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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연수 전 코헴회장 영면...독거 환우 실태파악 시급

기사승인 2024.02.21  00:3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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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연고 장례' 엄수, 가족 없이 지인들 마지막 인사

   
▲ 故 김연수 전 한국코헴회 회장(한국혈우재단 이사)의 영정이 화장장 앞에 가서야 놓일 수 있게 되었다.

고인의 마지막 길은 쓸쓸했지만 기억을 간직한 이들과 함께였다. 그리고 큰 숙제를 남겼다.

2002년부터 2005년까지 한국코헴회 회장과 한국혈우재단 이사를 역임한 故 김연수씨의 장례가 지난 18일 오후 2시 수원시 연화장에서 치러졌다.

장례는 별도의 빈소나 장례기간 없이 화장 후 연화장 내 무연고 봉안당에 봉안되는 '무연고 장례'로 치러졌고, 한국코헴회 송재청 회장과 한승철 서울경기지회장, 김승근 헤모필리아라이프 대표, 한국혈우재단 구태형 팀장, 우종완 과장 등이 참석했다. 또한 고인의 대학 선후배 20여 명이 모여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참석한 이들은 갑작스런 비보에 황망함과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상주 없는 장례일지언정 고인을 잘 떠나보내고자 하나씩 역할을 했다. 친한 후배 한 명은 영정사진을 준비해왔고 누군가는 과일과 빵과 술을, 누군가는 향과 라이터를 부랴부랴 사와 상에 올렸다. 제대로 된 빈소는 아니었지만 마지막 길에 절이라도 올릴 수 있음에 안도하는 이도 있었고 많은 이들이 눈물로 그립고 미안한 마음을 대신했다.

한편, 참석자들은 애도와 함께 너무나 갑작스런 죽음 앞에서 각자가 알고 있는 고인의 근황과 건강 상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으나 정확한 사인이나 과정은 알 길이 없어 답답해했다. 

   
▲ 영정 앞에 술을 올리고 있는 코헴회 송재청 회장(우)과 혈우재단 구태형 팀장

수원 팔달구에서 수학학원 강사로 일하고 있던 故 김연수 전 회장은, 그와 며칠간 연락이 닿지 않아 이상하게 여긴 동료 강사의 신고로 지난 8일 숨을 거둔 채 집에서 경찰과 구급대원에 의해 발견되었다. 이어 동수원병원 영안실에 안치되었으나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아 16일에서야 지인들에게 부고가 전해졌다. 사인은 경찰측의 '가족 외 공개 불가' 원칙에 따라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몇 주 전, 한 의원 간호사실과의 일상적 통화에서 고인이 '별다른 이상 없이 지내고 있다'고 말한 것과 1월 23일 평소 다니던 병원에 내원해 혈우병 치료제를 처방받아 간 기록이 있었고, 1월 말 한 후배와의 통화에서는 '몸이 좋지 않아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고인은 30여 년 전 부모를 여읜 후 가족과 연이 닿지 않아 직계가족 없이 홀로 지내왔다. 부고가 전해진 뒤 행정기관 뿐 아니라 한국혈우재단과 한국코헴회도 고인의 가족 또는 친척을 찾기 위해 수소문했으나 아직까지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

재단과 코헴은 팔달구청과 경찰을 통해 故 김연수 회장의 사인 확인과 가족 연락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고 고인을 정중하게 모시고 여러 지인들이 함께 기릴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에 인사하는 대학교 선후배들

고인의 유해는 화장 후 작은 종이에 싸여 연화장 내 한켠에 5년 기한으로 임시 봉안되었다. 그 사이 가족이 나타나거나 보호자로 인정될 수 있는 이가 특정되면 유해를 인도해 갈 수 있다. 故 김연수씨의 가족이나 친척을 알고 있는 이가 있다면 본지 헤모필리아라이프나 한국코헴회, 한국혈우재단으로 연락을 취해주길 바란다.

이날 장례에 참석했던 송재청 코헴 회장은 "혈우환우들을 위해 큰 역할을 해 오신 분이신데 이렇게 보내게 되어 안타깝다. 가족을 찾고 환우들의 외로운 별세를 막는 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연수 회장 활동 시기 혈우환우들을 진료했던 한 의료인은 "언젠가 꼭 다시 만날 거라고 믿고 지냈는데 이렇게 부고를 듣게 되어 너무 슬프고 그립다. 멀리서나마 고인을 추모할 것이고 환우들의 건강을 기원한다"고 말을 전했다.

혈우병 환자 중에는 여러 이유로 혼자 생활하고 있는 성인 환자들이 적지 않다. 주변인들과의 교류가 적어지고 거동이 불편해지며 각종 성인병 등으로 건강이 나빠질수록 혼자 사는 환자들이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거나 우울감을 겪을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특히 돌발적으로 찾아올 수 있는 뇌출혈이나 사고 시에는 스스로 대처하기 더욱 어렵게 된다. 이번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면서 바로 지난해에도 부산에서 혈우환우의 고독사가 한 사례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는 독거 혈우병 환자에 대한 기초 데이터나 실태조사가 전혀 없다. 혈우사회 내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생활형태에 따른 건강관리 방안과 특히 독거 장년층 환우들의 삶의 질 보완, 지원책에 대한 연구가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혈우병 치료가 눈부시게 발전하고 '완치'까지 내다보고 있는 소위 이 혈우병 치료 황금기에, 더이상 외롭고 쓸쓸한 죽음이 이어져선 안될 일이다.

   
▲ 하루 빨리 가족의 품으로 유해가 전해질 수 있기를 바라본다.
   
▲ 소박하고 배려심 깊은 성격의 김연수 회장을 많은 혈우 가족들이 기억할 것이다. 2005년 코헴 여름캠프에서

[헤모라이프 김태일 기자]

김태일 기자 saltdoll@hemophilia.co.kr

<저작권자 © 헤모필리아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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