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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모필무비필> 빨리 달리고 싶다는 것은 인간의 본능일 뿐…

기사승인 2020.03.22  11:5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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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싱 우승을 향해 달려가는 실화 기반 영화 <포드 v 페라리> 후기

   
▲ 레이싱 경기가 얼마나 빡신 것인지 보여주는 영화, <포드 v 페라리>

더 빠르게 달리고 싶다는 본능은 인류에게 있어 오랜 역사를 거쳐 이어져 오고 있다. 이는 자동차라는 이동 수단이 만들어지고 나서 더욱 가속화 되었는데,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난 이후 남들보다 더 빨리 달려야 한다는 본능적인 감각은 지금까지 모터 스포츠를 이끌어 온 원동력이자 기술 발전의 기반이 되기도 했다.

   
▲ 전설의 1966년 르망24시 포드 GT40의 원투쓰리 피니쉬. 1, 2등의 마일스와 맥라렌의 차량은 360바퀴, 3번 차량은 348바퀴를 돌았다. 그것도 13.626Km의 라 샤르트 서킷을 말이다.

영화 <포드 v 페라리>는 이러한 달리는 것에 미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영화는 한때 모터스포츠를 지배하고 있었던 페라리(Ferarri)에 미국의 거대 기업 포드(Ford)사가 도전장을 내밀고 서로 경쟁한다는 단순한 스토리이지만, 그 내면에는 어렵고 힘든 과정과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의 갈등이 뒤섞여 있다는 것을 드라마틱하게 풀어내어 만들었다는 점에 이 영화가 수작의 대열에 오르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 전설의 포드 GT40, 차량 번호 2번은 동료 드라이버인 맥라렌의 차량이다.

때는 1960년대 초반, 튼튼하고 빠르게 잘 달리는 최고의 차량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는 르망24시 대회는 페라리가 점령하고 있었다. 페라리는 그 당시에도 생산성은 낮지만 적은 수의 최고급 엔지니어들의 장인 정신으로 고가의 스포츠카를 만들어내고 이러한 장인 정신으로 모터 스포츠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올리고 있었지만 그에 비해 자금 상황은 그리 넉넉하지 않았다.

   
▲ 캔 마일스는 유능한 엔지니어이자 정비공이지만 스포츠 카를 제대로 몰지 못하는 사람에게 독설을 날리는 인성 빵점의 인간이기도 했다.
   
▲ 성깔을 참지 못하고 던진 렌치에 앞유리가 깨진 차량을 대충 테이프로 붙들어 매고 레이싱에 참가하는 마일스, 이 레이스에서 마일스는 우승했지만 영화 초반부터 마일스는 성격 파탄자라고 대놓고 보여준다.

그와 비교하여 미국의 포드사는 엄청난 수의 저가형 차량을 수없이 찍어내며 자동차 분야의 공룡 기업으로 군림하고 있었다. 하지만 제대로 된 레이싱팀이 하나도 없어 매번 TV에서 다른 차량 메이커가 우승하는 모습을 구경만 해야 하는 상황, 이에 헨리 포드 2세는 자금난에 빠진 페라리를 인수하여 모터 스포츠에 진출하고자 했다. 하지만 페라리의 창립자 엔초 페라리는 그의 제안을 거절하고 모욕을 주기까지 한다. 이에 헨리 포드 2세는 엄청난 자금을 부어가며 자력으로 모터 스포츠에 진출하려 하는데…

   
▲ 당시 포드사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면, 2층에서 넥타이 부대가 1층에서 자동차 조립하는 노동자들에게 더 열심히 하라고 다그치는 장면이 조금은 씁쓸하다.
   
▲ 포드사는 영업 사원을 이탈리아에 파견하여 페라리사를 인수하려 한다. 하지만 모터 스포츠에서 완전한 경영권을 잃는다는 조건에 엔초 페라리는 독설과 함께 거부한다.

모터 스포츠라는 분야는 돈만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물론 현재는 거대한 자본금과 엄청난 스폰서의 힘으로 움직이는 F1(Formula 1)이 모터 스포츠를 정의하고 있지만, 아무리 돈이 많아도 능력 있는 기술자와 이를 조율하는 설계자가 없다면 레이싱 대회에 참여 조차 못하는 것이 바로 모터 스포츠이다. 영화 <포드 v 페라리>는 이런 약육강식의 모터 스포츠 세계에서 기술과 열정만으로 성공을 이뤄낸 캔 마일스(크리스찬 베일 분)와 캐롤 쉘비(맷 데이먼 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 엔초 페라리의 말을 전해들은 헨리 포드 2세, 외모 비하는 그나마 웃어 넘겼는데 부모를 들먹이는 독설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레이싱 대회에서 승리하라고 지시한다.

캔 마일스는 우수한 레이싱 드라이버이자 실력 있는 엔지니어로 자동차 수리업을 하면서 간간이 레이싱 대회에 참석하는 헝그리 레이서이다. 더 빨리 달리고 싶다라는 욕구는 누구보다도 강하지만 레이싱이라는 것이 의지만 있다고 우승할 수는 없는 것, 이런 마일스에게 헨리 포드 2세(트레이시 레츠 분)에게 투자를 받은 캐롤 쉘비가 도움의 손을 건네게 된다.

   
▲ 극비에 제작한 포드 GT40을 비행기로 공수해와 테스트에 돌입하는 마일스와 쉘비, 마일스는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여 GT40을 최고의 차량으로 업그레이드 한다.

마일스와 쉘비는 후에 최고의 스포츠카로 명성을 날린 포드 GT40을 받아 들고 차량을 개조해가며 르망24시 레이싱 대회를 준비한다. 쉘비는 당연히 엔지니어이자 레이서로써 GT40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마일스를 대회에 출전시키고자 하지만, 포드사에서는 마일스의 인성을 들먹거리며 그의 레이싱 진출을 거부한다. 그야말로 거대 기업의 갑질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 하지만 쉘비는 이에 굴하지 않고 헨리 포드 2세와 직접 담판을 벌여 마일스가 레이스에 출전할 수 있도록 설득한다.

   
▲ 하지만 최고의 엔지니어도 최상의 레이서가 타지 않으면 소용 없는 것, 헨리 포드 2세는 레이스에서 진 쉘비를 불러 앞으로 모든 보고를 자신에게 직접 하라고 지시한다.
   
▲ 쉘비는 마일스가 GT40을 몰아야 한다고 헨리 포드 2세를 설득시키기 위해 GT40에 그를 태운다. 하지만 훈련되지 않은 사람에게 레이싱 카 경험은 눈물 콧물 짜게 만드는 공포의 롤러코스터일뿐...

영화를 보지 않았더라도 대충 여기까지 내용을 본다면 이 이야기가 실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캔 마일스는 르망24시에 포드 GT40으로 출전하여 우승하였으며, 1번도 아니고 4년 연속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며 포드사에 최고의 차량 메이커라는 칭호를, 페라리에게는 레이싱 대회의 독주를 마감시킨 인물로 유명하다. 캐롤 쉘비는 미국에서 두말 할 것도 없이 유명한 차량 제조사 사장이 된다. 바로 자신의 이름을 딴 쉘비 아메리카의 대표이기 때문이다.

   
▲ 다시 기회를 잡은 쉘비는 좌천시킨 마일스에게 사과하러 가지만 아직 화가 나있는 마일스는 다짜고짜 쉘비와 싸움판을 벌인다. 많은 사람들이 이 장면을 보고 제이슨 본과 배트맨이 싸움 났다고 좋아했다는 일문이...
   
▲ 드디어 조건부로 GT40 차량 레이서가 된 캔 마일스, 르망24시에 나가려면 데이토나24시에서 승리하고 오라는 조건을 내민다.

영화는 단순히 자동차가 달린다는 심심해질 수 있는 레이싱 영화에 포드와 페라리의 갈등, 그리고 거대 자본의 갑질과 별볼일 없는 유능한 엔지니어의 야망을 담은 영화이다. 캔 마일스는 그야말로 빨리 달리는 것 외에는 머리 속에 아무것도 없다. 심지어 자신을 좌천시킨 포드의 결정 소식을 쉘비에게 전해 들었을 때도 브레이크를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을 주기까지 한다. 마일스의 성격상 렌치를 집어 던지며 그만 둘만도 한데 말이다.

   
▲ 르망24시 대회는 실제로 24시간 동안 프랑스 르망에 있는 라 사르트 서킷을 쉴새 없이 달리는 레이싱 대회이다. 그야말로 자동차의 성능과 내구력, 그리고 레이서의 능력 등 모두 것을 갖춰야 우승할 수 있는 경기이다.

이렇게 <포드 v 페라리>는 여러 사람들의 갈등을 담아내었다. 꼭 우승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와 부조리한 대기업의 횡포, 거기에 맞서는 유능한 협상가 등 사회에서 접할 수 있는 모든 갈등을 영화 하나에 표현해낸 것이 이 영화가 레이싱이라는 다소 마이너한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도 작품상을 포함하여 4개 부문에 후보를 올렸으며 편집상과 음향편집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 초반에 차 문도 잘 안 닫히는 상황에서 마일스는 선두였던 페라리를 따라잡게 된다. 웅장한 사운드가 빛을 발하는 장면.

수상에서 성공한 음향편집상은 물론, 음향효과상에서도 영화 <1917>과 경합할 정도로 높은 수준의 음향을 보여준 것으로도 유명한데, 이렇게 음향에 몰빵한 영화는 영화관에서 보아야 그 진면목을 느낄 수 있다. 레이싱 장면이 그렇게 많이 나오지는 않지만 한번 본다면 그 순간만은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강렬한 느낌을 주기에 많은 호평을 받지 않았나 싶다.

   
▲ 전설의 포드 GT40 원투쓰리 피니쉬를 영화에서 똑같이 재현해 냈다. 마일스의 선두 출발로 맥라렌이 1위를 달성했다고 경기 운영의 미진함이 있었지만 우승의 주역은 GT40을 최고의 차량으로 만든 마일스에게 있다.

여기에 친구 사이로 나오는(친구가 맞나 싶긴 하지만) 캔 마일스와 캐롤 쉘비역을 맡은 크리스찬 베일과 멧 데이먼의 열연도 빼놓지 말고 챙겨야 할 볼거리이다. 비록 두 명 다 아카데미 시상식에 후보로 오르지는 못했지만, 까칠한 성격의 마일스와 다독이고 설득하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뤄내는 쉘비의 연기는 영화의 깊이를 더했다는 평가이다.

아쉽게도 마일스는 캐롤 쉘비와 함께 개발중이던 포드 J-Car의 테스트 주행 도중 사망하여 불의의 객이 되어버렸다. 그 동안 숱한 사고에서도 말짱하게 살아 나오던 마일스였지만 어처구니 없게도 테스트 도중 트랙을 이탈하여 사망하게 된 것. 영화 마지막에서는 그의 생전 모습을 볼 수 있다.

   
▲ 우승 트로피를 안고 기뻐하는 캔 마일스와 캐롤 쉘비의 실제 사진

이미 지난 영화지만 여러 OTT에서 이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안 그래도 혈우병 환자들이 밖에 돌아 다니는 것이 힘든 요즘, 코로나19로 인해 영화관 가기도 힘들다면 집에서 편안하게 헤드폰 쓰고 웅장한 사운드에 몸을 맡기며 영화 한편 감상해보는 것이 어떨까?

 

이런 분들에게 추천!

- 나는 레이싱 매니아! 전설의 포드 GT40이 나온다니 필수 관람!
- 연기파 배우 크리스찬 베일과 멧 데이먼이 동시에 출격!
- 웅장한 엔진 배기음과 숨막히는 레이싱을 경험해보고 싶다면!

 

이런 분들은 좀…

- 왠 남정네들만 잔뜩 나와서 자동차 얘기만 하네요…
- 60년대 차들이자나, 지금은 훨씬 빠른데…
- 두시간 반 동안 앉아 있기 힘들어요…

 

[헤모라이프 황정식 기자]

 

황정식 기자 nbkiller@hanaf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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