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헴 여름캠프서 자주적 활동, 가족 참여 강조
강원도에서 열린 2024 코헴 여름캠프에는 다양한 의료 강연이 진행되었고, 쉬운 언어로 혈우 가족에게 정보와 메시지가 전달되었다. 그 중 캠프 첫날 저녁 '한국 혈우사회의 소고(小考)' 강연을 통해 혈우병 치료의 최신 동향과 함께 혈우사회와 코헴회의 올바른 역할에 대한 생각을 전한 대전을지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유철우 교수를 만나 짧은 인터뷰를 나눴다. |
▲ 대전을지대병원 유철우 교수 |
1. 더운 여름 어떻게 보내고 계신지요.
유난히 더운 여름인데 우리 환자분들이 건강하게 지내고 계시니 저도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 오니 가을 날씨 같네요.(웃음)
2. 대전지역 환자들 건강은 어떤가요?
예전에는 평균 한 달에 한 두 명 정도 입원하는 환자가 있었는데 한 2년간 입원 환자 수도 줄고 건강들이 좋으신 것 같습니다. 그만큼 자기관리와 예방을 잘 하고 있다는 방증인 것 같아요.
3. 여름캠프 강연에서 환자단체의 자주적 활동에 대한 소고를 전해주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고민에서 주신 말씀이신가요?
세계 많은 나라들에서 혈우병 단체를 대표하는 건 각국 환자회인데 우리나라는 특수한 역사적 상황때문에 재단이 대표권을 가지고 환자회를 돕는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환자회가 발전해서 체계가 잡히고 능력도 키워져가니까 서로 잘 상의를 해서 세계적인 추세에 발 맞춰가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오래된 개인적인 고민을 전한 것입니다. 재정적으로도 독립된 구조를 갖춰야 하고 환자를 위한 올바른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코헴회가 더 노력할 부분이 있는 것 같아서 어려운 이야기지만 하게 되었습니다.
▲ 광복절인 8월 15일 코헴캠프 내 강연에서 혈우사회와 환자단체의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활동을 강조했다. |
4. 진행하고 계신 혈우병 신약 임상시험에 대한 평가는 어떠세요?
안그래도 지난주에 'FDA 실사'를 받느라 고생했어요.(웃음) 피투시란이 FDA에 허가신청을 넣었는데, 세계적으로 그 임상을 많이 하고 있는 병원들에는 실사가 나가거든요. 유전자치료는 아직 확신이 없어서 안하고 있고, 다른 대부분의 비응고인자제제들은 오랜 기간 임상을 해오고 있습니다. 헴리브라야 몇 년 간 실제사용 경험과 자료가 쌓이고 있는데, 다른 약들은 아직 임상과정만 가지고 얘기하기에는 섣부르다고 생각해요. 약 마다 장단점이 있고, 내년쯤엔 대부분 임상을 마치고 FDA 신청에 들어갈 텐데 FDA가 어떻게 승인을 하는지, 승인 이후에도 면밀하게 자료를 살펴보는 신중한 기간은 필요하겠다 생각해요.
5. 신약이 나와도 넘어야 할 산들이 많을 것 같네요.
응고인자제제도 반드시 필요하고 우리나라 회사가 응고인자를 생산해야 한다는 것도 필수적이라 생각합니다만 새로운 치료제에 대해 환자 입장에서도 생각하고 그걸 수용할 수 있는 열린 환경도 필요합니다. 앞선 강연에서도 나왔지만 주사를 맞기 위해 2, 3일 간격으로 응급실을 찾는 환자들이 있는데 그런 환자들의 건강과 삶의 질을 되찾아줄 수 있는 치료제들에 대해 오픈마인드가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모두가 새로운 치료제만 맞는 것도 아니니까요.
6. 혈우병 환자와 가족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
환자와 가족들이 지역 코헴회와 잘 연결되고 코헴회는 지역 병원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환자 모임에서 서로의 모습에 부담을 느끼거나 자신을 노출하고 싶지 않아하는 건 대단히 위험한 태도입니다. 네트워크를 통해서 자기 안전을 확보하고, 그런 시스템에서 소외된 사람이 있다면 코헴회에서 잘 설득하고 독려하는 게 중요하죠. 그리고 코헴회는 환자와 그 가족으로 구성된 단체라고 정관에 나와있는 것처럼 너무 환자들의 목소리만 중요시하지 말고 가족이라는 소중한 자원이 성장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역할을 높이는 게 꼭 필요한 것 같습니다. 훨씬 폭넓고 탄탄한 네트워크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7. 혈액학이나 소아과를 전공하는 젊은 의사들이 혈우병 치료에 나설 수 있도록 도움 주실 말씀은?
먼저 의대 교육이 바뀌어야 합니다. 교육 현장에서는 아직도 출혈을 예방한다는 개념이 낯설고 제대로 가르쳐지지 않고 있는데 앞으로 피하주사, 유전자치료까지 나아가는 방향에 맞춰 교과서도 변해야겠지요. 그리고 최근의 그런 혈우병 치료 발전을 반영한 사회적 인식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환자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하겠습니다. 더이상 드문 병, 힘든 병이라고 알리는 것을 넘어서 치료를 통해 얼마든지 사회에서 멀쩡하게 역할을 하고 있고 봉사하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캠페인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 유철우 교수는 인터뷰 말미에 의대 교육과 혈우병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이 치료수준 발전을 따라와야 한다고 말했다. |
[헤모라이프 김태일 기자]
김태일 기자 saltdoll@hemophil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