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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아이 두 번 아프게 하지 말아달라"

기사승인 2020.09.12  19: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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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혁신치료제 기대했던 혈우병 항체환아 가족의 일성

   
▲ 안녕하세요. 김하준입니다.

세계 첫 비응고인자(non-factor) 혈우병치료제이자 피하투여제인 '헴리브라'의 대한민국 건강보험 급여가 시작된지 4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첫 혈우병 혁신치료제의 국내 진입장벽은 높기만 했다. 

보건복지부는 헴리브라의 보험급여 기준에 '만 12세 이상이면서 체중 40kg 이상인 고항체환자, 주 1회 원내 투여로 최대 24주까지 인정'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족쇄를 채웠다. 10년 전 헌법소원 결과로 철폐된 '나이제한' 카드를 다시 꺼내 든 것은 물론이고, 세계 어디에도 없는 기괴한 제한들을 갖다 붙이면서 스스로 '디펜서'임을 자청한 것이다. 

환자 안전을 위한 보수적 접근이며 향후 개선의 여지를 남겼다는 점을 아무리 되내더라도 '약을 쓰라는 거냐 말라는 거냐'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특히나 혈관을 찾기도 어려워 피하주사 방식의 치료제만을 손꼽아 기다려 온 어린 환아와 가족들에게는 더욱 안타까운 현실일 수 밖에 없다. 이에 혁신치료제의 우산 아래서 밀려난 혈우병A 항체환자가족의 인터뷰를 연재한다. 이들의 목소리와 애타는 심정이 정책을 만들고 손보는 이들의 귀에도 힘있게 울리길 바라면서..

---이하 김하준(4세) 환우 가족과의 인터뷰---
(실명과 사진을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1. 안녕하세요. 가족과 본인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성남시에 거주하고 있는 의준이, 하준이 두 아이의 아빠 김진중이라고 합니다. 

2. 하준이 현재 건강상태는 어떤가요?
피하주사를 맞은지 5개월이 지난 지금 매우 건강히 잘지내고 있습니다. 흔하고 일상이었던 멍조차 이젠 가끔만 생기는 현상이되었습니다.

3. 하준이는 혈우병을 어떻게 진단받았나요?
생후 3개월 무렵 누워만 지내던 아이가 멍이 생기고 멍울이 크게 잡혀 의아해 하던 중 지역내 대학병원에 가서 검사를 하였고 혈우재단을 소개받아 피검사를 통해 혈우병을 진단받게 되었습니다.

   
▲ 아기 때 이유 없이 멍이 생기고 입안까지 출혈이 있어 혈우병을 진단받은 하준이

4. 항체는 언제 어떤 과정으로 발현되었나요?
혈우재단에서 18년 9월부터 그린모노로 주 1회 예방하다 출혈이잦아 11월부터 주 2회로 늘렸다가 12월에 항체가 생긴 걸 피검사로 알게 되었습니다.

5. 혈우병 치료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첫번째는 어린나이에 찾기 힘든 정맥을 찾아 주사를 놓아야했고 그마저도 잦은 정맥주사로 혈관이 터지고 굳는 현상이생겼습니다. 두번째는 정맥주사는 아이가 어느정도 혈관이 좋아지면 주사교육을 통해 자가주사를 배우는데 하준이의 경우는 혈관이 좋지 않아 자가주사의 어려움이 있어 출혈시에 신속하게 응고인자 투여를 할 수 없었습니다. 세번째로는 어렵게 정맥을 찾아 주사를 맞았어도 약의 반감기가 짧아 출혈이 잦아 병원 문턱을 빈번하게 오가는 등 삶의 질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6. 헴리브라 무상공급은 어떻게 접하게 되었나요?
평소 혈우하우스 카페를 통해 소식을 서로 주고받고 있었는데 카페에서 중외제약 기부프로그램을 알게 되었고 마침 대학병원 교수님께서 기부프로그램이 있으니 참여해보라고 연락을 주셔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 잦은 출혈로 병원신세도 많이 지고, 바늘 꽂을 혈관도 더 이상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7. 피하주사 사용 전과 후 가족의 삶에서 가장 큰 변화는?
가족구성원의 마음의 안정이라 생각됩니다. 피하주사 전에는 출혈이 잦았기 때문에 가족 모두 항상 매우 예민한 상태로 생활했습니다. 하준이가 어디 머리라도 부딪칠 때면 너무 걱정스러워 전전긍긍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피하주사를 맞기 시작하면서 병원에 내원하는 횟수가 줄고 정맥에서 피하로의 주사방식의 편의성 개선, 그리고 무엇보다 출혈의 빈도가 확연히 주는 등 어려웠던 점들이 한번에 해결되어 심적부담이 확연히 줄었고 이런 변화가 삶의 질에 큰 변화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8. 피하주사제에 대한 첫 보험급여기준이 발표되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주3회 정맥주사로 예방하던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 생각하니 한마디로 끔찍했습니다. 맛보기식의 최대24주 처방과 코로나로 인해 사회적 거리를 두어야할 이 시국에 주1회 병원을 방문해야하는 원내처방은 누구를 위한 처사이고 기준인지..  국민의 삶의 질을 높여주고 좋은 약을 아픈 환우들에게 널리 사용가능하게 앞장서서 보급해야할 의무가 있는 복지부에서 되려 조건부 기준을 설정하여 사용하고 싶어도 사용하지 못하게 장벽을 만드는 이 현실에 화가났습니다. 

9. 새로운 치료법으로의 접근성 보장과 한정된 국가 재정(또는 신약에 대한 조심스런 접근) 사이에서 보건당국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대한 환자가족으로서의 의견을 제시해 주신다면?
하준이는 기존 정맥주사 예방시 빈번한 출혈로 인해 사실상 예방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주 3회 예방을 넘어 더 많은 응고인자를 맞아왔습니다. 그러나 헴리브라 이후 주1회 피하주사를 맞아오면서 지금까지 출혈이 없었기에 현재의 보험 급여가 완화될 경우 국가재정이 오히려 감소 될거라 생각됩니다.

   
▲ 늘 '하지 마라, 얌전히 있어라, 주사맞을라' 라고 할 수 밖에 없어서 미안... (사진은 혈관 찾아 찌르다 실패해 부어버린 하준이의 손등)

10. 한국 혈우사회에 원하는 바는 무엇인가요? 
제발 아픈 아이를 두 번 아프게 하지 말아달라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기득권의 세력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일은 다시 발생되지 말아야 합니다.  

11. 하준이가 어떤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으시다면? 
출혈에 민감했던 가족이기에 항상 하준이는 사랑한다는 말보다 조심해. 얌전히있어. 그러다 다치면 주사맞아야 돼. 라는 말을 많이 듣고 자라서 여느 아이들처럼 '다치면서 크는거야' 라는 말이 하준이에겐 다른 세상 이야기였습니다. 피하주사를 맞는 지금 하준이는 여느 아이처럼 형하고도 활달하게 놀고 장난도 치는 개구쟁이가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건강한 몸과 건강한 마음을 가진 멋진 하준이로 자라길 바랍니다. 

12. 코로나 끝나고 제일 먼저 실행할 계획은?
주 3회 주사를 맞아왔던 아이라 장거리 여행은 꿈도 꾸지 못 했습니다. 피하주사를 맞고 나서는 코로나가 발목을 잡았고 코로나가 끝나면 제주도로 여행을 꼭 가보고 싶습니다. 코로나 전에는 인천공항에 가서 비행기 이륙하는 거 보고 '우리 언젠간 꼭 비행기 타고 제주도 가자' 다짐했는데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합니다. 

13. 그밖에 전하고 싶은 이야기 말씀해주세요.
항상 유용한 정보를 공유해 주시고 금번 인터뷰 기회 및 우리 혈우 환우들 치료 및 생활 환경 개선에 앞장서 주시는 교수님들과 혈우하우스 카페 관계자 및 헤모필리아라이프 관계자분들께 감사 드리며 항체환우에게 기부프로그램을 제공해 준 중외제약에도 감사드립니다. 제 부족한 글을 통해 우리 세상이 아픈 아이들을 위해 한 번 더 돌아볼 수 있기를 다시 한 번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 하준아,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자라주렴. 사랑한다.

[하준이 아빠 김진중]

김태일 기자 saltdoll@newsfin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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