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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시절 갈고 닦은 영어실력으로 자신의 세계를 넓혀가다”

기사승인 2020.08.30  19: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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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환우 이야기] 혈우병A 노무라 씨

혈우병 A형(8인자, 중증)의 노무라씨는 10대 후반 캐나다에서 유학 생활을 하며, 영어를 배우고 해외의 문화와 관습을 접하게 됐다.

귀국 후 영어를 사용하는 회사에 취직한 후, 서른을 목전에 두고 이직했다. 현재 세무사 사무소의 국제부에 근무하는 노무라씨에게, 유학생활 중 좋았던 일이나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 물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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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유학에서 영어를 배우고 해외문화도 만끽

생후 2개월 무렵에 출혈이 멈추지 않고 다리가 크림빵처럼 부어서 병원에 갔다가 혈우병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합니다. 어렸을 때는 활동하는 것을 좋아해서 부모님이 아무리 말려도 달리기나 축구를 했던 천방지축이었습니다. 자가주사를 기억하는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였습니다. 그때만해도 학교에서 숙박을 하는 행사에 부모님이 동행해 주었습니다. 같은 학년 친구는 하이킹을 하는데, 저만 부모님과 다른 활동을 하고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에 대해서는 지금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10대 후반에, 염원하던 해외 유학 길에 올랐습니다. 유학의 목적은 영어 습득이었지만 부모님 곁을 떠나 새로운 환경에 뛰어들고 싶었을지도 모릅니다. 우선 여름방학을 이용해 단기 유학에 도전하고, 그 다음다음 해부터 3년간, 17세부터 20세까지 캐나다에서 보냈습니다. 처음 1년간은 어학원을 다니며 영어를 공부하였고, 그 후 현지 고등학교에 입학하여 많은 친구를 사귀었습니다. 모두 모여 함께 파티를 하거나 보슬보슬한 파우더 스노우에서 스노우 보드를 탔던 즐거운 추억들로 가득합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호스트 패밀리와 함께 포도 농원에서 아이스 와인용 포도를 수확했던 일입니다. 아이스 와인의 포도는 열매를 맺은 상태에서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수분을 증발시켜 당도를 높인 후 수확합니다. 얼어 있는 채로 수확을 해야 하기 때문에, 1월 중순 영하 20도의 매서운 추위에 밤 9시경부터 한밤중까지 혹한의 작업이 진행되었습니다. 목장갑을 2장 겹쳐서 끼고, 보텀(하반신에 껴입는 옷)도 3장 정도 껴입었지만, 다리의 감각이 없어질 정도의 추위에, 마지막에는 손도 움직이지 못 할 정도로 참혹했습니다. 이렇게 좀처럼 하기 힘든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유학의 묘미였다고 생각합니다.

유학처에 약을 대량 지참, 큰 출혈 경험해도 주사로 대응

   
△ 혈우병A(8인자, 중증)를 가진 노무라씨

캐나다로 출발할 때 약을 100병 정도 큰 가방에 넣어서 가지고 갔습니다. 거기에다 사방 60센치 정도의 골판지에도 약을 가득 채워서 보냈습니다. 그 후에는 여름 방학 등을 이용하여 일본에 들어가서 진찰을 받았습니다. 캐나다 여행 온 삼촌이 약를 가져다 준 적도 있는데, 주사 바늘이 많이 들어 있어서 세관에 걸렸는데 주치의의 소견서를 보여주어도 통과시켜주지 않아서 3시간 동안 꼼짝도 못했다고 합니다.

유학 중에 딱 한 번의 큰 출혈이 있었습니다. 장요근(腸腰筋)에서의 출혈로 다리가 플라밍고처럼 구부러진 상태에서 뻗을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주사를 놓아 안정을 취할 수 밖에 없는데, 호스트 패밀리에게 큰 걱정을 끼치게 돼버렸습니다. 때마침 간호사였던 호스트맘을 통해 그녀가 근무하는 병원의 혈액과에서 진찰을 받았는데 아니나다를까 이렇다 할 조치도 받지 못하고 엑스레이 촬영을 위해서 장시간 기다리게 되면서 오히려 통증이 심해지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결국 증상이 가라앉기까지 한 달이나 걸렸답니다. .그 외에는 유학 중에 큰 출혈은 없었지만, 주위 분들의 도움 없이는 극복할 수 없었던 유학생활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귀국 후에는 영어를 활용하여 서비스업에.....

대학 졸업 전 시간적 여유가 생겨서 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회원제 클럽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 웨이터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원래 그 레스토랑에서 일하고 있던 친구가 제 어학 실력을 믿고 추천해 준 것입니다.

매장이 넓어서 홀에서 일하는 것만으로도 매일 3~5km정도를 걸었습니다. 관절이 아프면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현재보다 주사를 맞는 빈도가 많았습니다.

유학중에 경험한 호스트 패밀리나 친구들과의 파티는 매우 즐거웠습니다. 그런 경험 때문인지, 음식과 관련된 일이 즐겁고, 좋았습니다. 영어를 살릴 수 있었고, 점원도 손님도 다양한 국적의 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세무사를 목표로 이직하여 자격증 취득을 위해 공부중 

부모님의 권유로 세무사 또는 회계사가 되기 위해 대학에서는 회계를 전공했습니다. 음식업을 좋아했지만 세무사에 대한 미련이 아직 남아 있어서 30살이 되기 전에 다시 한번 도전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전직을 했습니다. 웨이터처럼 서서 하는 일은 장기적으로 몸에 무리가 간다는 것도 이직을 결심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현재는 세무사 보조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소속된 국제부는, 클라이언트의 대부분이 외국계 기업의 자회사나 일본에서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외국인이기 문에 이 일도 영어를 필요로 합니다. 제 업무는 경리자료에서 장부를 첨부해서 손익계산서나 대차대조표를 작성하여 고객에게 보고하는 것입니다. 외국계 기업의 자회사의 경우, 결산 후 보고는 해외의 모회사로 보고를 하기 때문에, 영어로 실시합니다. 그 외에 클라이언트에게 일본의 복잡한 세금 구조와 연말정산 등에 대해 영어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전문 용어도 사용하고, 제도의 구조가 바뀌기도 하기 때문에 항상 공부가 필요합니다.

사무직으로 전환하고 나니 몸에 부담이 줄고 주사를 맞는 횟수도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앉아 있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일어난 직후에는 발목 관절을 움직이기 어렵고 걷기 힘든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신발은 무거운 가죽구두 말고 가벼운 것으로 선택하고 가방도 배낭으로 매고 몸에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있습니다. 혹시 몰라 회사에 약을 지참하고 이상이 생기면 회의실에서 주사를 놓기도 합니다. 사무직이라 걷는 거리가 줄어든 탓인지 체중이 늘어서 가급적 엘리베이터가 아닌 계단을 이용하고 자세를 바르게 하여 각별히 신경을 써서 걷고 있습니다.

현재는 세무사 국가자격증을 따기 위해 공부 중인데 일이 바빠서 시간을 내는 것이 문제입니다. 세무사로서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전문지식을 갖출 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이야기를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의사소통 능력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유학과 이직을 통해 다양한 나라의 사람과 교류한 경험을 세무사로서의 직무에도 살리고 싶습니다.

   
 

혈우병 환자이기에 더더욱 국제감각을 키워야

운동 부족도 해소할 겸 춤을 추고 싶습니다. 갓 결혼한 아내와 함께 춤을 췄으면 좋겠습니다. 외국분들은 부담 없이 춤을 추니까, 말 뿐만 아니라 춤으로 소통하는 곳에도 참여하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외국인들과 접할 기회를 가지면서 국제 감각을 늘려가고 싶습니다.

정기보충요법 덕분에 혈우병 때문에 할 수 없었던 일들이 적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혈우병인 자녀들은 하고 싶은 것을 주저하지 않고 했으면 좋겠고, 보호자 분도 시켜주셨으면 합니다.

유학도 혈우병이 장애가 되지 않습니다. 약을 지참해야 할 뿐입니다. 의료비가 비싼 나라도 있어서 질병이나 부상에 주의가 필요하지만, 유학은 자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일본에 5,000명 밖에 없는 혈우병 환자야말로 다양한 나라의 사람과 교류하고 국제 감각을 길러 자신의 가능성을 넓히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일본환우 노무라씨의 이야기는....

혈우병 환자와 가족을 위한 정보지 '에코' 최신호에 게재된 기고문이다. '에코'는 일본 바이엘약품(주)에서 운영하고 있는 혈우사회 공헌프로그램 중 한 가지이다. 

[헤모라이프 조은주 기자]

조은주 기자 cap3882@hanmail.net

<저작권자 © 헤모필리아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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