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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복 처음 입은 날, "우리 참 고생 많았어"

기사승인 2022.06.28  13:5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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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인자 롱액팅 알프로릭스(사노피) 사용자 오주안 어린이

기존 치료제보다 약효가 오래가는, 즉 반감기가 연장된 응고인자 기반 혈우병 치료제가 국내에 처방되기 시작한지 2년이 넘었다. 하지만 신약에 대한 정보가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고 가장 많은 환자들이 이용하고 있는 재단의원에서 처방하고 있지 않아 적지 않은 환자들이 한발짝 떨어져 바라보고만 있는 상황이다. 또한 실제 사용에 대한 다양한 경험이 공유되지 않은 것도 환자들을 망설이게 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헤모필리아라이프에서는 반감기 연장 응고인자제제, 비응고인자 피하주사제제와 같은 신약에 대한 치료경험을 들어 기획기사로 다루고 있다. 많은 환자들이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치료제를 모색하고 의료진과 협의하는 데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이번엔 현재 세계에서 유일하게 9인자 반감기연장제제로서 사용되고 있는 알프로릭스(사노피) 사용 가족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멋쟁이 주안이 가족이 여러분들께 들려드릴 이야기는요...

Q. 안녕하세요. 주안이와 가족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희는 경남 거제시에 사는 주안이(8)네 가족입니다. 아빠, 엄마, 그리고 동생인 필립이와 두 살 차이 나는 형 오주안, 이렇게 4명이구요. 혈우병 가족력은 없어서 주안이만 환우입니다. 주안이는 9인자 결핍 중등증(1%) 진단을 받았습니다.

Q. 혈우병은 언제 어떻게 진단받으셨나요?

A. 백일 좀 지나 아기띠를 매고 외출을 다녀온 날 허벅지에 아기띠 자국대로 혈종이 잡힌 것을 보고, 엄마들 모임 카페에 아기띠가 이상한거냐고 글을 올렸는데 댓글수가 엄청났습니다. 같은 아기띠를 쓰는데 그런 일은 없다며 얼른 응급실이라도 데려가라. 심지어 아기를 학대하는 건 아니냐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대수롭지 않게 동네 병원에 가서 피검사 후 혈우병이 의심되지만 확률은 높지 않으니 걱정 말고 큰 병원으로 가라고 하셨습니다. 양산 부산대병원에서 검사 후 결국 혈우병 진단을 받고 혈우재단을 소개 받고 내원하여 상담과 교육을 받게 되었습니다. 

   
▲ 혈우병 진단을 받고 초기에는 작은 부딪힘과 마찰에도 크게 부어올라 너무도 놀랐던 주안이 가족들

Q. 진단 이후 주된 출혈증상은 어땠나요?

A. 아이가 앉기 시작하면서는 잠시라도 한 눈을 팔면 바로 이마나 뒤통수를 박고 멍이 잘 들었습니다. 안에서든 밖에서든 머리 보호대는 땀이 차더라도 가급적 하고, 관절 출혈이 위험하다고 하여 무릎보호대를 한 다리에 2개씩 착용하고 걸음마를 시작하였습니다. 그래도 짱구 이마인 주안이는 늘 이마에 퍼런 멍을 달고 살았고, 특히 낮은 미끄럼틀에서 놀다가 근육 출혈이 생겨 깁스를 한 뒤로는 다친 팔에만 근육 출혈이 자주 일어났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재단에서 약을 타왔고 매주 주말마다 가까운 거붕백병원에서 예방요법을 맞게 되었습니다. 처음 걱정했던 것이 이 힘센 아기를 붙잡고 매주 주사를 놓아줄 병원이 있기는 할까? 였는데 그 때 계셨던 (처음 검사 후 큰병원을 가보라고 하셨던) 소아과 선생님이 함께 마음 아파하시며 직접 같이 주사실로 가셔서 간호차장님께 매주 잘 좀 부탁드린다고 말씀해주셔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Q. 현재 어떤 치료제를 어떤 주기로 사용하고 계시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처음엔 베네픽스를 맞다가 재단 상담사님의 권유로 릭수비스로 바꾸었습니다. 8인자보다 9인자 치료가 수월하고, 옛날 사람들은 꿈도 못 꿀 정도로 좋은 치료제에, 100프로 지원되는 약값으로 참 좋은 세상이라지만 저는 주안이가 처음 진단받고 약효가 얼마나 가는지를 듣고 좌절했습니다. 

간호사 선생님 세 분이 혈관을 찾느라 아이를 붙잡고 있고, 아이는 이보다 더 공포스러울 수 없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죽음과도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데, 엄마는 이런 나를 도와주지도 않고 멍하니 서있는 모습을 일주일에 최소 두 번은 봐야 그래도 유지요법이라고 할 수 있다구요? 그래서 매일같이 혈우병이라는 단어로 최신 뉴스 검색을 하며, 더 좋은 신약만을 기다리며 살아왔습니다. 

코로나가 한창 시작되고 석달을 내리 유치원을 못가다가 겨우 개학을 하게된지 3일째 되던 6살, 5월의 어느날, 유치원 버스에서 내린 아이가 힘이 풀려서 제대로 걷지도 못하던 그 날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아이 말로는 다치지 않았다고 했고, 수요일에 주사를 맞고 그 날이 금요일이었으니 그래도 괜찮겠지 하고 일찍 재웠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머리가 아프다고 울기 시작하며 그제서야 하는 말이, '엄마한테 혼날까봐 말을 못했는데 사실 오늘 유치원에서 공을 밟고 뒤로 머리를 박으며 넘어졌다'고 하네요. 곧장 응급실로 달려가자마자 왈칵 토하고, CT 찍고, 뇌출혈 진단을 받고, 부산백병원으로 가서 입원을 하게 되었던 모든 과정속에서 주안이를 잃을까봐 공포스러웠고, 두 번 다시는 같은 사고를 반복하고 싶지 않아졌습니다. 

그 시점에 국내에서도 롱액팅 제재가 출시되었다고 해서 미련없이 옮기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혈우재단에서 당연히 제공될 줄 알았던 알프로릭스가 약심위에서 통과되지 못했다고 해서 정말 화가 많이 났습니다. 같은 편, 내 아이의 편이 되어줄 줄 알았던, 알아서 다 해주는 편리한 재단에서 스스로 벗어나야할 때는 멘붕이었습니다. 지방에 살기에 더 멀게만 느껴지는 처방병원, 처방병원이 달라지면 아이가 다시 힘든 검사도 해야하고, 먼저 맞은 사람들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다보니 부작용에 대한 걱정이 많아서 주변의 가족 친구들도 조금 더 있다가 맞자고 말렸습니다. 그들을 설득하기 위해 공부도 많이 하고 여기저기 상담받고 전화걸며 알프로릭스가 처방 가능한 지방 병원을 찾게 되었을 때는 정말 뿌듯했습니다.

   
▲ 조마조마한 어린 시절이었지만 주안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찾는 걸 우선했습니다.

Q. 반감기 연장 치료제로 바꾼 후 효과는 어떠하며, 이전과 가장 달라진 부분은 무엇인가요?

A. 엄마는 욕심쟁이라 기준이 완치입니다. 완치되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엄마에게 사실은 이 롱액팅 제제도 성에 차지 않습니다. 지지난주 토요일에 주사를 맞고 지난주 목요일에도 원인 모를 두통으로 밤 늦게 응급실에서 CT를 찍고 와야 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만 맞아도 된다고 했는데 사실 처방되는 양은 참 모자란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조금만 덜 불안하도록 조금만 더 넉넉하게 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감기 연장 치료제는 기존의 치료제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느껴집니다. 우선 기존의 치료제는 이틀만 지나면 여기저기 자잘한 멍이 많이 생겼는데, 알프로릭스 처방 후에는 4~5일은 덜 불안하게 살 수 있습니다. 멍도 확실히 줄어들었습니다. 병원을 일주일에 한 번 가도 된다는 건 너무 감사한 일입니다. 아이의 손과 팔다리의 주사 자국이 옅어졌습니다. 다시 돌아가라고 한다면 절대로 그럴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조금만 더 충분히 줬으면 좋겠습니다.^^;;

Q. 주변 다른 환우들도 치료제 임상시험이나 반감기 연장 치료제에 대해 많이 시도해 보고 계신가요?

A. 주변에 일단 다른 환우들, 특히 9인자 환우가 없습니다만, 제가 9인자 아이의 엄마고, 알프로릭스 처방을 알아보고 있다고 하니 조금 고민하던 몇몇 분들이 저처럼 재단을 떠나는 게 쉽지 않다며, 그래도 처방을 받게 된다면 연락을 달라거나, 치료제를 바꾸니 어떤지 물어보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그렇지만 결국은 경남 지역에서는 아직 알프로릭스 처방을 하기로 결정한 분은 없는 것 같습니다. 아이가 이미 많이 커서 지금 맞고 있는 치료제로 3일에 한 번씩 주사 맞는 것도 그리 힘들어하지 않기 때문에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하네요. 

Q. 현재 새로운 치료제들이 혈우재단의원에서 처방되지 않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아까도 잠시 언급했지만 혈우재단은 저에겐 참 특별한 곳입니다. 혈우병 진단을 받고 무너져내리는 마음을 다잡아주고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주시고 함께 한다는 마음이 들게 해준 고마운 곳이거든요. 특히 위급한 상황이 있을 때 그곳 상담사님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우리 주안이는 어떻게 됐을지 생각조차도 하기 싫습니다. 거기 계신 분들에 대한 마음은 변함이 없지만, 기다리고 기다리던 롱액팅 치료제가 약심위를 통과하지 못했고 그 이유가 명쾌하지 않아서 드는 배신감은 참 힘들었습니다. 혈우재단은 이름 그대로 혈우병 환우들이 가장 우선순위인 줄 착각했던 저의 잘못이라고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 여기저기 멍을 달고 살면서도 씩씩하게 자라준 주안이

Q. 혈우병 치료제가 앞으로 어떻게 더 개선되길 바라시나요?

A. 롱액팅이면 뭐하나요, 용량이 적으면 반감기도 짧아지는 것을요. 알프로릭스가 출시되기도 전에 뉴스로 본 건 2주에 한 번 주사가 가능하다는 거였는데 아무리 계산해봐도 그렇게는 안될 것 같습니다. 약값이 고가이다 보니, 그런가봅니다. 주사 맞은지 3일째 되는 날부터 주안이는 "오늘부터 조심하기! 다치면 안돼!" 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데, 아이가 엄마의 잔소리를 조금만 덜 듣고 더 행복하도록 용량 조금만 더 올려주시면 얼마나 좋을까요.

지금은 매월 한 번 아이의 아빠가 진주 경상대병원에 가서 약을 타오는데 사실 왜 이렇게밖에 안되는건지 납득이 가질 않습니다. 선진국처럼 편하게 처방받고 택배로 받거나, 아니면 한 달 단위가 아니라 환자의 상황에 맞게 여러 달 처방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환자가 직접 약을 타러가지 않더라도 처방 병원과 동네 병원이 연계가 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환자의 약 처방이 수월해졌으면 좋겠습니다.

롱액팅 치료제가 많이 출시되는데 환자에게 오기까지는 너무 오래 걸립니다. 희망고문입니다. 줄듯 안줄듯 하다가 결국 안주거나 너무 적게 주거나 입니다. 심평원은 이런 저런 이유로 주안이가 이미 병원을 옮긴 후에도 처방 허락을 미뤘고 인권위원회에 민원을 넣고 여기 저기 도움을 청해서 겨우겨우 알프로릭스 처방이 되었습니다. 아직도 혈우 사회에서 혈우 환우는 주인공이 아닌 것 같은 기분입니다. 아이가 혈우병으로 인해 죽지도 않고, 다치지도 않고, 마음의 상처도 받지 않고 평범하게 사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게 욕심인걸까, 종종 자괴감이 듭니다.

Q. 주안이와 가족의 현재 소확행은 무엇인가요?

A. 태권도복을 입고 다니는 형아들을 보며 "엄마, 나도 태권도 다니고 싶어." 말하던 주안이를 보며 마음이 찢어지는 듯 아팠습니다. 절대로 안돼! 태권도만은 절대로 안돼! 라고 했던 우리 부부였지만, 알프로릭스를 맞게 된 후로 용기 내어 태권도를 다니게 되었습니다. 관장님께 아이의 사정을 이야기 했는데도 흔쾌히 받아주셨습니다. 처음 도복을 입고 사진도 찍은 날 "우리 참 고생 많았어, 그치?" 하며 서로 꼭 안아주었습니다. 

매주 토요일마다 주사를 맞고 있지만, 학교에서 소풍이나 체육대회가 있는 날이면, 전날 주사를 맞는 걸로 합니다. 갑자기 주사를 맞아야 하는 주안이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위로를 받을 수 있게 그날은 주안이가 먹고 싶어하는 음식으로 저녁 외식과 데이트를 합니다. 주사 맞고 나서 밴드 붙여놓은 손 꼭 잡고 밤 공기 쐬면서 "오늘은 역대급으로 주사 참 잘 맞더라? 최고다 아들!!" 이야기하며 걸으면 주사맞는 게 그리 힘든 일은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또 한 주를 살아갈 용기가 생깁니다. 

   
▲ 다른 아이들처럼 태권도장에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Q. 다른 혈우 가족들에게 전하고 싶으신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고, 혈우병도 완치라는 목표를 향해 눈에 띄게 한 걸음씩 걸어가는 듯합니다. 많은 분들이 한 발 앞서가며 더 나은 치료제를 개발중이고, 혈우병 인식 개선을 위해 정보도 공유하고 캠페인도 벌이고 있습니다. 

모두가 다양한 이유로 자신에게 처한 상황에서 벗어나는 걸 힘들어합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우리 자신을 위해, 하루라도 더 빨리 완치라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불안하지만 한 걸음 내딛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알프로릭스는 분명 획기적이고도 안정적인 제제입니다. 투여 빈도를 절반으로 줄여서 삶의 질을 한 층 끌어올림과 동시에, 아이들이 더 효과적인 롱액팅 제제를 조금이나마 더 빨리 경험할 수 있도록 발빠르게 흐름을 타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됩니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모든 혈우 어머니들의 마음이 이렇지 않있을까 생각되어 잠시 먹먹해졌습니다. 쉽지 않은 일임에도 실명과 사진을 허락해주신 주안이 가족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주안이를 위한 최적의 치료환경을 찾아 과감한 여정을 이어가고 계신 이 가족께 응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헤모라이프 김태일 기자]

김태일 기자 saltdoll@newsfinder.co.kr

<저작권자 © 헤모필리아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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