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ad34
default_setNet1_2

HCV 감염사태, 제게 남은 시간은 얼마 없습니다

기사승인 2020.09.08  16:36:08

공유
default_news_ad1

- 17년차 소송에 임하고 있는 환우의 '탄원'

   
 

안녕하세요? 저는, 혈우병 환자 HCV 소송에 참여 중인 1966년생, 8번 응고인자 결핍 중증 혈우병 환자 김영로입니다.

어느 날 내가 HCV 감염자라는 사실을 알고부터는, 사랑하는 조카들, 그리고 가족에게 감염이 될까 봐 양치도 변기 앞에서 하고 칫솔 등 가족들과 접촉을 피하려 애를 써야 했고, 퇴근해 집에 돌아오면 피로감을 감당하지 못해 옷도 갈아입지 못하고 1~2시간 누워 쉬어야 옷도 갈아입고 일상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HCV가 제게 가장 힘들게 한 것은 피로감과 사랑하는 가족에게 2차 감염을 우려해 행동 하나하나를 신경 써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가족뿐만 아니라 병원에 입원하여 주사로 인해 간호사님 손에 피가 묻으면 내가 HCV가 있으니 손 소독 잘해달라고 부탁해야 했습니다. 

성인이 되어 내가 혈우병을 앓고 있는데도 혈우병에 대해 아무런 지식이 없다는 것이 화도 나고 부끄러워, 혈우병에 관한 공부를 하였습니다. 책도 사서 보고, 인터넷 자료도 찾아보고, 이해가 어려운 건 교수님들 찾아다니며 닥치는 대로 공부했습니다. 

인터넷 자료를 보면서 우리나라보다 먼저 혈우병 치료를 시작한 모든 나라에서, 혈우병 환자 HIV, HCV 감염으로 수많은 환자가 사망하였고, 그에 대한 소송 자료들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혈우재단의윈 김은주 전 원장님의 박사학위 논문에 우리나라 혈우병 환자 650여 명이 HCV에 감염되었다는 내용을 보고 보건복지부 등 이에 대한 역학조사를 요구하고,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우리나라 혈우병 환자 HCV 감염 현황에 대해 증언한 일도 있습니다. 안타까운 사실은 많은 나라에서 이미 경험하고, 혈우병 환자 HCV 감염위험이 충분히 경고된 이후에 똑같은 약해 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 처음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혈우병 환자 HCV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시작되었고, 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박진현 형이 간암 판정을 받았는데 주위의 친구들이 진현이 형을 살리기 위해 의사 선생님을 찾아가 치료를 부탁하였고, 진현이 형은 동생이 간을 기증하기로 하고 간이식 수술(아주대학병원 왕희정 교수님)을 받아 우리나라 최초로 간이식을 통해 간암과 혈우병을 동시에 완치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행복은 거기까지, 수술 시기가 늦어 암이 몸 여기저기로 전이되어 사망하였습니다. 40대 어린 나이에 동생 셋을 뒷바라지하였고 이제 막 행복한 인생을 보내려 하는데 행복은 거기까지였습니다.

그리고 이석인 형님은 전북지역 장애인 협회에서 회장까지 지내며 봉사활동하며 열심히 살았는데 40대에 간암으로 어린 자식과 형수를 남기고 사망하였습니다.

김선생 어르신은 혈우병 환자 단체인 비상대책위를 맡고 활동하시는 도중 간암으로 투병하시다 사망하셨습니다. 정ㅇㅇ 전회장님도 한국코헴회 회장직을 수행 중 간암 판정을 받았으나 사모님이 아시면 충격을 받는다고 알리지도 못하고 투병하시다 과다 출혈로 사망하였습니다. 

이시진 형님... 항상 동생들을 먼저 챙겨 주시고 궂은일 도맡아 하시던 형님입니다. 어린 자녀와 형수를 남기고 간암으로 투병하다 사망하였습니다. 저를 아껴 주시고 사랑해주신 형님들이 모두 간암 판정을 받았고 사망하였습니다. 이 외에도 제가 알지 못하는 간질환 사망자가 많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족과 같은 분들이었고 지금도 간암으로 투병하시던 모습들이 생생하고 생각할 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아파집니다. 공적으로는 우리나라 혈우사회를 떠받치는 기둥들이었습니다.

혈우병 환자 HCV 소송 2004. 7. 30 서울중앙지방법원 1심으로 시작하여 2013. 03. 25 대법원 상고심 접수, 2017. 11. 09 대법원 원고승소취지 파기환송, 2017. 12. 08 서울고등법원 파기환송심까지 와 있습니다. 환우들은 감염경로와 관정을 파악하고, 재발 방지 시스템이 구축되길 바라고, 감염 피해자에 대한 배상과. 현재도 진행되고 있는 간질환에 대한 명확한 대책(간 경화. 간암 등의 치료)이 꼭 필요하고 대책을 바랍니다.

혈우병 환자는 기왕증이라 하여 그 흔한 암 보험조차 받아주지 않아 간암 치료에 무방비 상태입니다. 저의 마지막 소원은 가족들에게 부담 주지 않는 것입니다. 이 HCV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약 17년이 되어 갑니다. 더 늦기 전에 소송에 대한 결론이 빨리 내려지길 간곡히 바랍니다.

[혈우환우 김영로]

혈우환자 김영로 hemo@hemophilia.co.kr

<저작권자 © 헤모필리아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추억의 사진관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