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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은 연탄을 날랐고 마음은 하늘을 날았다

기사승인 2019.12.08  19:5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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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헴청년회 연탄나눔봉사 참가기

2019년 가을의 어느 저녁, 제법 쌀쌀해진 밤공기를 데우기라도 하려는 듯 내 아이폰에는 카카오톡 알림이 뜨겁도록 울리었다. 단톡방의 알람은 모두 꺼두었던 터라 웬 카톡이 이렇게 오는지 의아해하며 폰을 확인하니, 코헴청년회 채팅방이 새로 개설되어 11월 초 연탄봉사를 기획하고 있다는 청년회장님의 공지와 함께 반가운 회원들의 대화가 오가고 있었다. 저소득층 가정을 위해 십시일반 후원금을 모아 직접 연탄을 구매하여 나르는 일을 해보자는 내용이었다. 

해마다 길거리에 붕어빵 장수들이 나타날 즈음, TV에서 연탄을 때며 겨울을 나는 달동네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좁은 골목길에 줄지어 서서 연탄을 나르는 자원봉사자들의 모습을 보곤 하였다. 그러면서도 연탄봉사를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연탄은 어떻게 구하는지 등에 대해 생각해본 적은 없어서 연탄봉사 얘기에 자연스레 관심이 가기도 했고, 그동안 청년회 활동에 함께하지 못 했으니 이번에는 꼭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에 연탄봉사를 해보기로 결심했다.

   
▲ 토요일 아침, 구룡마을 입구에 모여 사랑의연탄나눔운동본부 사무국장님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는 청년회원들

연탄봉사 당일, 설레는 마음으로 봉사장소 인근 지하철역인 구룡역으로 향했다. 역에 도착해서부터는 차로 마중 나오신 회장님과 함께 구룡마을로 이동하였는데, 차창 밖으로 온통 높은 아파트와 상점들이 늘어서 있었다. 도대체 이런 도심 한복판에 연탄 나를만한 곳이 어디 있겠나 싶었다. 그러나 그런 의구심도 잠깐뿐, 레미안아파트를 지나 양재대로를 건너니 전혀 새로운 광경이 펼쳐졌다. 회색빛 도시 풍경과 대비되는 초록빛 산과 골짜기 사이사이의 밭들. 마치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을 보는 느낌이랄까? 

그런 이질감에 어리둥절하면서 이미 도착해있던 회원들과 인사를 나누며 기다리고 있으니 사랑의 연탄 나눔 운동본부의 사무국장님께서 오셨다. 간단한 인사와 함께 봉사에 대한 마음가짐에 대해 말씀해주신 것이 인상 깊었다. 연탄을 때며 살아가는 이 마을사람들은 불쌍한 사람들이 아니며, 이들은 항상 웃고 있다면서 연탄을 매개로 하여 마을사람들과 정을 나누는 것에 봉사의 의의가 있다고 하셨다. 그런 말을 들으니 그동안 봉사가 단지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활동이라고 생각해오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이번 봉사를 통해 메말랐던 내 마음에도 따스한 온기가 전해지길 기대하며 봉사에 임했다.

   
▲ 연탄 한 장의 무게가 3.5kg 정도 된다는 사실도 처음 배웠습니다. 오른쪽이 저입니다.

연탄 나르기는 연탄더미에서 연탄을 떼어주는 사람, 나르는 사람, 연탄을 쌓는 사람으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본격적으로 연탄을 받아들고 마을길을 돌아다니니 마을 입구에서 보던 것보다 자세히 마을을 둘러볼 수 있었다. 한 사람 겨우 통행할 수 있는 좁은 골목길 양 옆으로 동네주민들의 집들이 이어졌다. 얼핏 보아도 단열재 없는 잿빛 시멘트벽에 헐거운 창문의 집들은 겨울이면 시베리아기단의 한랭한 공기가 그대로 유입될 것만 같았고 이 마을에는 연탄이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이겠구나 싶었다. 

   
▲ 한사람 겨우 지나갈 수 있는 골목을 지나 연탄을 채워나갔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무거운 연탄을 두 장씩 들고 나르자니 초겨울 한기에도 후끈후끈 열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어쩌면 봉사를 위해 금쪽같은 토요일에도 기꺼이 나와 연탄을 나르는 우리 회원들의 열정이 느껴졌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열정에 힘입어 각 집 창고에는 연탄이 차곡차곡 쌓여갔고 더불어 텅 비었던 내 마음 속에도 마음의 양식이 쌓여갔다. 

   
▲ 준비한 1000장 중 마지막 연탄이 방금 이웃에게로 떠났습니다.

사실 이번 활동에 참여하기 전까지는 단지 청년회 활동의 일환으로서 나가는 것이지 봉사라는 느낌이 크게 와 닿지는 않았는데 연탄을 날라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평소 무관심하게 지나쳤던 도심 속 달동네가 어떤 모습인지 조금이라도 알게 되었고, 봉사라는 것이 하는 사람 마음까지 따뜻하게 해준다는 것을 깨달았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말라는 시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뜨거운 사람이 되었으면 싶기도 하고, 앞으로도 종종 봉사활동을 하면서 따뜻한 사람이 되어갔으면 좋겠다.    

   
▲ 봉사를 마치고

[코헴청년회 이관재]

코헴청년회 이관재 hemo@hemophilia.co.kr

<저작권자 © 헤모필리아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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