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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식 혈우환자 G씨 "나같은 경우 더는 없었으면"

기사승인 2020.06.14  18:4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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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형간염으로 인해 간경화-간이식-합병증 고통 호소

과학이 발달하면서 혈우인에게 있어 '간'이라는 장기는 점차 더 중요한 기관으로 되어가고 있는 듯 하다. 흔히 알고 있는 해독기능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신체 각 부위와 대단히 정교한 메카니즘으로 얽혀 있으며, 특히 혈액응고인자를 생산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 혈우병사회에서 특히 주목하고 연구에 매진해야만 한다. 또한 오래 전 시기, 혈우병 치료제로 인해 감염의 고통을 고스란히 겪어내야 했던 장기이기에 어떻게 보면 개인적이든 사회적이든 지금의 치료환경을 위해 제일 앞장에서 투쟁해왔던 장기 '간'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간염으로 인해 간 이식 수술까지 받아야 했고 힘겨운 일상을 이어가고 있는 한 혈우병 환자 G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 인터뷰 내용 중 의료적인 부분은 인터뷰이의 입장에서 서술된 것으로, 의료인의 견해는 다를 수 있다.

   
▲ 혈우환우 G씨는 C형간염으로 인한 간 손상으로 아버지로부터 간을 이식받은 후 회복했으나 여러 합병증에 시달려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Q. 어떻게 지내시나요?

최근 몸도 안좋아지고, 2년 전? 그때만 해도 뭔가 밖으로 활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는데 1년 전에 폐동맥 고혈압이 생긴 뒤로는 그냥 집에서 관리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Q. 폐동맥 고혈압이 뭔가요?

쉽게 말하면 폐혈관이 좁아져서 폐로 혈액이 잘 공급되지 않는 거라고 하고요, 저같은 경우 간이 안좋아지면서 2차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진단 받았습니다. 

Q. 집에서는 주로 뭘 하나요?

사실은 집에만 있는 시간보다 병원 다니는 시간이 더 많아서...(웃음) 오늘처럼요. 아, 그리고 미리 말씀드렸어야 하는데 제가 암모니아 때문에 좀 동문서답 할 수도 있는데 이해해 주세요. (기자 : 암모니아요?) 네. 간이 안좋으니까 암모니아를 분해하지 못해서 핏속에 돌던 암모니아가 뇌에 영향을 미치면 피곤한 거랑 기억력 감퇴 같은 증상이 있거든요. 원래 제 수치 정도 되면 정신이 오락가락 할 정도라고 들었는데 아직 젊어서 그런지 버티고 있는 것 같아요. 

Q. 여러 합병증이 온 거군요..

그것 때문에 두 번째 간이식도 해보려고 했는데, 의사 맘대로 결정하는 게 아니라 정부? 뭔 기관에서 정한 기준에 맞아야 한대요. 근데 제 증상 정도로는 재이식까지 할 수 없다고 해서 못했어요. 황달 수치도 약간 높아지고 있고 확실히 문제가 있긴 한데 어떻게 손을 쓰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Q. 관심있는 분야는 무엇인가요?

개인적으로요? 저는... 게임 같은 거요.(웃음) 콘솔게임도 하고 레트로 게임도 좋아해요. 거의 장르를 가리지 않는데... 일단 다 해봐요. 잘 맞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랑 같이 게임 해보면서 이건 어떻다 저떻다 분석도 해보고... (기자 : 게임방송 같은 것도 해봐요) 아... 생각은 해봤는데 일단 제가 깨있는 것 자체가 피곤해서요. 간 안좋아서 입원하고 있을 때에는 게임도 못했어요. 너무 하고 싶었는데요. (기자 : 그 제목이 뭐더라.. 택배 게임 해봤어요?) 데스스트랜딩이요? 코지마 감독이 만든... 근데 그건 너무 자기만의 주관적인 철학을 억지로 게임에 끼워맞춘 것 같아서 별로.. 게임은 잘 만들었지만요. 

   
▲ 어려운 인터뷰자리였음에도 G씨는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Q. 간이식을 한 이유와 경과는 어때요?

처음에 재단에서는 겉에만 경화가 있다고 해서 그 말만 믿고 있다가 한 번에 훅 가버렸어요. 서울대병원에서도 한번에 나빠질 기미는 안보인다, 다른 환자에 비해선 매우 양호하다고 해서 안심하고 있었죠. 그런데 아버지 도와 일하면서... 어느날 거울을 보니까 눈이 노란 거에요. 피부도 거무칙칙 하고. 오랫만에 병원에 가서 검사 받아보니 당장 입원해야겠다고 하면서 바로 이식 코스로 진행됐어요. 간경화에서 암으로 진행될 사이라고 하던데 다행히 암은 안 생겼었고요.

Q. 원인이 뭐라고 진단받았나요?

만성 간염이 진행됐었고 그런 상태에서 관절경 수술을 받았는데 혈소판 수치 떨어지고 하니까 지혈도 안되고... 아파서 독한 진통제를 들이부으니까 간이 더 안좋아 진 것 같습니다. 악순환이었죠. 관절경 수술로 계절이 몇 번 바뀌는 걸 보고 나왔으니... 관절경 했던 무릎이 계속 안좋아져서 결국엔 인공관절까지 하게 됐는데, 교수님 말이 수술방에서 피가 너무 안 멎어서 다리 잘라내야 하는 줄 알았다고... 우여곡절로 퇴원은 했는데 그 뒤로 간이 완전히 제 기능을 못하게 됐어요. 

Q. '그랬을 것이다'라는 본인의 추정인 건가요? 

아니요, 이식수술 한 서울대병원에서 원인을 그렇게 분석하셨어요. C형간염으로 간경화가 시작이 됐는데 관절 수술 하면서 간에 무리가 더 갔고 결정적으로 진통제가 간을 다 망가뜨렸다고요. 먹는 진통제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고요.

Q. C형간염 치료를 안 했었어요?

했었죠. 진짜 어릴 때부터 재단 통해서도 몇 번 했는데 다 실패하고, 사비 들여서 했던 것도 실패하고... 가능한 방법은 다 동원했었는데 치료가 안됐어요.

   
 

Q. 아버지 간을 이식받은 걸로 아는데...

네. 원래는 뇌사자 간을 이식받으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때가 메르스 사태랑 겹쳐서 사람들이 활동이 없다보니까... 이렇게 말하면 안되지만, 다쳐서 뇌사에 빠지는 사람이 없는 거에요. 그러다 보니까 마냥 기다릴 수 없어서 의사가 가족들 설득해서... 아버지가 하시겠다고 했는데 나이가 좀 있으셔서 죄송스럽고 둘 다 예후가 안좋을 수 있어서 걱정됐는데 다행히 잘 이식됐어요. 

Q. 간의 몇 %나 이식한 거에요?

제 건 다 잘라냈고, 아버지 간의 2/3를 떼어서 이식을 했죠. 저는 간이식이라고 해서 간만 떼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까 쓸개나 뭐 이런 것들도 다 잘라내더라고요. 그래서 아버지도 그게(쓸개) 없고 저도 없고...(웃음)

Q. 잘 정착은 된 거래요, 간?

아뇨, 수술은 성공적이었는데, 인공혈관을 연결해놨는데 수술하고 얼마 안돼서 막혀버려갖고 뚫으려고 시술을 하고 별짓을 다했는데 결국엔 막혔어요. 의사 말로는 막히면 옆으로 샛길이 생기는데 별로 시원찮게 생겨서 지금 암모니아 문제도 있는 것 같고... 그런 상황이에요. 아마 해결하려면 또 이식을 하는 방법 밖에는 없고, 그런데 이식을 여러번 하는 게 드문 경우가 아니래요.

Q. 그럼 간이식으로 인해서 응고인자는 얼마나 유지되고 있나요?

글쎄요, 그걸 병원에서 안 알려줘요. 그냥 평생 유지요법 안해도 될 만큼 잘 나오고 있다고, 그러니까 응고인자 검사 신경 안써도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검사는 해봐야죠.

Q. HCV 감염에 대해서 17년 가까이 싸우고 계신데, 이 소송 어떻게 바라보고 계신가요?

제 개인적인 생각인데, 소송인단 단톡방에서 얘기 나오는 것도 불편하고 얼마를 준다고 한들 한길로 가서 판결 받고 싶어요. 제가 그걸로 인해서 든 수술비, 치료비에 상응하는 보상이 될리도 없고 녹십자가 제 인생 책임져 줄 수도 없잖아요. 그쪽에서는 C형 환자들 다 치료하고 잘 사는 줄 아는 것 같아요. 우리 앞에 엎드려 빌어도 시원찮은 상황인데 당시에 어쩔 수 없었다는 생각은 조금도 안들어요. 제 20대는 송두리째 날아가버렸는데... 차라리 얼굴 안 보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 그는 감염환자들의 상황을 쉽게 일반화시키지 말고 자신들의 고통에 귀 기울여 줄 것을 요구했다.

Q. 최근 재밌게 본 영화나 책은?

그런 것 볼 생각이 잘 안들어요. 좋아하던 게임도 손에 잘 안 잡히고... 장기 이식 하기 전에 심리 검사를 하거든요. 이식 후에 우울증을 앓거나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아서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그땐 왜 그런 걸 하나 이상하게 생각했었죠. 수술 하고 병원에 있을때는 치료받느라 정신 없어서 잘 몰랐는데 딱 퇴원해서 집에 오니까 알겠더라구요. 내가 이렇게까지 목숨 부지해서 살아야 하나... 몸은 몸대로 망가지고 정신도 피폐해 지고... 아무것도 손에 안잡히고 싫어졌어요. 한 1년동안은 힘들었어요. 조금 괜찮아 질 쯤에 또 그게 폐동맥 고혈압이 나와가지고...(웃음) 또 최근들어서 그 생각을 했었어요. 왜 이러냐 나한테, 내가 무슨 죄를 졌길래... 그랬어요.

Q. 다른 환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없나요?

간이 침묵의 장기라고 하잖아요. 저도 수치가 괜찮았거든요. 근데 어느날 갑자기 확 뛰어서 두배로... 그래서 그 고생을 하고 이식까지 하게 됐어요. 저희 아버지가 코헴회 만나서 그런 당부도 하셨대요. 어린 환자들 중에도 간 문제 때문에 수술이나 치료할 때 악순환에 빠지고 저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니까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겠냐고요. 건의는 했는데 잘 모르겠어요.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더이상 저같은 환자는 안 나왔으면 좋겠어요.

Q. 건강 회복하고 나서 해보고 싶은 일은?

뭔가 배우고 성장해야 할 시기에 이런 일들이 터지다보니까 그런 생각을 잘 못해본 것 같아요. 그래도 중간중간 집에서 웹디자인 관련된 걸 보고 있어서 몸이 좀 좋아지면 웹디자이너 일을 해보고 싶습니다.

인터뷰에 응해준 G씨의 건강을 진심으로 기원한다. 인터뷰를 마치며 기자들과 함께 여행도 가고 좋은 생각, 좋은 풍경 같이 하자고 약속했다.

[헤모라이프 김태일 기자]

김태일 기자 saltdoll@newsfinder.co.kr

<저작권자 © 헤모필리아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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