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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오빠는 중증 혈우병이고, 아들도 중증 혈우병입니다”

기사승인 2020.11.14  01:5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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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자의 예방요법으로 과거와는 다른 보인자 어머니의 삶

   
 

오빠는 저보다 3살 연상인데 제가 태어나기 얼마 전 자전거와 부딪혀서 부상을 입었어요. 피가 멈추지 않았다고 합니다.

가까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았는데도 피는 멈추지 않았고, 혈액 질환이 의심되는 상황이라 대학병원으로 옮겨서 검사를 받았는데, 혈우병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태어났을 때에는 이미 오빠가 혈우병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부모님께서는 저에게 “꼭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어릴 때부터 계속 주문처럼 말씀하셨습니다.

“무슨 검사를 받아야해?”라고 부모님께 여쭤보면 “오빠 주치의 선생님께서 설명해주실 거야”라고만 말씀하실 뿐 별다른 이야기를 해주지 않으셨습니다.

명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장래에 제 아이가 아들이라면 혈우병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는 알고 계셨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보인자 검사를 받지 않았고, 제 아이도 혈우병 전문병원이 아닌 인근 산부인과에서 출산했습니다. 하마터면 흡인 분만 상황이 벌어질 뻔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너무 태평했던 것 같습니다.

“내 아들이 혹시 혈우병은 아닐까?”하는 의심이 들었을 때, 저는 처음으로 혈액응고 검사를 받았는데, 응고인자 활성수치가 낮았습니다.

그때까지 푸른 멍이 든 적이 없을 정도로 출혈 경향이 전혀 보이지 않았는데 결과는 예상 밖이었습니다. 되돌아보면 어머니께서도 정맥 주사를 맞을 때 출혈이 생기고 부어 오르는 등의 증상이 있었던 걸 보면 아마도 어머니의 응고 인자 활성도 낮았던 것입니다.

   
 

제 딸이 보인자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딸이 만약 보인자라 하더라도 제 보인자 삶과 딸의 보인자 삶은 서로 다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빠가 아프면 한밤중에도 몇 번씩 병원에 가기도 하고, 너무 일찍 관절에 장애가 생겨 보조장비를 착용하는 모습을 보고 자랐습니다. 아들이 혈우병이라는 진단을 받았을 때에는 제가 오빠가 겪었던 상황 밖에 몰랐기 때문에, “체육 활동은 참여하면 안되는 걸까?” “수학 여행을 갈 수 없는 걸까?” “이 아이를 절대 외롭게 하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 걸까?”

저도 모르게 자기부정과도 같은 사고방식을 갖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딸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아들이 집에서 정기적으로 예방요법을 하는 모습을 보며 자라고 있으니까요.

예방요법을 한 덕분에 출혈 가능성이 적어져서 이젠 한밤중에 병원에 뛰어가는 일이 전혀 없다는 것을 딸아이도 잘 알고 있습니다.

딸이 아직은 나이가 어려서 연애나 결혼, 출산 시 직면해야하는 일들이 아직은 다소 먼 이야기 같지만, 그래도 보인자로서의 의식을 어떻게 부여해주면 좋을지에 대해서 요즘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혈우병 환자의 QoL(quality of life, 만족도 높은 삶)이 향상되고, 보인자의 의식 수준도 높아졌기 때문에 만약 보인자가 혈우병의 아이를 낳았다고 해도 그 아이의 QoL은 앞으로 눈에 띄게 개선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나은 세상을 딸의 세대에게 전해 줄 수 있으면 너무 행복할 것 같습니다.

 

혈우병 오빠와 아들을 둔 보인자 어머니의 이야기는....

혈우병 환자와 가족을 위한 사이트 ‘헤모필리아 투데이’에 게재된 이야기이다. 이 사이트는 사노피젠자임에서 운영하고 있는 일본 혈우사회 공헌프로그램 중 한 가지이다. 

(※사진은 이해를 돕기위해 사용된 것으로 글의 내용과는 관계가 없다)

[헤모라이프 조은주 기자]

 

조은주 기자 cap3882@hanmail.net

<저작권자 © 헤모필리아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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