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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우병은 장애물 아닌 기회"라는 유미르 군

기사승인 2020.06.04  23:3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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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C버클리 편입 앞둔 미르 군과의 인터뷰

혈우인의 꿈을 실현하는데 있어 그 앞마당이 꼭 태어난 땅으로 국한되던 때는 지난지 오래다. 유학과 출장, 여행과 이민 등으로 해외에서 본인의 자리를 찾는 혈우가족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 오늘은 2011년 미국으로 건너가 원하던 학과공부를 시작하게 된 유미르(19세) 군의 이야기를 인터뷰로 들어본다. 미르 군은 작년부터 캘리포니아 주립 College에서 수학을 전공하다 최근 버클리 대학교 3학년으로 편입하게 되었는 소식도 전한 바 있다.

Q. 본인소개 부탁합니다.

A. 안녕하세요, 캘리포니아 오렌지 카운티에 사는 유미르입니다. 영어이름은 앤드류이고요. 

   
▲ 안녕하세요. 저는 유미르 입니다.

Q. 한국에는 어린시절의 미르군을 기억하는 삼촌들이 많을 텐데, 미국으로 간 후 어떻게 지냈나요?

A. 미국에 초등학교 5학년때 와서 10년이 다 되어가요. 물론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나름대로 잘 적응해서 학교 생활도 열심히 하고 친구들도 많이 사귀면서 재밌게 지냈습니다. 지난 여름에 한국에 6,7년만에 나갔는데 재단 식구들이 반겨주셔서 정말 반갑고 감사했어요. 

Q. 현재 어떤 공부를 하고 있으며, 최근 학교 관련 좋은 소식 있던데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A. 현재 전공은 수학이고 앞으로도 계속 다양한 분야의 수학을 공부하고 싶어요. 어렸을 때부터 제일 좋아했던 과목이기도 하고요. 좋아하는 과목과 잘하는 과목이 같아서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학교는 지난 4월 버클리 대학 수학과에 합격했어요. 작년 5월까지만해도 고등학생이었는데 대학교 3학년이 덜컥 되버리니까 갑자기 어른이 된 것 같아서 조금 무섭기도 한데 대학생활에 대한 기대감도 큽니다. 계속해서 공부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UC버클리는 2018년 말 기준 노벨상 수상자를 107명 배출(세계 3위)한 명문대. 보스턴에 있는 '버클리 음대'와는 관계 없다^^(편집자 주)

Q. 훌륭한 성과라고 생각되는데요, 목표를 이룰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요?

A. 비결이라고 하면 ‘후회하지 않는 것’을 말하고 싶어요. 저는 별로 성실하다든가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성격은 안되고, 하고 싶은 것들만 적당히 하는, 중간만 가는 성격인데 그렇게 해서 남들보다 뒤쳐진다던가 만족스러운 결과가 안 나왔을때 ‘아, 조금만 더 열심히 할 걸' 같은 후회를 안하고 다음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게 제 방식 같아요. 어떤 의미로는 지금에 충실하게 최선을 다하는 거라고 할 수도 있네요. 

Q. 혈우병 때문에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데 힘들지는 않았나요?

A. 전혀 힘들지 않았어요. 혈우병은 극복해야할 장애물이 아닌 기회라고 생각해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기회, 스스로 성장할 기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 전부 혈우병 덕분에 얻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 고등학교 밴드부 활동 당시 모습들과 졸업식 사진(우)

Q. 미국에서 혈우병 치료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A. 일단 혈우병 전문 병원을 통해서 약을 처방받고 혈우병 관련 검진은 전부 그 병원에서 해요. 만약에 출혈이 나면 병원이 멀기도하고 절차도 복잡해서 거의 집에서 치료하는것같아요. 그래서 미국에 와서 초음파나 물리치료는 한 번도 받은 적이 없어요. 언젠가 병원 간호사분한테 여쭤보니까 물리치료는 큰 수술한 환자들만 받고 일반 환자들은 평생 안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어떤 면에서는 치료 환경은 한국이 더 잘 돼있는 것 같아요. 

Q. 특별히 아픈 곳은 없나요?

A. 다행히 특별히 불편한 곳은 없어요. 앞으로도 계속 운동하고 잘 관리해서 건강하게 살고 싶습니다. 

   
▲ 작년 워싱턴데이에 참석해 링컨 기념관 앞에서

Q. 미국에서 혈우병협회 활동도 열심히 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 얘기 좀 들려주세요.

A. 고등학생때 Hemophilia Foundation of Southern California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그 뒤로 계속 협회에서 일하고 있어요. 행사에서 진행도 맡고 프린트를 한국어로 번역하고 이런저런 일을 했는데 제일 보람찬 일은 로비 활동인것같아요. 1년에 한번 워싱턴에 가서 상원/하원의원들에게 혈우병 관련 법안에 대해서 로비하는 행사가 있는데 저는 작년부터 캘리포니아 대표로 참가했어요. 연방정부 보조금이나 사설의료보험규제 같은 어려운 문제들이지만 그런 문제들을 공부하면서 더더욱 흥미를 가지고 열심히 참가하게 되었어요. 제가 작년에 로비한 법안이 얼마전에 가결되어서 더 뜻깊은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Q. 미국 혈우병협회를 통해 만난 사람 중에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다면?

A. 기억에 남는 사람들은 여럿 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크리스 봄바디어(Chris Bombardier / 한국에서도 이미 유명)라는 분입니다. 혈우병 환자 최초로 7대륙 최고봉을 전부 등정한 등반가인데, 강연도 듣고 질문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항상 혈우병을 이겨내고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환자들의 이야기는 들어왔지만 실제로 그런 사람을 만나니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아래 영상은 사우스캘리포니아 혈우병 재단의 12월 연례행사 '눈송이 페스티벌' 리뷰영상)

Q. 취미는?

A. 고등학교 올라가서 배구를 시작했는데 지금도 간간이 친구들이랑 하곤합니다. 딱히 정해진 취미는 없는데 그냥 뭘 하든 친구들이랑 같이 하는 걸 좋아합니다. 최근들어서는 다들 나가질못하니 하루에 몇 시간씩 영상통화로 게임도 하고 피아노도 치고 운동도 합니다.

Q. 악기 열심히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지금도 가끔 연주하나요?

A. 네, 피아노는 매일 조금씩이라도 치고 드럼도 가끔 쳐요. 고등학교때는 밴드부 주장도 하고 열심히 했는데 대학교에 올라가서도 취미로라도 계속 연주하고 싶어요. 

Q. 현재 고민이 있다면?

A. 사실은 고민이 별로 없어요 ㅎㅎ. 그래도 꼽자면 대학생활을 어떻게 잘 해야 할까가 고민입니다.

   
▲ 최근 코로나로 집콕하면서 친구들과 화상채팅으로 소통하는 여러 방법을 악혔다.

Q. 미르군의 꿈은 무엇인가요?

A. 언젠가 앞으로의 인생에서 얻고 싶은 것 세 가지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는데, 저는 개 한마리, 아들 하나, 집 한 채라고 반 농담조로 답한 기억이 있어요. 조금 진지하게 이야기하자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도 안정적으로 사는 게 제 꿈이에요. 보기에는 쉬워보여도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들의 균형을 맞추는 게 어렵다고 생각해요. 그 균형을 잘 맞추면서 행복한 삶을 살고 싶습니다. 

Q. 한국의 혈우가족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세지

A. 초등학교 때 미국에 와서 한국말은 좀 하지만 글을 쓰는 것은 처음인 것 같아요. 어색하고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젠가 코헴 캠프에서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2008년 코헴 여름캠프에서 당시 7세의 꼬꼬마 미르
마냥 아이 같았던 유미르 군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한 청년의 성장과 성취를 멀리서나마 함께 한 것 같아 가슴이 벅찼습니다. 미르 군과 또한 이제 막 사회로 발을 뗀 많은 혈우인들에게 마음 깊이 응원을 전하며, 그들의 열정이 혈우 커뮤니티 안에서 톡톡 튀는 상호작용을 일으켜 주기를 기대합니다. 인터뷰에 응해준 유미르 군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헤모라이프 김태일 기자]

김태일 기자 saltdoll@newsfinder.co.kr

<저작권자 © 헤모필리아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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