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행사 근무 혈우환우 길명배 씨의 이야기
2024 코헴 여름캠프에는 다양한 치료법을 받고 있는 혈우환우들이 모두 모였었다. 우리나라에 단 3명밖에 없는 유전자치료 임상시험 참여자 중 2명이 참여해 귀한 경험을 들어볼 수도 있었고, 적지 않은 피하주사 사용 환우들의 이야기도 공유되었다. 그리고 물론 다수의 응고인자제제 사용자들도 건강하게 자기 관리를 해 나가고 있었다. 오늘은 혈우병 신약 사용에 대해 상당히 적극적인 관점을 가진 혈우환우 길명배 씨를 캠프 이후 만나 대화 나눠 보았다.
▲ 올 4월 세계혈우연맹총회가 열린 스페인을 배경으로 길명배(좌) 씨와 김형만 씨 |
Q.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강원도 춘천에 사는 36살 길명배입니다.
Q.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A. 저는 현재 행사 대행사에서 기업체 및 스포츠 관련 행사 기획 및 운영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청소년 수련 사업과 여행업도 같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Q. 혈우병을 갖고 살아오면서 가장 불편했던 점은?
A. 살아오면서 정말 불편했던 순간이 수없이 많았는데, 아무래도 사회 초년생 때가 가장 불편했던 것 같아요.. 일은 해야 하는데 주위 눈치도 보이지 계속된 출혈로 일에 집중할 수 없었죠. 그 시기가 저에게 있어 가장 불편하고 혈우병을 부정하고 싶었던 순간으로 기억됩니다.
Q. 현재는 어떻게 치료하고 계신가요?
A. 현재는 2주에 1번 헴리브라 피하주사를 통해 예방 중이며,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건강 상태 체크를 위해 정기적으로 김소연 원장님 진료를 받으며 치료하고 있습니다. 저는 다른 환우분들 또한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꼭 담당 교수님께 진료를 추천드립니다. 저도 헴리브라를 투여한 이후에 특별한 출혈이나 이상이 없어도 병원을 꾸준하게 방문하고 있는데 지속적인 건강체크와 교수님과의 상담을 통해 더 몸에 대해 신경 쓰게 되어 심리적으로도 좋은 것 같습니다.
▲ 2007년 유전자재조합제제 사용제한 폐지를 위한 코헴회 집회에서 깃발을 들었던 길명배 씨(당시 중학생) |
Q. 피하주사를 사용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아무래도 혈우병에 대해 그 누구보다 관심이 많은 사람이어서 피하주사에 대해 오랫동안 관심이 있었는데, 때마침 피하주사 투여 대상에 들어가게 되어 주저없이 바로 약을 바꿔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먼저 편리함에 가장 끌렸고, 새로운 약에 대한 기대감도 크게 작용했습니다. 약을 바꾸기 전부터 더 나은 삶을 기대했던 것 같습니다.
Q. 피하주사를 사용하면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A. 이 질문에 대해서는 정말 할 말이 많은데요. 절대 특정 약을 홍보하려는 목적은 1도 없으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먼저, 피하주사를 사용하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을 꼽자면 개인적으로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개인차가 분명 있겠지만 일주일에 3회 기존 약으로 예방요법을 해도 출혈을 막을 수 없었는데 헴리브라를 사용하면서 출혈 없는 삶을 살고 있어서 기존보다 심적인 안정감도 높아졌고 무엇보다 활동 반경이 커져 지금 현재 크게 만족한 삶을 살고 있는 중입니다. 전혀 아프지 않다라고는 할 수 없지만 기존보다 분명하게 차이점은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Q. 관절 중에 가장 불편한 곳은 어디며 약을 바꾼 이후로 출혈빈도는 어느 정도 인가요?
A. 우측 발목 관절이 변형된 지 오래되어 가장 불편합니다. 현재 많이 굳은 상태여서 한동안 염증으로 인한 통증이 심해서 고생을 많이 한 적도 있습니다. 그때마다 스테로이드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걷는 것조차 힘들고 출혈로 이어지곤 했는데 치료법을 바꾼 후 1년 넘는 시간 동안 두어 번 정도 출혈이 있었는데 그때는 분명 제가 무리했을 때입니다. 그것 말고는 크게 지금 불편한 곳은 없습니다.
▲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길명배 씨는 희귀질환 환자로서 자원해 성화 봉송에 참여하기도 했다. |
Q. 혈우병 치료, 앞으로의 방향에 바라는 점이 있으시다면?
A. 바라는 점은 한 두 가지가 아닌데 현실 가능성 있는 방향에서 말씀드리자면 지금 의료환경도 상당한 발전이 되었다는 건 누구든 아실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아직 유럽에 비해 약에 대한 선택과 처방 용량, 횟수에 대한 제한은 꼭 풀어야 할 과제이며 반드이 고쳐야 할 문제라 생각됩니다.
Q. 새로운 치료법에 대해 적극 참여해보자는 입장이신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A. 전에도 롱액팅 치료제가 처음 우리나라에 임상을 시작하였을 때 가장 먼저 참여했었는데, 저는 제가 유년 시절과 학창 시절 그리고 사회 진출 후 혈우병을 갖고 살아오면서 겪었던 의료환경에 어려움을 앞으로 혈우병을 갖고 살아갈 다음 세대 어린 친구들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가장 큽니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치료법이 한국에 들어오면 적극적으로 참여해 보고 느낀 점을 그대로 알려 조금 더 나은 환경에 대한 변화를 기대하는 입장입니다.
Q. 나의 '전성기'는 언제였나요? 아직 오지 않았다면 인생의 어느 시기일까요?
A. 생각본 적은 없는데 이대로만 계속 지금처럼 열심히 살아간다면 머지않아 저에게도 전성기가 올 거라 생각합니다. ㅎㅎㅎ 빠른 은퇴가 오랜 꿈이어서 좀 더 젊을 때 힘차게 전진하고 있는 중이어서 늦지 않은 시기에 전성기가 찾아오면 너무 좋을 것 같네요!
Q. 올해 나의 목표가 있다면?
A. 올해 지금 벌써 반이 넘게 지났네요.. 올 초에 다짐했던 목표가 사실 체중 감량을 꼭 해서 건강한 몸 상태를 유지하는 거였는데.. 사실 지금 지켜지지 못한 것 같네요... 남은 네 달이라도 이 목표는 꼭 이루도록 하겠습니다!
▲ 길명배 씨는 현재 코헴회 강원지회 지회장직도 맡고 있다. |
Q. 마지막으로, 환우 가족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 해주시겠어요?
A. 최근에 여름캠프에서 정말 오랜만에 코헴 가족 여러분들을 만나서 너무나 좋았고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자주 이렇게 얼굴 보는 기회가 있으면 너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해 아쉽네요. 모두 남은 2024년도 항상 건강하고 밝은 모습으로 살아가시길 희망합니다! 아직은 폭염이 기승을 부려 무척 더운 날의 연속인데 더위 조심하시고요~!!
[헤모라이프 하석찬 기자]
하석찬 기자 newlove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