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우리의 비하인드 씬과 누군가의 하이라이트 씬을 비교하며 산다.”
가끔 친구들의 소식이 궁금해 sns에 들어가본 적이 있다. 피드에 올라온 사진과 동영상을 차례로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묘한 현타가 왔다. 나는 제자리에 있는 것만 같은데 친구들은 하나 같이 저 멀리 앞서나가는 기분.
사진 속 환하게 웃고 있는 친구들을 볼 때마다 나도 몰랐던 감정이 슬그머니 고개를 내밀었다. 그리곤 두 눈에 비친 나의 현실에 씁쓸한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다 어느 날 영상 하나를 발견했다. 티키틱이라는 채널 명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의 작품인데 영상이 마치 뮤지컬 영화 같았다. 이 영상의 제목은 롱 테이크. 카메라를 멈추지 않고, 편집 없이 길게 촬영하는 기법을 말한다. 아래는 이 영상의 가사들이다.
「(주인공) 그러고 보면 너네도 편집된 것 같애. 눈 깜빡하면 어느새 변해 있잖아. 모두 똑같은 시간을 사는 것 같은데 과제는 언제 또 다했니. 살은 또 언제 뺐고 참.
(친구들) 우리는 언제나 변해가지 빠르게. 한눈팔면 언제나 앞서가니까 한 걸음 더.
(주인공) 정직하게 흐르는 건 여기 내 시간뿐. 혹시 너넨 실수도 되감기 할 수 있니?
(친구들) 놀러 왔다! 친구 만났다! 상 받았다!
(주인공) 너네 밥은 먹니? 꼭 잘 짜인 광고를 보는 것 같은데. 내가 찍는 건 1인칭의 끝없는 cctv.
(친구들) 우리는 언제나 변해가지 빠르게. 한눈팔면 언제나 앞서가니까 한 걸음 더.
(주인공) 정직하게 흐르는 건 여기.
(친구들) 우리는 숨기곤 해. 언제나 내 다짐은. 변해가지 꿈은 날 두고. 빠르게 도망하네. 한눈 팔면 막다른 길일까. 언제나 불안은 날. 앞서가니까 쉬고 싶어도. 한 걸음 더 한 걸음 더 한 걸음 더.」
알고 보니 주인공이 부러워하던 친구들조차 언제나 불안감을 갖고 힘겹게 살아가고 있었다. 당당해 보이던 그들의 외면은 말 그대로 겉모습일 뿐. 그들 또한 빠르게 도망가는 꿈으로 인해 절망을 맛보고 있었다. 친구들의 씁쓸한 독백을 끝으로 이 영상은 끝이 난다.
영상이 끝나고 한참을 그 자리에 앉아있었다. 묘한 감정이 온 몸을 휩쓸고 지나갔다. 나는 그간 나의 비하인드 씬과 친구들의 하이라이트 씬을 비교하며 살았었구나. 그리고 이 친구들도 나와 다르지 않겠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우습게도 피식 웃음이 나오며 찌질한 안도감이 들었다. 남들도 나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깨달음이 이렇게 내 마음을 안정시킬 줄은 몰랐다.
사실 영상의 내용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이 있다. “혹시 너넨 실수도 되감기 할 수 있니?” 묻는 주인공에게 친구들은 당연하다는 듯 실수하기 전으로 되감기 한다.
이에 주인공은 ‘그럼 그렇지. 역시 나만 못하는 건가봐.’ 하며 체념한 듯 고개를 끄덕이는데, 영상의 마지막 장면에선 그들의 실수를 되감기 없이 보여준다.
그 장면이 마치 ‘그들도 똑같이 되돌릴 수 없는 실수를 하곤 당황스러워 한다. (자리를 비운) 내가 보지 못한 것일 뿐.’ 이라는 메시지를 전해주는 것 같았다.
나는 완벽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는 그들을 부러워하지만, 알고 보면 그들 또한 나와 똑같은 실수를 하고 초조함에 시달리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모두 같은 감정을 느끼고 산다는 것.
콕 찝어 말로 표현하기 힘든 묘한 감정인데 이걸 영상으로 풀어낸 이들이 정말 대단했다. 때로는 “넌 잘 될 거야. 잘하고 있는데 무슨 걱정이야.” 같은 예쁜 포장지에 싸인 텅 빈 말보다 나와 같은 상황에 처한 사람이 내뱉는 푸념이 더 와 닿을 때가 있다.
마치 그런 위로를 들은 기분이라 마음이 따뜻해졌다. 누군가 나와 같은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꼭 한번 이 영상을 봤으면 좋겠다.
[헤모라이프 안지수 객원기자]
안지수 기자 wltn554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