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헴리브라 처방중단에 "국가가 혈우환아 학대하고 있다"

기사승인 2021.04.11  10:0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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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I조항'에 막혀 약 끊긴 환아모 청와대 청원 게재

최초의 피하주사형 비응고인자 혈우병치료제 '헴리브라'에 대한 보험급여 처방을 더이상 받지 못하게 된 혈우병 환자가족들이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두 돌 된 혈우병 아기를 키우고 있는 엄마'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혈우가족은 4월 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혈우병 아이들의 약이 끊겼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소아 환자에 대한 헴리브라 급여기준의 독소조항 때문에 처방이 중단되었음을 알리고 이에 대한 해결을 촉구했다.

   
▲ 건강보험급여기준 내 'ITI조항'으로 인해 혈우병A 피하투여 치료제 '헴리브라'의 처방이 중단된 한 환아의 어머니가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호소글을 올렸다.(클릭 시 청원 페이지로 링크)

혈우병은 선천적(드물게 후천적)으로 혈중 8번(혈우병A), 9번(혈우병B) 응고인자가 결핍되어 자연적으로, 또는 작은 충격으로도 체내에 출혈이 발생해 지혈이 지연되는 희귀질환으로, 반복된 관절 내 출혈이 지체 장애로 이어지게 될 수 있는 심각한 질환이다. 특히 두부, 장기 출혈은 중증 합병증이나 사망까지도 유발할 수 있어 주의를 요한다. 

치료는 전통적으로 8번과 9번 응고인자제제의 '출혈시 보충요법'이나 평상시 치료제를 투여해 '예방요법'을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응고인자에 대한 체내 억제제가 생성된 환자(항체환자)는 해당 응고인자제제를 사용할 수 없어 7인자제제 등으로 우회요법을 사용한다.

최근에는 응고인자 외 다른 응고기전을 활용한 장기적 예방요법(헴리브라, 피투시란, anti-TFPI제제 등)이 상용화되고 있으며 이러한 요법은 항체여부와 결핍인자의 종류에 상관 없이 피하로 투여해 1주에서 길게는 한달까지 출혈을 예방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또한 유전자치료를 통한 영구적인 혈우병 치료도 임상시험 마지막 단계에 와 있다. 

이중 헴리브라는 결핍된 8인자의 역할을 모방한 이중특이항체가 정상적인 지혈작용을 돕는 비응고인자제제로 항체여부에 관계 없이 혈우병A 환자 전체가 사용할 수 있는 신약이다.

지난해 5월, 만 12세 이상 항체환자에 대해서 제한적으로 보험급여가 시작된 헴리브라는 올해 2월부터 만 1세 이상 항체환자에까지 기준이 확대되었다. 하지만 12세 미만 항체환자에 대해서는 '면역관용요법(=ITI/항체를 없애기 위한 치료)에 실패한 경우 또는 면역관용요법 대상에 부합하나 시도할 수 없음이 소견서를 통해 입증되는 경우'라는 모호한 조항이 따라붙었다.

해당 환자가족들의 우려는 현실이 되어 2월 헴리브라를 급여 처방받기 위해 주치의를 찾은 한 환아는 ITI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약을 약을 처방받을 수 없었고(관련기사 참조) 2월부터 불안한 마음을 안고 헴리브라를 처방받아 사용하던 다른 몇몇 환아들도 4월 들어 같은 이유로 처방이 중단되기에 이른 것이다.

2월 급여범위 확대에 따라 12세 미만 헴리브라 처방을 전향적으로 시작은 했으나 관련 학계와 심평원의 급여기준 해석에 따라 일부는 기준 초과에 해당될 수 있어 더이상 처방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알려지고 있다. 급여기준을 초과해 처방할 경우 과잉진료로 판단되어 병원측이 보험공단에 신청한 보험급여가 삭감될 수 있고 이는 병원과 의사, 향후 혈우병 치료에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이 된다.

청원글을 올린 항체환아의 어머니는 '잦은 출혈로 멍을 달고 살고, 기존 응고인자제제 혈관주사를 놓느라 온가족이 아이를 포박하고 1시간 넘게 5~6번씩 주사를 찌르다가 헴리브라 투여로 아이의 건강과 가족의 삶의 질이 획기적으로 개선됐었다'면서 ITI조항 때문에 헴리브라 처방이 막힘으로써 "다시 예전의 멍투성이 몸으로 돌아가라는 것이 학대고 인권침해가 아니라면 국가는 아동학대범이 확실하다"고 적었다.

그는 이어 "심사평가원에서 고시한 ITI 급여기준은 헴리브라 사용과 전혀 상관관계가 없어 헴리브라 치료제 사용에 있어 ITI가 필수 조건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헴리브라 처방에 있어 ITI조항을 삭제해 줄 것을 청원했다. 그리고 "헴리브라는 현재 전 세계 약 90여 개국 이상에서 사용하고 있고, 4주 기준 우회 응고 인자보다 최소 30% 이상 약값이 저렴하다"고 덧붙였다. 심평원과 복지부의 신약 심사 시 주로 고려된다는 '안전성'과 '경제성' 측면에서도 환자들의 요구가 불합리하지 않다는 근거를 제시한 것으로 보여진다.

해당 청원글은 혈우병 사회 안팎에서 SNS와 메신저를 통해 전해지고 있으며 11일 현재 9,400여 명의 청원동의를 얻고 있다. 아이의 건강과 다음 세대 혈우병 치료의 진전을 위해 팔을 걷어붙인 한 어머니의 호소에 사회가 어떻게 응답할지 함께 힘을 모아 만들어 나가야 할 부분이다.

한편, 혈우병A 항체환자 뿐 아니라 전체 혈우병A 환자에 대한 헴리브라 보험급여 여부를 논의하는 심평원 전문분과위원회 회의가 이달 초 열릴 예정에 있는 것으로도 알려져 또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헤모라이프 김태일 기자]

김태일 기자 saltdoll@newsfinder.co.kr

<저작권자 © 헤모필리아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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