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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수혈감염 스캔들 재조사', 한국 혈우사회에도 자극제

기사승인 2019.05.12  14: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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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혈우병치료제 HCV감염사고 이슈 곳곳서 재점화

   
▲ 최근 영국정부가 80년대 수혈감염 사건에 대한 재조사에 들어가면서 국내 혈우병치료제로 인한 감염사태 해결방향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영국에서 1980년대 발생했던 '수혈감염 스캔들'에 대한 재조사가 최근 시작된 가운데, 같은 시기 대한민국에서의 수혈과 혈액제제로 인한 바이러스 감염사고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를 바라는 목소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영국에서는 2000년대 들어 '수혈감염 스캔들'에 대한 한차례 조사가 있었지만,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고 책임자 처벌에까지 닿지 않아 피해자측으로부터 비판이 이어져왔다. 

이에 지난 2017년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새로운 조사를 지시했고, 이후 관련 준비를 거쳐 5월부터 조사에 들어갔다. 전직 판사 브라이언 랜스태프 경이 이끄는 이번 조사는 약 2년간 런던을 포함한 전국의 피해자로부터 증언을 들을 예정이다.

메이 총리가 증인 소환 권한을 부여한 만큼 전직 보건장관과 고위급 의료진 역시 조사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사 시작에 맞춰 메이 총리는 "(수혈감염) 스캔들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비극이었다"면서 "이번 조사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진실을 규명하고, 관련된 모든 이들을 위한 정의를 가져오는데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의 공공 의료서비스인 국민보건서비스(NHS) 역사상 최악의 의료재앙으로 꼽히는 '수혈감염 스캔들'로 약 2만5천명이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와 C형간염바이러스(HCV)에 걸렸고, 2천400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당시 피해자의 상당수는 혈우병 환자들이었다.

당시로서는 획기적이었던 혈액유래 혈우병치료제 '팩터Ⅷ'로 치료를 받았던 수천 명의 혈우병 환자 대부분은 몇 년 후 HIV나 C형 간염, 혹은 둘 다에 걸렸다. 이 약은 미국의 수형자와 약물 중독자를 포함해 수천 명이 제공한 혈액의 혈장으로 제조됐는데, 제공 혈액을 한데 모아 처리하는 '풀(pool) 방식'의 제조공법이 이용됐기에 제공 혈액 하나라도 감염이 되면 생산약품 전체가 감염되는 구조였다. (현재는 열처리 등 바이러스 불활화 공정을 추가해 감염 위험을 크게 낮췄다.)

우리나라도 90년대 초반까지 제대로 정제되지 않은 혈액제제로 인한 혈우병 환자들의 감염사례가 잇따랐다. 2000여 명의 혈우병 환자 중 약 20명이 HIV에 감염되었고 650명 이상의 환자가 HCV에 감염되었다. 감염 혈우병 환자들은 혈액관리의 책임을 지고 있는 대한민국과 적십자사, 제조사인 녹십자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HIV감염에 대해서는 10년만인 2013년 녹십자사와 조정에 이르렀다.

그러나 다수가 감염된 HCV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사법역사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15년이라는 긴 기간동안 아직 결론에 이르지 못하고 있으며, 그동안 많은 환자들이 죽거나 항소를 포기해 현재 30명이 고등법원 파기환송심에까지 남아 책임자 처벌과 피해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3월 녹십자와 그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는 한국혈우재단이 '문서제출명령'을 통해 환자들의 의무기록을 주고받은 것에 대해서도 법적조치를 예고하고 있다.

또한 지난 4월 KBS '시사기획 창'에서는 '나는 왜 감염됐을까'편 방송을 통해 적십자와 녹십자의 허술한 혈액관리와 감염사고 대응을 지적해 파장을 불러왔다. 특히, 방송에서는 현재 적십자가 사용하고 있는 바이러스 면역검사법(L사 시약납품)으로는 HCV를 제대로 걸러낼 수 없음을 새롭게 밝혀냈다. 녹십자 또한 적십자에 핵산증폭검사 시약을 공급하고 있는데, 이번에 밝혀진 사실로 그간 녹십자와 적십자가 혈우병 환자와의 소송에서 '국내 혈액과 혈액제제는 HCV로부터 완벽히 안전하게 관리되었다'는 주장이 힘을 잃게 되었다.

혈우병 치료의 선진국들이 2000년대 들어 혈우병치료제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진상조사를 '일단락'했다고 알려졌던 것과 달리, 세계 혈우병 사회를 리드하고 있는 영국이 이에 대한 전면적인 재조사를 실시하면서 세계 여러 나라 정부들의 반응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제대로 된 역학조사나 법원 판결 조차 없었던 대한민국의 사례는 상황이 비슷한 아시아 혈우사회와 개발도상국들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헤모라이프 김태일 기자]
 

김태일 기자 saltdoll@newsfinder.co.kr

<저작권자 © 헤모필리아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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