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각종 부작용과 사고 잇따라..이유는?
▲ 혈우병 환자들의 정형외과 수술은 2000년대 초반 엄청난 '붐'을 일으켰다가 최근 살짝 소강상태로 접어든 분위기다. '할만큼 했다'는 뜻이기도 한데, 수술사례가 많은 많큼 그에 따른 환자들의 고민도 많이 쌓여 있다. |
혈우병 환자들의 정형외과 수술 결정에 한층 더 신중함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줄을 잇고 있다.
서울 소재 'ㅎ'의원에서 정형외과 협진 진료를 받은 한 초등학생 혈우환자의 어머니는 의사의 수술권유에 적잖이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아직 어린 나이인데 활액막 절제술을 받을 만큼 관절이 망가져있다는 사실에 자책이 들면서도 쉬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이 있었던 것이다. 몇 주 후 환아와 어머니는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보았고, 반복되는 출혈이 가장 문제니 일단 예방요법을 하면서 물리치료를 병행해보자는 소견을 받았다. 그 전까지 예방요법을 하지 않던 그 환아는 이후 예방요법을 시작하면서 1년 여 지난 현재까지 큰 출혈 없이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지난해 'ㄱ'대학병원에서 팔꿈치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40대 혈우환자는 "너무 우울하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첫 수술 이후 해당 팔꿈치에 극심한 통증과 심각한 출혈이 반복되어 이후 여섯 차례나 재수술에 들어갔다는 것. 예전 다른 부위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았던 의사여서 팔꿈치까지 맡겼는데 예기치 않은 문제가 발생됐고, 의사는 일부 책임을 인정한 뒤 후속 수술을 이어왔다고 환자는 말했다. 그는 "팔도 마음도 만신창이가 됐다"고 속상함을 전했다.
2년 전 'ㄱ'대학병원에서 어깨 수술을 받은 50대 혈우환자는 수술 후 엑스레이 사진을 보고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자신의 어깨 속에 혈액을 배출하는 용도의 튜브 일부가 남아 있는 걸 본 것이다. 말도 안되는 상황이었지만 이 환자는 차분히 대응해 재수술을 협의했고 현재 큰 후유증 없이 생활하고 있지만 한쪽 어깨에 난 비정상적으로 큰 흉터를 볼 때마다 머리털이 쭈뼛 선다고 지난 시기의 악몽을 전했다.
최근 'ㅈ'병원에서 발목 수술을 받은 60대 혈우환자는 뼈에 박은 볼트가 피부 밖으로 돌출돼 나와 고통을 겪고 있다. 이 환자는 '다른 환우들도 수술에 대한 정보를 잘 파악해 신중하게 접근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 혈우병 환자의 인공관절수술 사례를 연구한 국내 의료진들의 국제학술대회 발표 포스터 (본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
혈우사회 시니어들은 혈우병 환자가 정형외과 수술을 결정함에 있어 다음 사항들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정형외과 뿐만 아니라 소아과 또는 혈액종양내과를 포함해 두 군데 이상의 의사 소견을 받아볼 것 △의사와의 개인적 관계만에 의존해 수술을 결정하지 말 것 △환자단체 등 검증된 경로를 통해 다른 환자들의 케이스에 대해서도 경청할 것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는 전문가의 조언과 중재를 구할 것.
일부 부정적 결과에만 치중해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는 것도 문제지만, '덮어놓고 수술로 가자'는 의견 또한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고민해 봐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세계 최초로 정형외과 의사가 된 혈우환자인 창원 'ㅎ'병원 이상훈 원장 또한 '인공관절 수술은 경험 많은 전문의에게 신중 또 신중을 기해 접근해야 한다'고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더불어, 의료사고로 의심되는 건 발생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www.k-medi.or.kr)을 통해 상담이 가능하다.
김태일 기자 saltdoll@newsfin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