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혈우사회인이 쓰는 '응고되지 않은' 영화평, 마흔여섯번째
▲ 12년간의 어린 시절을 누군가가 기록해준다면 이렇게 될까? |
한 어린 아이의 잔잔한 성장 스토리
흔히들 나이가 들고나면 추억에 잠겨 산다고들 이야기 한다. 그렇다면 내 어렸을 때는 어떻게 지냈을까? 혹시 내가 어렸을 때 겪었던 이야기가 영화처럼 풀어나갈 수 있다면 어떻게 보여질 수 있을까? 영화 <보이후드>는 이런 관점에서 시작한 영화이다.
2015년 아카데미 시상식에 작품상을 비롯, 각본상, 감독상, 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 편집상까지 총 6개 부문에 후보로 지명되고 이중 엄마 역할을 맡은 ‘페트리샤 아퀘트’에게 여우조연상이 돌아간 <보이후드>, 이 영화는 어떤 영화이길래 이런 많은 주목을 받았을까?
▲ 올리비아는 아이들을 극진히 사랑하고 아꼈다. 하지만 심각한 생활고는 그녀의 삶을 여러번 바뀌게 만들었다. |
영화는 포스터로도 사용된 어린 주인공 “메이슨”이 누워서 하늘을 보고 있는 장면서부터 시작된다. 친구랑 뛰어 노는 것보다는 혼자 사색을 즐기는 것을 좋아하는 메이슨, 딱히 말썽쟁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공부만 잘하는 범생이 타입도 아닌 평범한 아이이다. 누나랑 같이 열심히 일하는 엄마 밑에서 행복하게 살 것 같지만 어느 날 밤, 테드와 엄마 올리비아(페트리샤 아퀘트 역)가 언쟁을 높이며 싸우고 있는 장면을 목격한다. 어린 메이슨은 왜 싸우는지 모르지만 영화를 보는 사람은 대번에 알 수 있을 것이다. 엄마는 두 아이를 기르는 이혼한 싱글맘이고 테드는 그런 엄마에게 호의를 갖고 접근하지만 아이 때문에 시간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 싸움을 하고 만 것이다.
▲ 아빠와 만나는 날은 아이들에게 최고의 날이다. 하지만 아빠의 역할도 거기까지, 새로운 가정을 꾸린 아빠는 점점 만나는게 뜸해진다. |
하지만 올리비아는 자기의 삶보다는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더 강했다. 그녀는 더 좋은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대학 공부를 하기로 마음 먹었고 그 동안 아이들을 돌보아 줄 수 있는 할머니 집으로 이사하게 된다. 간간히 이혼한 아빠(에단 호크 역)가 아이들을 봐주긴 하지만 아이들을 보면서 대학 공부를 하기란 쉽지가 않았다.
▲ 처음의 새로운 가정은 행복했으나 술만 마시면 돌변하는 새아빠의 성격으로 파탄나게 된다. |
이후 대학 교수랑 눈이 맞아 재혼을 하게 된 올리비아, 하지만 그 교수에게도 메이슨과 사만사와 같이 어린 남매가 있었다. 순식간에 6식구가 된 가족, 아이들끼리는 별탈 없이 서로 잘 지냈지만 문제는 새 아빠, 교수라는 사람이 매일 술먹고 엄마랑 싸우는가 하면 아이들을 노예처럼 부리곤 한다. 결국 참다 못한 올리비아는 자신의 아이들만 데리고 친구네 집으로 도망치듯 그 집을 벗어나는데…
▲ 메이슨에게 아빠는 친구이자 동료이다. |
이 영화는 완벽한 드라마 영화이다. 초점을 가족의 가장 막내인 아들에게 맞춰 진행된다 뿐이지 <아메리칸 뷰티>처럼 미국 가족의 삶을 그렸다는데서 많은 공감을 얻어낸 듯하다.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잘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이 이 영화를 특별하게 만든 것일까?
▲ 하지만 이런 아빠도 자기 가정을 새롭게 꾸리고 생활하는데 바빴을까, 메이슨에게 주겠다고 약속했던 GTO를 아이가 생겼다며 팔아버리고 RV 차량을 샀다. |
바로 영화 제작에서 이 영화가 특별하다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바로 어린 메이슨이 자라나는 12년 동안의 이야기를 실제로 촬영했다는 것이다! 즉, 배우가 중간에 바뀌지 않고 자라면 자라는대로, 늙으면 늙는데로 촬영을 한 것이다. 보통 영화가 기획과 각본, 스토리보드에 1~2년의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촬영은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부분(보통 배우의 높은 출연료로)이므로 되도록이면 짧게, 몇 개월 내에 끝내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반대로 이 영화는 사실감을 높이기 위하여 12년을 그대로 담았다. 물론 12년을 매일같이 찍는 것이 아니라 1년 한 두 번 정도 간단하게 만나서 동네 촬영장에 가서 찍어 담는 형식으로 촬영했다고 한다.
▲ 어린 메이슨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여자친구도 생기고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
메이슨이 질 나쁜 형들과 같이 놀면서 마약이나 범죄에 빠지거나 올리비아가 남편의 폭력에 견디지 못하고 최악의 선택을 하는 그런 영화가 아니다. 오히려 이런 힘든 부분을 참고 견디며 다른 곳에서 행복을 찾아 떠나는 소소하지만 잔잔한 감동을 줄 수 있는 그런 영화이다.
▲ 미국에서의 고등학교 졸업은 성인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
이 영화는 배우들의 연기도 한 몫 했다. 에단 호크야 젊었을 때나 나이들어서도 딱히 변한게 없어 보이지만 엄마 역을 맡은 페트리샤 아퀘트는 젊은 싱글맘서부터 대학 교수가 될 때까지, 특히 완전히 아줌마가 되고 나서부터는 아이 키우는데 온 전력을 다했다라는 듯이 얼굴에 온갖 고생한 흔적이 남는 연기를 훌륭하게 해냈다. 아카데미에서는 이런 노고를 잊지 않았고 여우조연상으로 보답했다.
▲ 대학에 들어가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메이슨, 이제는 더 이상 어린 시절(Boyhood)의 메이슨이 아니다. |
혈우 환우들에게는 어린 시절이 기억이 고통스러웠다고 생각될 수 있다. 특히 나이가 40대 중반 이후라면 제대로 된 약이 있지도 않았고 심지어 아플 때에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랐던 시절이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행복한 기억은 하나쯤 있을 것이고 한번쯤은 이런 기억을 되살릴 수 있는 기록이 있었으면 어떨까? 비록 자신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보이후드>를 보면서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지”라는 추억에 빠져보는게 어떨까?
이런 분들에게 추천
- 12년의 촬영, 어떻게 만들어 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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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들은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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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에 기승전결이 없어!
[헤모라이프 황정식 기자]
황정식 기자 nbkiller@hanaf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