 설득하고 대화하면서 이제는 합쳐야 되지 않겠냐는 공감대가 커진 거죠. 지금은 너무 기쁩니다. 재단이나 의사사회 같은 외부에서 보기에도 함께 가게 된 게 참 좋아보이셨나 봐요. 작년 여름캠프에서 많은 분들이 격려해주셔서 좋았습니다.
 

10. 통합 이후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어려워진 부분이 있으시다면?

서로 화합할 수 있게 돼서 과거보다 앞날이 더 기대가 되는데, 아무래도 본회 중심의 활동이 많아지다 보니까 지방분권에도 함께 힘이 실려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어 여름캠프를 진행하더라도 중앙에서 모든 것을 다 맡아서 하기보다는 개최지회에서 음식준비라던지 회원들을 위해 현지 상황에 가장 적합한 준비를 할 수 있으니까 균형적으로 역할을 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 통합을 위한 코헴회와 청심회의 값진 걸음들

11. 전남지회의 향후 발전방향은 어떻게 계획하고 계신가요?

전남은 섬이 많고 지역이 넓어요. 그러다보니까 한곳으로 모여라 해서 교육하거나 홍보하기가 어렵더라구요. 그래서 신안, 여수나 순천 같은 먼 지역은 직접 환우를 찾아가서 만나는 사업을 해야 할 것 같아요. 도움되는 정보나 의료혜택에 대해서도 회원들에게 많이 전해지도록 해야 하겠고요. 광주는 전국에서도 의료환경이 좋은 곳으로 손에 꼽히는데 외곽지역 환우들도 그런 혜택에 접근이 쉽도록 해야겠습니다. 올해는 본회와 일정이 겹치지 않도록 지역행사도 계획하고 있고, 코헴캠프도 전북지회와 전남지회가 함께 우리 지역에서 열게 될 것 같습니다.
 

12. “전남에 오면 이곳은 꼭 가봐라” 추천할만한 곳

흑산도 혹시 가봤나 모르겄네요. 선생님들과 낚시를 몇 번 갔었는데 거기가 그렇게 멋있고 좋아요. 아시다시피 흑산도하면 홍어 유명하고, 나도 낚시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 낚시대를 넣었다 하면 감성돔 같은 게 바로 잡혀부러요. 목포에서 배로 두 시간 들어가고요, 1박 정도 하면 섬도 다 둘러볼 수가 있어서 꼭 가보시라고 추천드리겠습니다. (황종선 대의원 : 여수에는 야경이 아주 좋아요. ‘여수 밤바다’ 알잖아요.)

   
대둔도 성암산에서 내려다 본 다도해 해상국립공원

(연합뉴스=헤모필리아라이프 제휴) 흑산도의 부속섬인 대둔도 성암산에 오르면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바다와 흑산군도의 아름다운 풍경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사진은 2017.8.27 오전 성암산에서 내려다 본 바다의 모습 [천기철 사진작가 제공=연합뉴스] areum@yna.co.kr

13. “코헴회 사업, 이런 건 어떨까?” 제안해주신다면?

지금 잘 하고 있어서 특별한 것은 없는데, 오면서 생각해 본 게... 코헴회 행사를 할 때 하나를 하더라도 좀 더 내실 있게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행사의 취지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하고 고민을 해서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면 낫겠다 싶은 거죠. 그리고 혈우재단에 대해서는 원래 설립목적이 혈우환우를 위해 설립된 것이기 때문에 많은 우리 환우들이 재단에 들어가서 일도 하고, 재단 이사회에도 코헴 회장이 당연직 이사로 들어가 활동하게 해주었으면 좋겠어요. 우리 환우들 의견이 많이 반영되어야겠죠.
 

14. 개인적인 꿈, 어떤 게 있으신가요?

제 생각에는 학교 일 4년 정도만 더 하고 퇴직한 후에 못 갔던 여행도 좀 다니고 사람도 많이 만나고 싶어요. 교회 장로이다보니까 교회일도 많이 하고 싶고요. 여행이라고는 학교에서 서울대 많이 보냈다고 중국에 보내 준 적이 있었는데 단체로 움직이니까 만리장성 같은 데 같이 걷지도 못하고 아주 지루했어요. (웃음) 여행을 간다면 유럽쪽을 여유롭게 돌아보고 싶지요.

   
장영진 지회장님은 "릴레이가 이강안 원장님께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라며 다음 주자에게 바통을 전달했다.

15. 다음 릴레이주자를 추천해주세요.

지금도 정말 보고 싶은 사람이, 전북에 안두식 전 지회장인데, 안타깝게 돌아가셔서 추천드릴 순 없고... 아직도 가족들과는 가끔 연락을 하고 있어요. 눈물이 날 정도로 그립습니다. 릴레이는 전북지회에 이강안 원장님을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광주전남이 코헴회를 떠나있으면서 정말 아무것도 아는 것 없이 외롭게 나왔는데 원장님이 많이 도움을 주셨고 우리 지역 의료서비스 개선되는 데에도 역할을 많이 하셨어요. 그리고 다시 코헴회와 함께 하는 데에도 가장 큰 역할을 하셨기 때문에 꼭  좋은 이갸기를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 인터뷰에 응해주신 장영진 지회장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코헴 안에서 든든한 버팀목의 역할 당부드립니다.

[헤모라이프 김태일 기자/ 동행취재 유성연 기자/ 사진=황정식 기자]

 

김태일 기자 saltdoll@newsfin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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