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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공부가 기술과 사회를 융합하는 역할 했으면"

기사승인 2020.05.10  16:4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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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이스트 박사과정 혈우환우 L군과의 인터뷰

완연해진 봄기운 속, 대전 을지대병원에서 반가운 얼굴을 오랫만에 만나 즉석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혈우병 환자단체 한국코헴회의 여름캠프 자원봉사를 통해 인연을 가진 20대 후반의 L군이었습니다. 청년 혈우 환자들이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학업을 쌓고 있지만 화학공학을 거쳐 현재 기술경영이라는 낯선 분야의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고 해 흥미로웠습니다. L군은 글로벌하게 진행되고 있는 항-안티트롬빈 피하주사제의 임상시험 참여차 병원에 다녀가는 길이었습니다.

   
▲ 벚꽃이 지기 시작하던 4월의 한 날, 중부지역 혈우병 치료를 담당하고 있는 대전을지대병원 앞에서 L군을 만났습니다.

A. 안녕하세요. 카이스트에서 공부하고 있는 L이라고 합니다. 8인자 혈우병 중증 가지고 있구요.

Q. 하고 있는 공부에 대해서 
A. 학부에서는 화학공학과를 전공했고 지금은 기술경영학 박사과정을 하고 있습니다. 공대생들이 기술관점에서 경영을 연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저는 그중에서도 에너지기업들과 에너지경제학에 대해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유가에 따른 재생에너지 기업의 투자 환경 같은 걸 연구하는 것이죠. 박사과정 마치기까지는 3년 정도 남았습니다.

Q. 어떤 면에 끌려서 그쪽 공부를 하게 됐어요?
A. 사실 제가 화학공학과 대학원을 6개월 다녔는데, 그런 실험하고 나노 관련 물질 규정하는 것들이 재미가 별로 없어 보이더라고요. 하던 거니까 계속 하자 싶었는데 해 보고 너무 아니다 싶었어요. 스스로 약간 문과 성향이라고 생각해서 생전 제가 배워보지도 않은 기술경영대학원 쪽을 찾아보게 됐어요. 보통 공대 전공인데 공대에 약간 흥미를 못 느끼는 애들이 기술경영에 많이 들어오더라고요. 그런 친구들이 많았어요 가보니까. (웃음)

Q. 본인이 문과 성향이라는 건 어떤 면에서?
A. 책 좋아하고, 그리고 뭔가 너무 실험실에만 박혀 있는 건 재미가 없더라고요. 그리고 실험 결과가 우리 사는 사회랑 별로 연관이 없다는 게 굉장히 별로였어요. 제 연구 결과가 사회랑 융합돼서 좀 스토리를 많이 풀 수 있고 이런 것들이 재미있어 보였어요.

   
▲ 자리를 옮겨 이야기를 이어가는 김태일 기자와 L군

Q. 여행 같은 건 좋아하나요?
A. 여행은 좋아하는데 요즘은 잘 못 가고 있어요. 아르헨티나를 예전에 한 한 달 가 봤는데,  부에노스아이레스 근처 멘도사 지역에 아는 지인이 농장을 하셨어요. 당시에 와인이 한 병에 막 3000원, 4000원 이런데 거기선 굉장히 고급 와인이에요. 산지 농장에서 바로 먹으니까 굉장히 싸고 맛도 좋고 거기에서 일하면서 여행도 하고 그랬습니다. 아, 스테이크도 굉장히 싸고 맛있고. 맥도날드를 가도 최고급 소고기를 쓰고... 그리고 남미 여자분들이 예쁘더라고요. (웃음)

Q. 아, 여자친구가 없다고 했나요? 잘생겼는데...
A. 네. 지금 1년째 솔로입니다. 그 전에 좀 오래 사귄 여자친구 있었는데 헤어지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만나다가 제가 대전에 내려오면서 어쩌다 헤어졌습니다.

Q. 몸은 어떤가요?
A. 아, 저는 오른쪽 발목이 조금 안 좋은데요. 어릴 때 축구를 진짜 열심히 하다가 오른쪽 발목을 중학교 때, 고등학교 때, 20살 때 이렇게 세 번 관절경 수술했고 왼쪽 발목도 한 번 수술을 하고요. 그런데 그 뒤로도 정신 못 차리고 25살 때까지 축구를 하다가 어느 순간 이제 안 되겠다 싶어서 접었습니다. 이러다가 정말 큰일 나겠다 싶어가지고... 

Q. 걸음도 엄청 빠르고 자세도 좋던데?
A. 아, 발목을 위해 많이 노력했고 저는 약간 민간요법도 많이 시도해 봤어요. 이건 제가 처음 말씀드리는 건데요. 병원에서 발목에 철심 박고 고정시키자는 걸 제가 고집부려서 활액막 제거술만 여러 번 받았던 거거든요. 근데 아무리 수술해도 의사 말대로 진짜 못 걷겠더라고요. 여기서 저기 문 앞까지도 걷기 어려웠으니까요. (기자 : 진짜?) 그래서 수술 안 하고 어떻게 할까 하다가 아는 분 중에 비보이가 있는데, 그분들이 이렇게 관절이 되게 안 좋잖아요. 비보이들이 기어갔다가 걸어서 온다는 그 약간 야매? 어둠의 의사분이 있어 가지고 (웃음) 거기에 전화해 보니까 빨리 오래요. 저는 솔직히 그냥 긴가민가하면서 갔는데 그날 제가 가서 한 6개월 정도 쭉 치료를 받고 그 다음에 나았어요.

Q. 어떤 치료를 했는데요? 
A. 그 분이 약을 추천해 준 게 있는데 그 분이 만든 약은 아니고 시중의 약인데 그걸 먹으라고 하더라고요. 트*****라고, 무슨 면역력 강화제 이런 건데 자연 유래 성분이래요. 그래서 저는 면역력이랑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어요? 했는데 의심하고 찾아보다가 먹어 보자 해서 열심히 먹었는데 저는 그걸로 6개월 만에 거의 나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사실 제가 오른 발 아플 때 다시 먹으니까 또 효과 없더라고요. 시기가 뭔가 잘 안 맞았던 것 같아요. (기자 : 수술이 잘 됐고 나을 때가 돼서 나았을 수도...) 사실 그럴 수도 있어요. (웃음)

Q. 지금 ‘피투시란’ 임상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어떻게 참여하게 됐어요?
A. 저는 사실 좀 의심이 많아서... 그 ‘애디노베이트’도 맨 처음에 나왔을 때 안 한다고 했거든요. 6개월 정도 지켜보고 하자고 했는데, 처음에 유철우 교수님이 피투시란 제안하셨을 때 안 한다고 했다가 이건 응고인자가 아니라 완전히 다른 기전이라고 하시길래 가족이랑 상의하고 결정했어요. 환자단체 분들도 안정적이라고 하셔서요.

Q. 임상 과정은 어땠어요?
A. 저는 애디노베이트로 바꾸고 나서 되게 편했었는데 왜냐하면 반감기가 기니까 확실히 출혈이 없더라고요. 그런데 이 피투시란을 하기 위해서는 처음 6개월은 다시 애드베이트(표준 반감기제제)를 맞아야 된대서 고생을 좀 했습니다. 오늘부터 피투시란 투여를 시작해서 이제는 괜찮을 것 같아요. 그리고 일단 한 달 정도는 애드베이트를 가지고 있으라고 하더라고요. 혹시 모를 출혈을 대비해서. 그 다음부터는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Q. 다른 분들도 한 달 정도는 그래도 가끔 출혈이 있더라고 해요. 몸에서 완전히 안티트롬빈을 억제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린다고.
A. 저는 임상 하면서 간수치 높아지는 게 신경이 쓰이긴 해요. 피곤하진 않은지 한 달 동안 좀 보려고 하고 있어요. 그리고 작은 주사기로 반 정도 배에다 투여하는데 생각보다 아프고 아직 뭉쳐 있어요. 바늘이 한 1.5cm 정도? 그런데 혈관주사 맞는 것보다 나중에는 안 아플 것 같아요. 앞으로 임상을 아마 6개월인가? 1년 하고 그다음에 피투시란이 시중에 나오기 전까지 계속 제공해 주는 걸로 들었어요.

   
▲ L군은 아직 주변에 혈우병 사실을 다 알리진 않고 있어 익명 인터뷰를 요청했다.

Q. 그나저나 많이 아쉬웠겠네요. 축구를 할 수 없어서.
A. 네, 진짜 아쉬웠어요, 진짜. 그래도 요즘 축구 동영상 보는 걸로 대리만족하고 있는데 제 꿈은 언젠가는 다시 축구를 하는... (웃음) 네. 그 외에 탁구도 좋아하는데 제가 좋아하는 유일한 구기 운동이 축구랑 탁구인데 탁구는 한 번 씩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계단 오르기를 제가 좀 빡세게 한 10층 정도를 10번 이렇게 하려고 하다가 한 3~4번 하면 발목이 아파서 현재는 운동을 안 하고 있어요.

Q. 그런 액티브한 운동도 있지만 뭐랄까... 스쿼트 자세처럼 좀 정적으로 근육을 강화시킬 수 있는 방법도 있으니까 찾아봐요. 꿈은 뭐에요?
A. 아, 저는 제 전공으로 계속 연구를 하는 게 꿈이에요. 제 전공으로 하면 이름 있는 연구소나 경제 연구소 쪽으로 길이 있더라고요. 그런 곳들이 다 대전이나 세종에 몰려 있어서 아마 이 근처에서 살지 않을까. 그리고 에너지경제연구원이라는 데가 있는데 기업 연구소도 있고 국책 연구기관도 있고 연구 기관은 꽤 많은데, 아무래도 기술경영이니까 공대생들이 경영쪽을 공부하는 거니까 일반 공대생들이 가는 진로도 많이 가는 것 같아요. 카카오나 네이버 같은 곳들이요.

Q. 맞는 질문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의 대체 에너지? 전망은 어떤가요?
A. 저는 굉장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미국이 2010년대부터 셰일가스와 오일을 다소 높은 비용을 들여 생산하면서 중동의 OPEC 국가들이 그걸 견제하기 위해 수익성을 줄이면서까지 증산을 해서 유가를 많이 낮춰 왔거든요. 그런데 이쯤되면 견제만 할 것이 아니라 감산을 해서 다시 유가를 올려야 함에도 그러지 않고 있는 것은, 신재생 에너지가 활성화돼서 곧 많은 부분 대체될 것이란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 분석할 수 있어요. 팔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안 남았으니까 싸게 많이라도 팔자는 거죠. 

Q. 신재생 중에는 어떤 게 제일 유력해요?
A. 저는 태양광이랑 풍력이 지금은 제일 유망한 거 같은데, 다른 시도도 많거든요. 제가 화학공학과에 다른 선배들 하는 거 보니까 바이오 연료도 있고 뭐 여러 시도가 있는데 제가 봤을 땐 그런데 그런 것들은 생산 단가가 너무 높고 앞으로도 안 낮아질 것 같아요. 태양광은 규모의 경제가 있기 때문에 많이 벌크로 막 설치하면 그만큼 싸지기 때문에 충분히 단가가 잘 나올 것 같습니다. 사실 태양열 발전소가 진짜 친환경적으로 좋긴 한데 이게 열로만 하는 것도 생산량에 한계가 있는 거라서요.

Q. 코로나가 좀 사라지면 하고 싶은 건 뭐 있어요?
A. 전 사실... 코로나가 있어도 지금 할 거 다하고 있는데... 지난주에 소개팅도 했거든요. 그래도 상황이 더 좋아지면 서울로 놀러가고 싶어요. 대전에 쭉 있었는데 약간 지겹네요. 

Q. 서울에서의 대학원 기억이 좋았나보네요. 하하 서울 오면 꼭 연락해요.
A. 넵.

인터뷰에 응해준 L군 고맙습니다. 훌륭하게 학업을 마쳐서 우리나라 대체에너지와 새로운 먹거리를 꼭 개척해주길 바라요~

   
▲ L군, 건강관리도 잘 해서 혈우 청소년들에게 좋은 모델이 되어주세요.

[헤모라이프 김태일 기자]

김태일 기자 saltdoll@newsfinder.co.kr

<저작권자 © 헤모필리아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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