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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혈우병 두 아들을 둔, 저는 보인자입니다”

기사승인 2020.09.14  02:2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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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혈우병 아이를 둔 일본 어머니의 체험담

저는 중증 혈우병의 장남과 차남을 둔 확정 보인자입니다. 그리고 저의 막내딸은 추정 보인자입니다. 가족력이 없는 우리 집은 제 첫아들이 태어나면서 저는 물론 저의 여동생들도 보인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편집주 - ‘확정’ 보인자는 ①아버지가 환자인 여성 ②2인 이상 환자(아동)의 어머니 ③환자의 어머니이며 동시에 친정에 환자가 있는 여성을 말하며, ‘추정’ 보인자는 ①1명의 환자(아동) 어머니 ②친정에 환자가 있는 여성 ③형제가 환자인 여성을 말한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의사에게 아들의 병명을 전해 듣고 너무 놀라서 고민을 거듭하고, 고심했던 일주일. 우리 부부는 “평범하게 키우자”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우리 부부와는 달리 저희 부모님의 이해방식은 조금 달랐습니다. 제가 혈우병 보인자이라는 걸 알게 된 어머니는 “둘째는 낳지 말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지만 저희 부부는 첫째에게 동생을 만들어 주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둘째를 임신할 무렵, 제 여동생이 남자아이를 출산했습니다. 건강하게 태어난 조카와 여동생의 퇴원을 기쁜 마음으로 축하해 줬습니다. 그런데 저에게는 예상치 못했던 일이 발생 했습니다. 무어라 형언할 수 없는 참담한 마음이었습니다.

둘째 아이를 출산할 때, 아이 울음소리가 뭔가 달랐습니다. 저는 직관적으로 둘째 아이가 혈우병일 것이고 출혈이 일어났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간호사에게 ‘빨리 의사를 불러서 진찰과 진단을 하고 적절한 처치를 해달라’라고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한밤중에 태어난 아이는 아침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고 진찰을 받는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고 말았습니다.

아침이 돼서야 드디어 의사 선생님이 오셨고, 아이가 두개내출혈(頭蓋内出血)을 일으키고 말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듣던 어머니는 울음을 터트렸고, 저와 어머니 사이에는 벽이 생겨 버렸습니다. 어머니가 반대하셨던 둘째를 낳았는데, 둘째도 혈우병 진단을 받게 됐으니 어쩌면 제 자신이 세운 벽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저희 부부는 세 번째 아이를 임신했습니다. 아이가 여자아이라는 것을 알 때까지는 저희 부부는 부모님께 임신했다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여자아이이기 때문에 저는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분만에 임할 수 있었습니다.

제 아이들에게 타켓 조인트(표적 관절, 빈번하게 출혈이 발생되는 관절부위)가 생겼고, 인히비터(항체)까지 생기면서 저는 병원 삼매경에 빠진 나날들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육아를 혼자서 도맡아야 했기에 저의 체력은 방전되는 나날이 이어졌습니다. 그래도 막내딸에게는 아들들과 다른 육아의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딸 아이를 키우면서 또 다른 고민거리가 생겼습니다. 딸에게 ‘너는 보인자일 수 있다’라는 것을 언제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습니다.

저는 제 스스로에게 “내 경험을 살려 딸아이에게 냉정하게 보인자에 대한 교육을 하면 된다. 이해해주는 사람과 인연이 되면 결혼도 하고, 아이가 생기면 낳으면 된다. 지금은 보인자라도 안심하고 출산할 수 있는 의료환경이 구축되어 있고, 내가 최선을 다해 케어해 주면 된다”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어딘가에서 딸이 저와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불안감이 생겼습니다.

   
 

어려서부터 아들들에게 혈우병에 대해 가르친 것과 마찬가지로, 딸에게도 어릴 때부터 보인자일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딸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월경과 성교육 수업을 받고 온 날 저는 “만약 네가 보인자라면 어떻게 할거야?”라고 질문을 해보았습니다.

딸에게선 “그게 뭐 어때?”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딸아이는 결혼도 하고 싶고, 아이도 낳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혈우병인 아이가 태어나더라도 주사를 맞으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고, 오빠 때보다 약이 더 좋아진다니까 괜찮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큰아들이 혈우병이라는 진단을 받고 평범하게 기르자고 결정한 뒤부터 저는 아이들이 평범하게 살아가기 위해 ‘부족한 걸 보태주면 된다’라는 자세로 살아왔습니다. 혈우병이 있든, 다른 장애가 있든 그건 그것이고, 생활 속에서 공존하는 즐거움을 찾으려고 노력하며 아이들을 키웠습니다.

혈우병 때문에 만난 분들이 있고, 그로 인해 생긴 또 다른 경험도 있고, 아이들도 학교 친구, 학원 친구, 동아리 친구들과 또 다른 여러 친구들이 있어서 값진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이런 것들이 행운이라는 느낌이 들었고, 그 덕분에 우리 가족 모두가 긍정적인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이 모든 것은 역시 혈우병 환우회 여러분과 혈우병 주치의, 그리고 약이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저의 평범한 육아를 위해서, 제게 부족한 것을 채워주신 분들 덕분이라고 생각하고, 저 역시 아이들이 매사에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도록 응원해주며 살아가도록 하겠습니다.

 

보인자인 일본인 어머니의 이야기는....

혈우병 환자와 가족을 위한 사이트 ‘헤모필리아 투데이’에 게재된 이야기이다. 이 사이트는 사노피젠자임에서 운영하고 있는 일본 혈우사회 공헌프로그램 중 한 가지이다. 

(※사진은 이해를 돕기위해 사용된 것으로 관련내용과는 관계가 없다)

[헤모라이프 조은주 기자]

 

조은주 기자 cap3882@hanmail.net

<저작권자 © 헤모필리아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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