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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모필 Movie Feel> '박열'

기사승인 2017.09.03  10: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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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혈우사회인이 쓰는 '응고되지 않은' 영화평, 서른네번째

   
 

일제시대 '민족주의'를 근간으로 한 독립투사들의 영화에는 공감이 쉽다. 초개와 같이 목숨을 바쳐 일본군과 매국노들을 처단하고, 때론 폭탄을 끌어안고 총독부 연회장으로 뛰어든다. 의사(義士)들의 이러한 싸움에 주먹이 불끈 쥐어지는 것은 '우리는 한민족' 또는 '우리 민족을 유린했던 쪽바리는 나쁜놈"이라는 민족주의(엇박자 났을 때는 전체주의까지 포괄하는 민족주의)가 우리 가슴 깊이 뿌리박혀있기 때문일 거다. 

그런데 얼마 전에 본 영화 <박열>에서는 그런 피끓는 '민족주의'보다도, 약간은 다듬어지지 않고 건들거리는 듯한 '무정부주의(아나키즘)'에 근거한 일제시대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볼 수 있어서 신선했다. '독립투사'가 아닌 '활동가'라고 칭하는 건, 정말로 그들 활동의 최종 목표가 '조선의 독립'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어서다. 적어도 조국이 해방을 맞더라도 그들의 활동은 계속되었을 거란 건 예상 가능하다. 어느 시대에나 정치가들에 의한 민중억압은 고삐를 얼마나 늦추느냐의 문제였지 한번도 중단된 적이 없고, 우리가 겪은 해방 이후 근현대사는 그 어느때보다 극심한 정부주도의 통치시스템 속에 놓여있었으니 말이다.

   
 

사실 원고를 부탁받고 쓰고 싶었던 이야기는 주인공 박열과 동료들이 일본 경찰에 붙잡히고 탄압받게 되는 계기에 대한 것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일본정부는 1932년 관동(간토)대지진을 겪으면서 미숙한 대응에 대한 비난을 감추고 국민들의 관심사를 돌리기 위해 '조선인이 지진을 틈타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헛소문을 퍼뜨리곤 닥치는대로 조선사람을 학살하거나 (그나마 운 좋은 경우) 구속했다. 사람들의 집단의식 속에 있지도 않은 가상의 적을 만들어 분노의 방향을 돌리고 그 분노가 광적으로 불어나게 해 눈엣가시 같은 존재를 고립시키면서 더불어 구성원들의 복종까지 강요하게 만드는 전략인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집단의식에 기대어 잘못된 소문을 내고 공동체를 이리저리 갈라놓으려는 시도는 우리 혈우사회 역사 속에서도 간간히 있었지 않은가. 최근에 와서는 치료에 대한 고급정보도 보편화되고 많은 노력을 통해 전체 혈우사회가 화합의 길을 걷고 있다지만, 조금 경계를 늦추고 안일하게 대응한다면 언제든 그런 비상식적인 역사는 되풀이될 수 있는 것이다. 어느 한 부분에서만이 아니라 치료병원, 지역별 환자단체, 치료약품 전반에 걸쳐 현재 이루어가고 있는 성과를 쉬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서는 거짓과 과학을 가려볼 수 있는 혜안, 구태와 진보를 걸러들을 수 있는 의연함이 필요하다 하겠다.

2017년 혈우병 사회는, 그리고 가까운 몇 해 안에 우리는 아주 빠른 속도의 변화를 맞게 될 것이란 걸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그런데 뭘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에 대한 지혜는 누구도 쉽게 말하지 못할 수 있다. 다만 '각자도생'으로 내맡겨지는 게 아니라면 우리 혈우사회도 스스로 대화를 제안하고 아직까지도 남아있는 작은 균열을 메우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지금부터라도 말이다.

[글 : 자유기고가 쌥쌥이]

자유기고가 쌥쌥이 hemo@hemophilia.co.kr

<저작권자 © 헤모필리아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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