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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모필 Movie Feel> "무한대를 본 남자"

기사승인 2018.01.31  11: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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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혈우사회인이 쓰는 '응고되지 않은' 영화평, 마흔일곱번째

   
▲ 무한대를 본 남자<The Man Who Knew Infinity> 영화포스터

라마누잔이란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그가 누군진 모르더라도 다른 영화나 드라마에서, 인도인 인물이 라마누잔이란 이름을 가진 것을 종종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천재 수학자의 강렬한 이미지는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끼쳐 각종 미디어 매체에서 라마누잔이란 이름의 수학 천재 캐릭터들을 만들어 내었기 때문이다.

인도가 낳은 천재 수학자의 삶, 그리고 정신적 육체적 고통 속에서 꿈을 놓지 않은 남자. 스리니바사 라마누잔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무한대를 본 남자’다.

인도에서 태어난 브라만 계급의 라마누잔은 천재적인 수학 재능을 타고났지만 가난한 집안 사정으로 인해 제대로 된 교육조차 받지 못했다. 그저 어디선가 구한 수학 서적들로 공부를 한 것이 다였다.

   
 

수에 대한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그였지만, 라마누잔이 재능을 펼치기엔 그가 태어난 시대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인도는 영국의 식민지였고 세계는 유례없는 전란의 불길에 휩싸이고 있었다. 라마누잔은 브라만 계급임에도 직장을 구하기 위해 영국인들에게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

그의 수학적 재능을 알아본 직장 상사의 도움으로 그가 발견한 공식을 영국으로 보내게 되고, 그의 재능을 알아본 케임브리지의 하디 교수는 라마누잔을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으로 초대한다.

   
 

라마누잔은 수많은 수학 공식들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것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현실과 직면한다. 그저 새로운 이론과 공식을 발견하고 그것을 발표하기 바란 라마누잔에게 증명이란 하고 싶지 않은 일이자, 시간 낭비로만 느껴졌다.

수학은 우주의 진리를 탐구하는 학문이라는 말처럼 어쩌면 라마누잔에게 있어 수학이란 수를 통해 수의 진리를 탐구하는 것이지, 어째서 그것이 참인가에 대한 구차한 해석의 나열인 증명은 불필요하게 느껴졌을지 모른다. 하지만 증명이 없다면 타인에게 그것이 참이라는 어떠한 근거도 없으므로 라마누잔의 공식들은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없었다. 결국, 라마누잔은 하디 교수와 함께 증명을 해 나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영국이란 이국땅은 라마누잔이 온전히 수학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호락호락 내어주지 않았다.

종교적 이유로 육식을 하지 못하는 라마누잔은 식당에서 제대로 된 식사조차 하지 못했다. 더불어 전쟁으로 인해 채소와 과일의 보급도 원활하지 못하자 라마누잔의 건강은 급속도로 악화되어 간다. 설상가상으로 전쟁으로 인해 냉랭해진 사회 분위기와 더불어 식민지 출신의 라마누잔에 대한 인종차별은 라마누잔을 더욱 몰아세운다. 아내와 홀어머니를 남겨두고 떠나온 먼 이국땅에서 라마누잔을 돌봐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나마 그를 인간적으로 챙겨주던 리틀 우드 박사마저 전쟁으로 인해 입대하자 그의 곁에 있는 것은 인간관계에 서툰 하디 교수와 인종적 경멸의 시선을 보내는 주위의 사람들뿐이었다. 결국, 돌이킬 수 없이 망가진 건강으로 인해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힘들 것이라는 의사의 말을 듣기에 이른다.

   
 

그럼에도 라마누잔은 수에 대한 탐구를 손에서 놓지 않았고, 그의 재능을 인정받아 당시 제국주의적 사고관과 인종적 우월주의가 만연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영국의 왕립학회 회원으로 인정받게 된다. 라마누잔은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결핍을 겪으면서도 자신이 추구하는 삶의 목표이자 아름다움인 수(數)에 대한 탐구를 포기하지 않았다.

영화의 첫 장면에는 버트런드 러셀의 명언이 나온다. 수학을 제대로 보면 진리뿐만 아니라 궁극의 아름다움 또한 담고 있노라고. 비록 그의 말은 수에 대한 예찬이지만 그의 말을 조금 바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자신의 꿈을 좇는 자의 삶은 궁극의 아름다움을 담고 있노라고.

100년 전, 제대로 된 교육조차 받지 못한 한 인도 청년의 수학 공식들이 오늘날 블랙홀의 거동을 연구하는 데 쓰이고 있듯, 오늘날 꿈을 위해 노력하는 여러 혈우인의 노력의 결실 또한 훌륭히 맺기를 기원한다.

[정강훈 평론가]

 

정강훈 평론가 hun@hemophilia.co.kr

<저작권자 © 헤모필리아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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