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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로 온지 2년, 피하주사로 삶의 두번째 전성기 맞아"

기사승인 2023.03.20  14:4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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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헴리브라 무상공급 프로그램에 참여중인 심영섭님

반감기연장 혈우병치료제와 피하주사제제가 국내에 도입된지 3년이 되어간다. 하지만 신약에 대한 정보가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고 가장 많은 환자들이 이용하고 있는 재단의원에서 처방하고 있지 않아 적지 않은 환자들이 한발짝 떨어져 바라보고만 있는 상황이다. 또한 실제 사용에 대한 다양한 경험이 공유되지 않은 것도 환자들을 망설이게 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헤모필리아라이프에서는 반감기 연장 응고인자제제, 비응고인자 피하주사제제와 같은 신약에 대한 치료경험을 들어 기획기사로 다루고 있다. 많은 환자들이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치료제를 모색하고 의료진과 협의하는 데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오늘은 제주에서 피하주사제인 '헴리브라'로 예방요법을 하며 액티브한 삶을 살고 있는 심영섭님을 만나 일상과 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1. 안녕하세요,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늘 건강하고 밝은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30세 중증 혈우병A 환우 심영섭입니다. 끊임없는 도전으로 이것저것 손대보는 게 제 삶의 에너지원입니다.

   
▲ 13년째 로드사이클에 진심인 영섭씨. 우리 환우들 중에도 사이클링 하는 이들이 많은데 같이 달려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면 좋겠다.

2.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대학 졸업 후 꿈꿔오던 맥주 회사에서 일할 기회를 얻게 되어서 양조사의 부푼 꿈을 안고 2021년에 제주도로 홀로 이주하였습니다. 하지만 서 있는 시간도 매우 길고, 무거운 재료들을 많이 운반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아쉽게도 꿈을 접었습니다. 전공을 살려 대학교 수질 연구원으로 취직하게 되었고 지금까지 다니고 있습니다. 대부분 앉아서 실험한다는 점, 일주일에 한 번은 경치 좋은 바다와 산을 넘나들며 출장을 한다는 점이 매력적인 직장입니다. 하지만 가족과 친구들이 모두 육지에 있어서 곧 상경해야 할 것 같습니다.
 
3. 혈우병을 갖고 살아오면서 가장 불편했던 점은?

첫째로는 몸을 움직이는 걸 좋아하는 저로서는 마음 놓고 운동과 야외 활동을 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큽니다. 무엇을 하려고 해도 일단 머릿속으로는 맞아야 하는 주사 용량에 대한 계산, 현재 남아있는 약의 양, 관절에 가해지는 부담, 수술했던 부위에 대한 걱정 등이 늘 앞서기 때문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쯤 운동한다고 하면 약의 용량이 충분하지만, 두세 번 하게 되면 한 달 처방 용량으로는 무조건 부족하기 때문이지요. 저는 출혈 용량을 반으로 쪼개서 매일 주사를 맞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그 덕인지 모르겠지만 운동 후에 출혈로 인한 붓기나 통증이 심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두 번째로는 병에 대해 상대방에게 말했을 때 무조건적인 약자로 비쳐칠 때도 있는 점입니다. 다른 환우분들도 타인에게 혈우병에 대해 이해시킬 때 기본적으로 '피가 나면 멈추지 않는다'라고 설명하실 것 같습니다. 그럼 저희는 수많은 질문과 동정 어린 눈빛을 해결하기 위해 부연 설명을 많이 해야 하죠. 많은 분께선 결국 우리가 예방요법을 통해 일상적인 활동에는 무리가 없다는 걸 이해해주시지만, 끝까지 혈우병 환자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 분들도 있습니다. 특히 취업 시 군 면제 질문에 답변하는 일은 힘든 일일 수 있겠더군요.  

4. 현재는 어떻게 치료하고 계신가요?

아까 말씀드린 대로 원래는 애드베이트를 매일 자가 주사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운 좋게도 JW중외제약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었고, 2022년 7월부터 헴리브라를 투여받기 시작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애드베이트와 병용하였지만 가을부터는 거의 사용하지 않고 헴리브라로만 혈우병 치료를 하고 있습니다. 

5. 피하주사를 사용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헴리브라를 처음 접했을 때 고민이 많았습니다. 애드베이트를 매일 맞는 것에 비해 응고인자 활성도가 떨어진다면 운동을 하는 저로서는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맞을 이유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며칠 동안 국내, 해외의 자료와 논문을 찾아본 결과 헴리브라 주사 시 활성도가 더 높은 것을 확인하게 되었고 망설임 없이 헴리브라 투여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6. 피하주사를 사용하면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제일 크게 다가오는 점은 매일 혹은 이틀에 한 번 주사를 맞지 않아도 되므로 심리적인 안정감이 매우 크다는 것입니다. 저는 매일 아침 출근 전에 애드베이트를 투여했는데 혹여 깜빡하고 투여하지 않는 날은 관절 출혈 걱정이 되어서 업무가 손에 잘 잡히지 않았습니다. 실내에서 실험 장비나 시료를 많이 운반할 때, 출장 가서 걸을 일이 꽤 되는 날은 늘 조심히 생활했고, 귀가하자마자 주사를 급히 맞았습니다.

   
▲ 지난 겨울 아버지와 함께 한라산 윗세오름

7. 운동 열심히 하시는 것 같은데 어떤 운동을 하시나요?

2010년 로드자전거에 입문을 했고 아직까지도 저의 가장 소중한 취미입니다. 발목 수술 전까지는 아마추어 선수로 활동하였고 지금은 약간 강도를 줄여서 타고 있습니다. 작년까지는 웨이트 트레이닝도 같이 했지만 올해는 여러 이유들로 휴식중입니다.

8. 운동함에 있어서도 현재의 치료가 도움이 되었나요?

2022년 12월의 대회를 준비할 때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준비 기간 동안 거의 매일 운동을 한 것 같지만 출혈은 일어나지 않았고, 운동 강도가 높은 날에도 애드베이트 저용량 투여만으로 충분했습니다. 

9. 사이클 하시면서 목표가 있다면?

올해부터는 약간 여유를 가지고 자전거를 타 볼 생각입니다. 매일 빨리 달리느라 챙기지 못한 것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느리게 달려야 보이는 것들에 집중해 볼 예정입니다. 예를 들어 아버지와의 여유로운 자전거 여행, 친구들과의 해외 자전거 여행 등입니다.

10. 혈우병 치료, 앞으로의 방향에 바라는 점이 있으시다면?

국가와 병원의 적극적인 지원, 기술의 발전 등도 중요하지만, 마냥 기다리기만 할 수는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개개인의 인식과 관리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치료 방법 등의 변화가 있으면 능동적으로 적극 받아들이고, 관절은 소모품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철저하게 관리해야 다 같이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1. 새로운 치료법에 대해 적극 참여해보자는 입장이신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임상시험 단계가 아니라 해외에서 이미 널리 퍼져있는 치료 방법이라면 시도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관절이 조금이라도 정상적인 상태일 때 더 효과적인 치료 방법을 찾는 게 좋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12. 나의 '전성기'는 언제였나요? 아직 오지 않았다면 인생의 어느 시기일까요?

첫 번째 전성기는 대학 시절입니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모인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관계를 맺은 시기였습니다. 제가 영향을 받기도 하고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기도 하면서 제 정체성의 큰 틀을 잡게 되었고, 그 결과 지금의 제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특히 자전거 동아리에서 만난 인연들과 동호회에서 만난 분들과는 아직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중입니다. 많은 대회에서 피와 땀을 흘리며 우정을 쌓았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두 번째 전성기는 작년입니다. 제주도에 살지만 많은 친구들이 저를 만나러 제주까지 방문해 주었고, 직장 동료들은 전원 제주도민이었지만 외지인인 저를 밝고 친절하게 대해주셨습니다. 좋은 사람들 사이에서 정신적으로 행복한 시기였습니다. 12월에 있던 제주자전거연맹 회장배 대회에서는 2등을 하여 최초로 시상대에도 올라가 보았습니다. 열심히, 힘들게 준비해서 보상받은 결과는 평생 잊지 못할 기억입니다.

13. 마지막으로, 환우 가족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 해주시겠어요?

혈우병을 가지고도 얼마든지 건강하고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직접 다른 환우분들을 만나 제가 경험했던 효과적 치료 방법과 관리 방법들을 말씀해드리고 싶고, 또 다른 분들의 경험을 들으면서 더 좋은 방법을 모색하고 싶습니다. 특히 아직 어린 환우들은 발전한 기술의 혜택을 누릴 기회가 충분하므로 항상 많은 정보를 적극적으로 찾아보기를 부탁드립니다. 육지에 다시 올라가게 되면 세미나 등에 참석하여 다른 환우분들을 뵙기를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지난해 제주자전거연맹 회장배 대회에서 2등했을 당시
'관절은 소모품이어서 조금이라도 건강할 때에 효과적인 치료법을 찾아야 한다'는 말씀이 머리에 남습니다. 꿈을 좇아 제주에 훌쩍 내려갈 수 있었던 용기도, 최적의 치료를 위해 적극적으로 의료진과 소통하는 마음도 지금의 영섭씨를 앞으로 쭉쭉 나아가게 하는 두 '페달'이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서른 즈음, 인생의 세번째 네번째 전성기로 달려나갈 영섭씨 화이팅.

[헤모라이프 김태일 기자]

김태일 기자 saltdoll@newsfinder.co.kr

<저작권자 © 헤모필리아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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