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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하주사 혈우병 치료제, 뭐뭐 있나?

기사승인 2019.12.08  20:5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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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헴/피/컨/M' 혈우사회 곁 가까이 온 혁신치료제들

혈우병 A형(8인자 결핍)이나 B형(9인자 결핍)은 부족한 응고 인자를 혈관 주사를 통해 보충함으로써 출혈을 막거나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혈관에 넣어주는 응고 인자는 체내에서 소비되는 반감기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적절한 출혈예방을 위해서는 주기적으로(2~4일 간격) 계속 정맥투여 해주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먹는 약도 아니고 혈관 주사를 2일에 한 번씩 넣어야 하다니,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차세대 치료법, ‘노블테라피라’고도 불리우는 혈우병 치료제의 컨셉은 기존의 응고인자 보충 방법과 완전히 다르다. 혈우병 환자, 특히 중증(응고인자 활성화 수치 1% 미만) 혈우병 환자도 사실 출혈이 아예 멈추지 않는 것은 아니다. 과거 혈우병 치료제를 접하지 못했던 장년 세대들도 이러한 경험을 했을 것인데, 바로 여기서 나온 아이디어에 착안한 것이 노블테라피의 시작이다.

일반적으로 출혈을 막는데 필요한 혈전이 충분히 만들어지게 되면 몸에서는 더이상 혈전을 만들지 말라고 명령을 내리게 된다. 이러한 혈전 생성의 기전을 역으로 이용하면 지속적인 혈전 생성으로 출혈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컨셉을 사용하여 만든 제품들이 바로 노블테라피 제품들이다.

   
▲ 노블테라피 제품별 작용기전 위치

이러한 개념으로 만들어진 혈우병 치료제에는 지넨텍(Genentech)의 헴리브라(Hemlibra, emicizumab), 아닐람(Alnylam)의 피투시란(Fitusiran), 노보노디스크(Novodisk)의 컨시주맙(Concizumab), 녹십자 목암연구소의 MG1113(상표명 미정) 등이 현재 출시 대기 중이거나 임상시험 중에 있다.

각 노블테라피 치료제들은 서로 작용하는 방법이 다르지만(특허 문제로 인해) 전반적인 지혈 프로세스는 같다. 모두 부족한 인자를 채워주는 방식이 아닌, 혈전 생성 중지 명령을 막음으로써 혈전을 계속 생산해 내게끔 만든다는데 그 방법이 비슷하다.

그렇다면 각 치료제별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 상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해외에서는 이미 일류주자, 헴리브라>

   
▲ 헴리브라의 10인자 활성 도식도

노블테라피 중에서 가장 먼저 일반 시장에 선보이게 된 제품은 바로 헴리브라이다. 해외에서는 벌써 시장에 출시했으며, 국내에서도 조만간 JW중외제약을 통해 출시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헴리브라는 이미 국내 판매 허가를 받은 상태이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최종 보험급여 결정만을 남겨두고 있다.

헴리브라는 8인자의 응고 작용 기전 형식을 모방하여 활성화된 9인자와 10인자가 동시에 결합할 수 있는 이중특이항체 기술이 적용돼 만들어진 제품으로, 항체의 유무에 상관 없이 모든 혈우병 A형 환자가 투여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국내 허가와 약가심사는 항체 환자를 먼저 대상으로 실행하긴 했지만 차후 항체가 없는 8인자 환자도 투여가 가능하다는 점은 매력적이다. 투여 주기는 1~4주에 한 번 정도로 예방이 가능하며, 피하주사로 간편하게 투여가 가능하다.

<국내에서 많은 임상 자료를 축적 중, 피투시란>

아마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노블테라피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 제품은 바로 이 치료제가 아닌가 싶다. 아닐람의 피투시란(국내에선 사노피젠자임을 통해 발매 예정)은 현재 글로벌 3상임상이 진행중이며 국내에서도 이 제품으로 임상 테스트를 받고 있는 혈우병 환자가 많은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피투시란은 안티트롬빈(antithrombin) 표적 RNAi 치료제로 혈우병 A형, B형, 항체유무에 상관 없이 사용 가능한 치료제이다. 피투시란은 헴리브라보다 좀 더 초기 단계에서 작용하여 혈전을 만들어내는 치료제이다. 이 치료제 역시 1~4주 혹은 8주 간격으로 처방 받아 예방을 할 수 있으며, 다른 노블테라피 제제들과 마찬가지로 피하 투여한다.

   
▲ 피투시란이 사용하는 RNAi 기술 도식도

<항체에서 영역 확장, 노보의 컨시주맙>

노보노디스크에서도 노블테라피 치료제가 나온다. 현재 3상 임상에 참여할 환자를 모집 중에 있는 컨시주맙은 8, 9인자 결핍 환자 항체 여부와는 상관 없이 모두 사용 가능한 치료제이다. 위의 두 제품과 다른 점이라면 매일 투여를 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우리나라 제약사에서도 노블테라피가, MG1113>

목암연구소에서 연구 중인 MG1113도 올해부터 출시를 위한 가시적인 행보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항-조직인자경로(anti-TFPI) 기전을 통해 혈전 생성을 유지하는 이 제품 역시 피하주사로 주 1회 투여를 목표로 현재 임상 중이다. 아직 2상 임상 준비 중이라 다른 제품에 비해 좀 늦은 감이 있지만 머지않아 우리나라 제약사에서도 노블테라피가 나온다는 소식은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알려진 바 있다.

새로운 치료제라고 해서 무작정 좋은 것은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혈전 생성을 조절하여 출혈을 막는 시스템이다 보니 공통적으로 생기는 문제점이 있다. 바로 혈전이 과다하게 생기면 발생하는 심각한 질환, 뇌경색과 심근경색의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은 노블테라피 치료제들의 개발 초기부터 고려된 사항이기도 하다. 실제로 임상 시험에서 혈전으로 인한 심각한 문제가 일어난 적도 있었던 만큼 앞으로 노블테라피 제품을 고려하고 있다면 의사 처방량을 정확히 지켜서 투여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 다른 문제점으로는 정확한 약의 효과를 측정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응고인자 투여는 투여 후 혈액에서 얼마나 응고인자 활성화 수치가 올라가는가에 따라 약의 효과를 가늠해 볼 수 있지만 노블테라피 치료제들은 혈액 응고 반응을 알아내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는 대량 출혈이나 수술시에 치명적인 단점으로 꼽히기도 한다. 헴리브라 같은 경우 인공관절과 같은 외과 수술시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임상시험 중이지만 아직은 실사용까지는 좀 더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이런 여러가지 단점에도 노블테라피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과거 응고인자제제에 비할 수 없을 만큼 긴 반감기와 피하주사로 투여가 용이하다는 장점 때문일 것이다. 특히 피하주사는 혈관을 찾기 힘든 소아에게 최고의 치료제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렇게 여러 혈우병 치료제가 국내 임상, 출시 등을 발 빠르게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완전히 시장에 출시하지는 않아 체감할 수 없다는 것이 아쉽다. 많은 제품들이 아직 임상시험이 끝나지 않았으며, 최종 출시를 위한 약가 결정도 늦어지고 있고, 또 높은 가격을 형성할 것이라는 우려에 쉽사리 접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어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그래도 평생 바뀌지 않을 것만 같았던 혈액 기반 치료제에서 벗어나 새로운 제품을 만나볼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매우 고무적인 것이 사실이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이제 간편하게 피하주사로 예방을 할 수 있는 날까지 신약 출시 동향을 주시해야 할 것이다.

[헤모라이프 황정식 기자 / 한국코헴회 우리코헴지와 컨텐츠 공유]

황정식 기자 nbkiller@hanafos.com

<저작권자 © 헤모필리아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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