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혈우사회 구성원 중 환우들이 항상 감사해야 할 존재
우리가 흔히 말하는 ‘혈우사회의 구성원’은 의외로 광범위하다.
세계혈우연맹(WFH)은 혈우사회의 구성원 중 ‘환우의 조력자’를 일컫는 ‘PWH(people with hemophilia)’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PWH는 환자의 보호자를 비롯해 친구, 동료 등 혈우 환우와 긴밀한 관계에 있는 이들을 말한다.
이들은 환우와의 밀접한 관계에 있으며, 환우의 긴급상황(의식이 없는 사고발생 등) 시 그 누구보다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따라서 혈우병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을 갖추고 있으며 상당한 혈우병 정보를 가지고 있다(또는 그렇게 되도록 교육이 필요하다).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세계혈우연맹 총회’의 교육 세션 중에서도 PWH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 있고, 그들을 더욱 전문인으로 육성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책도 내 놓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 혈우사회는 PWH 중요성에 대해 관심 밖인 듯 하다. 심지어는 혈우환우를 돕기 위해 나서는 이들까지도 철저하게 외면하는 ‘환자텃세’식의 묘한 정서를 가지고 있다.
환자들은 PWH의 소중함을 심각히 고려해야 할 과제이다.
국내 혈우사회에서의 PWH는 여러 가지 이슈로 점차 사라지고 있다. 그 첫 번째가 어머니들과의 갈등이었고, 두 번째가 조력자를 배척하려는 환자들만의 담장 쌓기라 할 수 있다. 혈우병은 오래전부터 온 가족이 함께 고통을 감당해야 하는 ‘가족질환’이었기에 환자들만의 리그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금까지 혈우사회의 의료환경 개선은 주변의 헌신적인 도움으로 발전되어왔다. 의료환경 개선은 여러 제약사의 끊임없는 신약 개발도 있었고, 정부의 지원책도 큰 몫을 감당했다. 물론 의료전문가(세계혈우연맹에서는 이들을 HCP-Healthcare Providers 또는 healthcare professionals)의 역할도 지대하다. 이와 더불어 PWH를 빼 놓을 수 없다.
학창시절, 아픈 나에게 손발이 되어주었던 짝꿍도 넓은 의미에서 PWH였던 것이다.
“나는 혈우병을 가지고 있어, 피가 나면 잘 멈추지 않는 병이야” 이렇게 대화를 시작하면서 단짝이 되었던 내 짝꿍은 하굣길에 가방을 대신 매 주기도 했고, 내 청소 구역이었던 곳까지 기꺼이 대신해 줬다. 대학시절, 강의실에서 급성출혈이 발생하자 내 짝궁은 나를 업고 기숙사까지 달려가기도 했고, 때에 따라선 기숙사 냉장고에 보관되어 있던 치료제를 갖다 주기도 했다.
이들은 ‘작은 도움’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 당시 나에겐 무척 큰 도움이 됐고, 혼자 해결하기엔 매우 어려운 상황을 쉽게 넘길 수 있었던 상황이 많았다. 이렇게 오랜 시간을 나와 함께 해 왔던 이들은 나의 걸음걸이만 보고서도 “오늘 출혈이 있나 본데? 예방은 언제 했니?”라고 묻기도 한다.
학창시절엔 친구들이, 사회에서는 직장동료들이, 결혼해서는 아내와 자녀들이 PWH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PWH의 역할을 너무 쉽게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그들은 당당히 나와 함께 혈우사회 구성원으로서 나를 돕고 있다.
영원히 함께 해야할 나의 파트너이기에, 그들에게 감사의 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헤모라이프 김승근 주필]
김승근 주필 hemo@hemophil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