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ad34
default_setNet1_2

한국혈우재단, 환자 반대에도 '동의 없이' 의무기록 법원제출

기사승인 2019.04.27  10:19:47

공유
default_news_ad1

- 피고 녹십자측 요구대로...환자들 반발 예상

   
▲ 한국혈우재단이 법원에 제출한 30명 환자들의 의무기록은 1만여 장에 달했다.

한국혈우재단(이사장 황태주)이 환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부 혈우병 환자들의 의무기록을 동의 없이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밝혀져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혈우병 환자 30명은 90년대 초반까지 오염된 혈장유래제제를 투여받고 벌어진 HCV(C형간염 유발 바이러스) 감염에 대해 약품 제조사인 GC녹십자(대표 허은철)를 상대로 무려 15년째 민사소송을 이어오고 있다. 2017년 말 원고(환자들) 승소 취지의 대법원 파기환송 결정 이후 고등법원에서 심리를 이어가던 중, 2018년 7월 녹십자측은 법원에 혈우재단이 보유하고 있는 소송참여 환우 30명의 의무기록과 혈액검사기록 일체를 제출하라는 '문서제출명령'(이후 '사실조회'로 변경)을 신청했고 8개월 여 시간을 끈 끝에 지난 3월 19일 재단이 이들에 대한 기록 전체를 법원에 제출한 것.

   
▲ (서울고등법원 홈페이지 캡처)

녹십자의 문서제출명령 신청 이후, 일부 환자들은 민감 개인정보가 동의없이 유출되는 점과 의무기록이 피고측에 일방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반대입장을 재단측에 전달해왔다. 한국혈우재단이 녹십자로부터 매 해 전체 후원금의 97%에 달하는 31억여 원을 지원받고 있다는 사실이 환자들로 하여금 녹십자와 혈우재단의 관계를 정의롭지 못하게 바라보지 못하게 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녹십자 이사 출신의 한국혈우재단 정연재 신임 상무는 이번 의무기록 제출에 대해 "재단 이사장님이 밝힌 것 외에 다른 입장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혈우재단 황태주 이사장은 "법원에서 재차 자료를 요구해 와 계속 불응할 수 없고, 자료를 제출하는 것이 소송을 하고 있는 환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의견을 전한 바 있다. HCV로 고통받거나 C형간염 치료과정에서 겪은 부작용 등이 자료에 포함되어 있어 환자들의 피해사실을 입증하는 데에 참고가 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혈우재단이 제출한 A4 1만여 장에 달하는 30명 분 의무기록에서 법원이 개개인별로 피해사실을 찾아 적시하는 것은 사막에서 바늘찾기처럼 보인다. 91년도부터 기록된 환자들의 혈우재단 의무기록은 대부분 혈우병 치료에 관한 사항이고 HCV에 대한 부분은 몇 장, 또는 몇줄로 간단히 요약되어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문서제출명령까지 신청한 녹십자측에 '환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건 기왕증인 혈우병 때문이다'라는 식의 왜곡된 주장을 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게 소송 참여 환자들의 주장이다.

   
▲ 혈우재단은 91년도에 녹십자의 100% 출원으로 설립된 후, 매년 수십억 원의 녹십자 후원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서초동의 같은 건물에 위치해 있다.

또한 동의 없이 제출된 민감 의료기록이 '재판기록 열람'을 통해 여과없이 일반에 새나갈 수 있다는 점도 또다른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소송에 참여하고 있는 한 30대 혈우병 환자는 이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제출 안하면 벌금 문다고 뻥까지 치더니 속이 후련하겠네"라면서 "100번 양보해서 내 기록 낸다고 해도 우리 동의는 받고 내야되는거 아닌가?"라며 재단에 항의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2004년 시작된 '1차소송'의 대법원 파기환송에 힘입어 2018년 초 새롭게 소장을 접수한 혈우환자 31명의 '2차소송'에 있어서도 녹십자측은 같은 내용의 '문서제출명령'과 '사실조회'를 신청해놓은 상태이다.

어쩌면 소송의 막바지 단계로 볼 수 있는 시점에서 이루어진 한국혈우재단의 환자 의무기록 제출이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관심이 점증되고 있는 가운데, 혈우재단의 입장대로 기록이 환자들에게 일말의 도움이라도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면밀한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혈우병 환자 HCV집단감염 소송이란?>

- 90년대 초반까지 제대로 정제되지 않은 혈액유래 혈우병 치료제로 인해 당시 국내 혈우환자의 절반에 가까운 650여 명이 C형간염바이러스(HCV)에 감염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고 이런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이 중 102명의 환자가 치료제 제조사인 녹십자사를 비롯해 대한적십자사,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2004년 손해배상 소송을 시작.

- 1심에서는 소멸시효 완성 등의 사유로 2007년 '원고패소' 판결, 2심(원고 77명)에서는 인과관계와 시효가 일부 인정되어 2013년 '원고 일부승소' 판결함.

- 이어진 대법원 3심(원고 44명)은 환자들의 주장을 더 폭넓게 받아들여 제조사의 과실 부분을 다시 검토하라며 2017년 말 '원고 승소취지의 파기환송'을 결정.

- 이 과정에서 나머지 두 피고였던 적십자사에는 직접적인 수혈로 인한 감염사례 1건에 대해서만 배상판결이, 대한민국 정부는 무죄판결이 내려지면서 사실상 이 소송은 녹십자와 환자들의 공방으로 남겨진 채 현재 서울고등법원에 계류되어 있음.

- 이러한 '1차소송'의 영향을 받아 배상범위에 해당되는 혈우환우 26명이 올해 2월 부산지법을 통해 '2차소송'에 돌입, 공방을 이어가고 있음.

[헤모라이프 김태일 기자]

김태일 기자 saltdoll@newsfinder.co.kr

<저작권자 © 헤모필리아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추억의 사진관

1 2 3
set_P1

뷰티풀 라이프

1 2 3
item58

멍텅구라박사의 가상세계

1 2 3
item60

여기는 여름캠프

1 2 3
item61

브라보 마이 라이프

1 2 3
item59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