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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우병 신약, 재단의원 런칭 시 고려되는 부분은 무엇?

기사승인 2020.04.13  13: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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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적 면보다 혈우사회 질서가 우선시 되고 있다”

   
 

새로운 혈우병 치료제가 한국혈우재단의원(이사장 황태주, 의원장 유기영)에서 처방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고려사항이 있겠지만 크게 나눠 의료적인 접근과, 혈우사회의 질서관계를 짚어봐야 한다. ‘혈우사회’가 지금까지 튼튼하게 유지되어 왔고 건강하게 발전하고 있는 것은 혈우사회의 구조와 특징을 서로 보완해가며 성장해 왔기 때문이다.

혈우사회는 환자와 보호자 뿐 아니라 의료인과 관련 제약사, 그리고 혈우병과 관련된 정부기관 및 유관기관이 모두 포함된다. 따라서 이해관계가 상당히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새로운 혈우병 치료제가 혈우재단의원에서 처방되기 위해서는 의료적인 관점을 비롯해 혈우사회의 질서관계까지 다방면으로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재단의원에서 새로운 혈우병 치료제를 처방하기 전에 의약심의위원회(이하 재단약심위)가 열린다. 재단 관계자에 따르면, 약심위원 명단은 비공개이며 약심 일정도 구체적으로 알려 줄 수 없는 점을 이해해 달라고 했다. 불필요한 외부적 요인을 배제할 필요성이 있어서 철저한 비공개로 진행되는 듯해 보인다.

어쨌든 과거, 재단 약심에서 처방을 놓고 고심했던 대표적인 치료제 몇 가지를 분석해보자.

먼저, 진타(8인자 치료제, 화이자 제조)는 출시되기 전에 환자들에게 크게 관심을 불러 모았던 치료제였다. 한 개의 주사기 내에 약물과 주사용수가 분리되어 있다가 주사기를 밀어 넣으면 서로 섞여 용해가 되고 그 뒤 바로 정맥 주사할 수 있게 디바이스가 고안되어 ‘올인원 타입’이라 불리면서 치료의 편의성 면에서 독보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치료제는 2012년 식약처 시판허가를 받고 혈우재단 약심을 통과했지만, 그러고서도 거의 4년간 재단처방이 이뤄지지 않았다.

‘진타’의 재단의원 처방에 대해 의료적인 접근과 혈우사회의 질서를 고려해 보면, 의료적인 접근에서는 순응도 편의성 등 높은 평가를 받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문제는 혈우사회의 질서에서 이해충돌이 있었다. 제약사들의 치료제 시장 점유율, 기존 제약사의 매출 감소, 혈우사회의 기여도 등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랜 시간이 걸렸고 마침내 재단의원에서 처방이 이뤄지면서 진타의 안정적 처방이 이뤄지게 됐다.

또 다른 케이스로, 릭수비스(9인자 치료제, 당시 박스앨타 제조)는 상황이 조금 달랐다. 의료적인 면에서는 기존 치료제에 비해 특별히 내세울만한 치료효과의 장점이 없었다. 환자들도 릭수비스는 기존의 베네픽스(9인자 치료제)와 비교하여 월등히 비교우위를 말할 수 있는 부분을 찾지 못했다. 따라서 환자를 치료하는 데 ‘선택의 폭이 넓어 진 것’이라는 점 밖에 호소력 있게 다가갈 부분이 없었다. 그러나 릭수비스는 매우 쉽게 재단 약심을 통과했고 이내 처방이 시작됐다. 릭수비스의 재단 처방은 혈우사회 질서 유지라는 측면에서 그 근거를 찾아볼 수 있다.

릭수비스는, 혈우사회 맏형으로 자부하던 녹십자와 국내 유통 및 판매협약을 맺음으로 해서 제약사간 이해충돌을 사전에 말끔히 해소했다. 그러면서 복지부 급여고시 당월 재단 약심위를 통과하고 바로 재단의원에서의 처방이 시작된 케이스이다.

또 한가지 사례를 찾아보면 코지네이트FS(8인자 치료제, 바이엘 제조)가 있다. 식약처 시판허가를 끝내고 보험급여 약가고시를 준비하면서 일부환자들에게 무상공급 프로그램을 통해 상당 부분 환자군을 사전에 확보해 놨지만 결국 재단의원에서의 처방은 불발됐다.

재단 약심위는 “현재 재단의원에서 3세대 유전자재조합치료제를 이용해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는데 코지네이트FS는 2세대 유전자재조합”이라는 이유로 재단의원에서의 처방불가 판단을 내렸다. 코지네이트FS는 의료적인 면에서도, 혈우사회 질서관계를 해결하는 면에서도 매끄럽지 못했다. 혈우사회의 기여도, 환우회와 혈우재단 등 포괄적 접근이 아닌 일부 소수의 환자군에 집중했기에 갈등의 요인을 해결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있다. 그러면서 코지네이트는 혈우사회의 안착에 실패한 치료제가 되었다.

바이엘의 코지네이트는 재단의원의 런칭이 불발되면서 지금까지도 소수의 8인자 환자군에게만 치료제를 공급하면서 ‘외딴섬’과 같은 길을 걷고 있는데, 현재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한 자릿수 환자들만 코지네이트FS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신약의 재단의원 처방은 의료적인 면과 혈우사회 질서유지 모두를 고려해야 한다. 더욱이 의료적인 면보다 혈우사회의 기여도, 혈우사회의 이해관계 충돌해결 등 질서 관계가 더욱 중요한 관점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알프로릭스가 재단의원에서 처방되기 위해서는 의료적인 면만 강하게 내세우는 것보다는 질서 관계를 해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요소로 보인다. 일단 사노피의 혈우사회 기여도는 매우 적극적으로 애쓰는 모습이 엿보인다. 더구나 ‘롱액팅’이라는 커다란 의료적 평가가 있기 때문에 9인자 환자들의 관심도 높다.

그러나 혈우사회의 제약사 구성원인 녹십자와의 관계는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그리고 베네픽스를 공급하고 있는 화이자 와의 관계는 어떻게 가져 갈 것인지가 관건이다. 특히 9인자 치료제 시장은 화이자의 안방으로 불리고 있어서 ‘느닷없이’ 치고 들어갈 수도 없는 입장이다. 화이자의 혈우사회 기여도는 녹십자 다음으로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수요와 공급의 적절한 조화를 이뤄서 환자들에게 안정적인 치료를 보장해야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혈우사회 제약사 중 맏형 역할을 맡고 있는 녹십자는, 알프로릭스가 자사의 치료제 훽나인과의 경쟁 치료제라고 보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다케다의 릭수비스를 대행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롱액팅 차세대 치료로 삶의 질을 개선하고자 하는 환자들의 목소리를 막거나 마냥 무시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다.

9인자 치료제의 선호도를 살펴본다면 지금까지 베네픽스가 월등하다. 여기에 더하여 혈우사회 기여도 또한 매우 높다고 평가되고 있기에 9인자 환자들은 화이자의 베네픽스에 높은 만족도를 나타내고 있다. 또한 급성출혈 긴박한 출혈 등 의료인들의 연구에서는 훽나인의 치료효과도 예상외로 좋은 반응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9인자 최초 롱액팅 ‘알프로릭스’가 출시되면서 환자들의 관심 순위는 알프로릭스와 베네픽스의 경쟁으로 단번에 바뀌어졌다. 기여도 면에서 살펴보면, 이미 혈우사회 구성원으로 자리 잡고 있는 화이자의 프로그램이 단연 앞선다. 반면 사노피도 다양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마련해 놓고 이를 적용하기 위해 활동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자. 이런 이유에서 9인자 치료제는 8인자 치료제에 비해 고려해야 할 부분이 비교적 적다. 아울러 치료제의 의료적인 면보다는 혈우사회 기여도나 이해 관계의 고려부분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질서관계’는 우리나라 혈우사회에서 가볍게 생각할 수 없는 부분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특정한 관계로 인해 서로 돕고 의존해야할 관계적 입장이 있기 때문인데, 이런 점을 무작정 비판해서는 안 된다. 우리 혈우사회는 급변하는 의료 환경에 익숙하지 않고, 또한 모든 것은 장단의 양면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의와 공정은 미묘한 차이가 있으며, 배려도 시각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입장차'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을 혈우재단에서는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혈우재단의 빠른 결정과 명확한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환자들의 동요가 없고 혼란을 최대한 줄이는 방법이 될 것이다.

   
▲ 현재 혈우재단의원 외 타 병의원에 입고되어 처방이 시작된 알프로릭스의 박스구성 사진

[헤모라이프 김승근 주필]

 

김승근 주필 hemo@hemophilia.co.kr

<저작권자 © 헤모필리아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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